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길을 걷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담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Cengiz Coskuner - Zingarella (짚시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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