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입지 않는 지혜
장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옵니다.
한 번은 공자가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 포위되어 7일동안
이나 끓인 음식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런 공자를 대공임이라는
사람이 위문을 와서는 말했습니다.
"선생은 곧 죽게 되었구려?"
"그렇소이다."
공자가 대답했습니다.
"죽기 싫으시오?"
"그렇소만."
그러자 대공인이 공자에게 다가 앉으며 말했습니다.
"그럼,내가 불사(不死)의 도리를 말씀 드려도 괜찮겠죠?"
"어서 말해 보시오."
대공임의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동해에 의태라는 새가 있는데,
그 새는 느리고 높이 날지 못해서 무능하므로
,날 때는 같은 새 떼의 도움을 얻어서 날고
머물 때는 새떼 속에 끼어 있으며,
나아갈 때는 앞장서지 않고
물러설 때는 꽁무니에 처지지 않으며,
먹을 때도 앞에 나서지 않고
반드시 그들이 먹다 남긴 것을 먹소,
그러니까 이 새는
행렬에서 배척당하지 않고,사람으로부터 해를 입지도 않소
바로 이런 이유로 해서 재난을 면할 수 있는 것이오,
곧은 나무는 먼저 베이고, 단 우물은 먼저 마르는 법이오.
내가 선생을 보니,
선생은 자기 지식을 자랑하여 어리석은
사람을 놀라게 만들고,
자기 행실을 닦아 남의 잘못된 행동을 두드러지게 하며,
눈부시기가 마치 해나 달을 들고 가기라도 하듯 하니
그 때문에 재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오
옛날 내가 큰덕을 지닌 분에게서 들은 바에 의하면스스로 공을 자랑하는 이는 오히려 공을 잃고,
공을 이룬뒤
물러나지 않는 이는 몸을 망치며 명성을 이루고
거기 그대로 머무는 이는 욕을 보게 된다"고 하였소
누가 과연 공명을 버리고 뭇사람에게 되돌려 줄 수가 있겠소?
그 도가 널리 세상에 퍼져 있어도 명성에 머물지 않고덕이 온 천하에 미쳐도 명예에 머물지 않으며
마음을 순일하게 하고 행동을 평범하게 하여 광인처럼
무심하게 거동하며 자취를남기지 않고
권세를 버린 채 공명에 마음을 두지 않소.
이렇게 하니까 남을 책망하는 일도 없고,남이 책망할 일도 없소,
덕이 지극한 사람은 세상의 명성을 바라지 않는 거요
그런데 선생은 어찌 기뻐 자랑한단 말이오!"
대공임의 말을 다 듣고 난 공자가 말했습니다.
"훌륭한 말씀이요."
대공임의 말을 들은 공자는 이내 사람들과의 교제를 끊고
제자들을 돌려 보냈습니다.그리고는 진펄 숲에 숨어 남루한
옷을 입고 도토리를 먹으며 살았습니다.
이윽고 그는
짐승들 속에 들어가도 무리가 놀라서 어지럽게 흩어지지 않고,
새떼 속에 끼어도 행렬이 흩어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세상에 목숨을 부지하며 사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 같습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우리 속담이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튀어야 산다'는말이 있습니다.
두 말은 서로상충되는 말입니다.
그대는 이 중 어느 말을
더 가슴에 담고 살아가나요?
시대는 변하고 시대마다 시대를
대변하는 가치관이 있습니다.
바로 대세라는 것이지요.
그러나 어느 시대건 변하지 않는 가치관 하나는
'자기낮춤'입니다. 튀어야 산다'는 요즘 시대도 사랑받기
위해서는 '자기낮춤'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모난 돌이 정 맞는 데는 사람들의 시기심이나 편견도 한몫하지만 모난 돌의 '자기낮춤'이 안될 때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산다고 하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려 산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화를 입지않고 살아가기 위해선 어울려사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려는 '자기낮춤'이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오늘은 대공임의 말을 듣고 공자가 깨달은 깨달음을
가만 생각해 보는 하루였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