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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근로자 절반 非정규직 시대…"불황에 일자리만 있어도 감사?"




【서울=뉴시스】배민욱 기자 =

근로방식, 근로시간, 고용의 지속성 등에서 정식으로 채용되지 않은 직업.

 바로 '비정규직'(非正規職)의 사전적인 의미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공화국이다.

여전히 우리사회 곳곳에서 많은 근로자들이 올바른 대접을 받지 못한채

혹독한 노동세계를 체험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고 있지만 대우는 하늘과 땅차이다.

정규직 노동자는 회사에 정식으로 고용이 돼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수행한다.

권리 중 일정 기간 고용이 보장되고 부당한 해고로부터 보호된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는 단기간(1~2년)계약을 한다. 고용계약기간을 고용자가 연장한다.

다음 재계약을 위해 현실적으로 많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비정규직은 일의 필요에 따라 외부 업체의 직원을 비정규직으로 쓰기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기업들은 고용이 부담스러운 정규직 직원을 적게 고용하기 위해 비정규직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

지금 2012년 대한민국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일은 정규직과 평등하게 하고 있지만

수당과 대우, 복지 등에서는 땀 흘린 만큼 받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현실이다.

 

회사원 A씨는 어느덧 중년이 됐다.

그러나 A씨는 얼굴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화목한 가정, 중년이지만 직장도 있었던 그에게는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은 모습이다.

 

이유는 이랬다.

그는 수십년간 비정규직 생활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2년마다 회사를 바꿔야 했다.

그간의 마음고생은 말하기 힘들다.

 

그는 항상 사무실에서 사장님의 눈치를 보면서 일을 해야만 했다.

 임금협상에서는 세월이 흘러가니 젊은이에게 밀리는 건 다반사였다.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주는대로 받아야 하는 삶이다.

사회 초년병시절에는 젊은 혈기로 큰소리도 냈지만

오히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된 A씨. 말 못하고 눈치만 보는 직장 생활이 이제는

익숙해졌다는 생각만 하면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진다.

 

그는 "젊은 사장에게 일 시켜 주는 것도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할 때가 많았다"며

"빚없이 가족이 건강하고 평생 임대의 삶속에서도 행복을 향한 믿음으로

비정규직 생활을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비단 A씨만의 몫이 아니다.

 거리에서 장기농성을 벌이거나 철탑 등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도 비정규직의 아픔을 갖고 있다.

 

쌍용차범대위 소속 노동자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소속 학습지 교사들은

서울 도심에서 농성장을 설치하고 장기간 투쟁을 벌이고 있다.

 

또 지난달 17일 오후 9시께 현대자동차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최병승(38)씨와

비정규직노조 사무국 천의봉(33)씨가

울산 북구 현대차 정문 주차장 인근 45m 높이 송전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벌였다.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조선소내 35m 크레인 위에서 309일간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타워크레인기사노조, 건설플랜트노조, 코오롱,

코스콤 비정규직 노조, KTX승무원,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 로케트전기 해고자, 쌍용차 등을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이 크레인과 철탑, 굴뚝, 광고탑 등에서 아찔한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는 여전히 비정규직이 남발되고 있다.

전체 근로자중 비정규직 비율은 여전히

절반에 가깝고 임금 역시 정규직의 절반에 못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47.5%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에 비해 1.7%p 감소했다.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비율 또한 전년 동월 대비 1.1%p 상승한 49.6%로 분석됐다.

 

그러나 비정규직 비율은 여전히 절반에 가깝고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임금비율 또한 여전히 50%에 못 미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균열구조가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843만명으로 약 19만1000명 감소(전년 동월 대비 2.2%↓)했다,

정규직 노동자는 931만명으로 약41만5000명 증가(전년 동월 대비 4.7%↑)했다.

전체 임금노동자 내 비정규직 비중은 47.5%이며

정규직의 비중은 52.5%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고용형태별로는 정규직이 일정하게 증가한 가운데 일반임시직의 감소가

비정규직 비율 감소를 주도하고 있었다.

동시에 파트타임(시간제) 노동자가 상당한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 임시파트타임은 약 12만6000명 증가했다.

상용 파트타임도 약 1만7000명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그간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비율 정체와

 고용구조의 악화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관계자는 "비정규직 규모의 의미 있는 감소가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비정규직 내에서도 열악한 일자리인 파트타임, 간접고용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불평등은 물론 사회보험 혜택 등에서의 격차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감소가 발생하는 부문에서는 비정규직 고용 감소가 두드러지고

일자리 확대가 이뤄지는 부문에서는 정규직 고용 증대가 두드러지고 있다"며

"비정규직 일자리가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로 전환되기보다는

 구조조정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mkba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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