
국방부가 지난달 21일 주한미군 측으로부터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업계획서를 제출받고도
이를 지금까지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 문재인 정부 초기 미국 측의 사드 일방적인 배치 강행에 따라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급증하자 최종 배치 여부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한 정부의 약속이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부는 11일 “최근 미국 측의 (사드 부지 활용에 대한) 사업계획서가 접수되어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 미국 측과 실무협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에서 이날 지난달 21일 사드 사업계획서가 제출됐다고 보도하자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국방부 최현수 대변인은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투명성에 관해 사업계획서 제출 여부에 대한 관심과 기사가 많았는데,
당시 안 밝힌 이유’에 대해
“지금 접수가 돼서, 모든 과정을 중계 방송하듯이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최 대변인은 그러면서 “사업계획서가 접수돼서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 실무협의를 하고
최종적인 부분이 되면 말씀드릴 과정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충분하지 못한 해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국방부 공보실 관계자도 기자가 ‘뒤늦게 사업계획서 접수를 밝힌 이유’를 질의하자,
“해당 실무 부서에서 (공개)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사업 계획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고
미국 측과 실무 협의가 필요해서 그렇게 (비공개) 했던 것 같다”면서
“그러한 과정들을 고려한 조치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국방부가 당시 2차 북미정상회담 등을 앞두고 상당히 민감한 이슈인
‘사드 배치’ 문제에 관해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의로 사업 계획서 접수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냐의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에게
“우리도 언론이 취재한다는 정황을 알고 나서야 확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민감한 이슈를 실무 부서가 상부에 보고 안 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기자의 지적에는
“내부 보고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에 관해 강현욱 사드 반대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숨기는 것이 ‘투명성’이 아니다”라면서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다면서도 전략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할 사드 배치를
일반환경평가로 바꾼 것 자체가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미정상회담 결렬에서 보듯이,
우리 정부가 평화적인 정세를 주도하지 못해 미국 손에 이끌려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사드가 필요 없다’고 선제적으로 나가야 한다”면서
“계획서 접수 사실조차 숨긴 것은 선제적으로 나가지 못하는 반증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방부는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현재는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준비하는 단계이며,
정부 기본 방침대로 민주적, 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법에 따라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