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자치단체장 17명, 기초자치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86명, 기초의원 2898명 등 총 3974명을 선출하는 제6회 동시지방선거(민선6기)가 오는 6월 4일 치러진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기보다 당선을 위한 얼굴 알리기에 급급하다. 민선 5기 광역-기초단체장 공약이행 평가결과 공개 2010년 출범한 민선 5기 자치단체장들의 공약 이행 실적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 매니페스토 실천본부가 최근 광역·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각 자치단체에 지난해 12월 말까지 단체장 공약이행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요구한 뒤 이를 토대로 지난 2월부터 선거공보 내용과 공약실천계획서 등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공약이행완료 ▲2013년 목표달성분야 ▲주민소통분야 ▲웹소통분야 ▲공약일치도 등 5개 항목을 정하고 이를 세부지표로 나눠 총 100점 만점으로 환산하는 절대평가 방식을 적용했다. 다만 ‘웹소통분야’와 ‘공약일치도’ 항목의 경우 기준 이하인 경우 최저등급으로 분류하는 ‘Pass/Fail’ 방식으로 평가했다. 공약이행, 목표달성, 주민소통 분야 3개 항목을 합산한 평균이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얻어 최우수(SA등급)로 평가받은 광역시는 대구시와 광주시 두 곳이었으며, 충청남도와 경상북도 등 두 곳의 광역도 역시 SA등급에 이름을 올렸다.
<광역자치단체 공약 이행 정도> 100점 만점에 85점 이상을 받아 A등급으로 평가된 광역지자체는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울산광역시, 강원도 등 모두 5 곳이었다. 광역단체장 공약 완료·이행률 76.8%, 필요 재정 확보율 53%. 민선 5기 광역단체가 내놓은 공약은 총 2283개. 이중 완료된 것으로 평가받은 공약은 563개(24.7%), 추진 중인 공약은 1190개(52.1%)로 확인돼 완료이행률은 76.8%를 기록했다. 이는 민선 4기 보다 11.7%, 18대 국회의원 공약완료율에 비해 41.6%나 높은 수준이다. 지방자치가 점차 성숙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SOC도로 건설, 대형 개발사업 등이 대부분인 개발우선 공약의 경우 완료이행률(69%)은 평균 이행률에 비해 크게 저조했다. 자치단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 개발 공약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공약이행을 위해 광역단체장이 확보한 재정은 250조원. 이는 전체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정(470조원)의 53.3% 수준에 그쳤다. 재정적 난관을 돌파하기위해 민간자본을 미리 당겨쓰고 이자 대신 이윤을 더해 갚는 민간부채방식을 채택해 밀어붙이는 단체장들이 대부분이다.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률 65.3%, 재정확보는 16%에 그쳐 기초단체 평가에서 85점을 넘어 SA 등급을 받은 곳은 경기 성남시, 경기 양평군, 서울 노원 구 등 모두 37 곳이었다. 민선 5기 기초단체장이 내건 공약은 총 11773개. 이중 이행완료된 공약은 65.3%로 이행률이 다소 향상되는 추세다. 폐기됐거나 보류된 3800여개의 공약 중 88.7%가 조성, 건립, 유치 등 개발우선공약이었다. 무리하게 공약을 했다가 재정이 어려워 포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초단체장들이 자신들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은 총 442조원. 하지만 지난해 12월까지 단체장들이 확보한 예산는 250조원에 불과하다. 필요한 예산의 56.7%만 확보된 셈이다.
재정적 측면만 본다면 기초 공약 중 90%이상 현실성 없어 확보된 예산 중 기초단체가 스스로 마련한 재정은 41조원으로 전체의 16.4%에 불과하다. 태반이 국비지원 73조(31.1%), 광역시도비 21조(8.7%), 기타 106조(42.7%) 등을 통해 확보됐다. 기초단체 스스로 마련한 재정(16.4%)은 단체장 공약 전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예산의 8%에 지나지 않는다. 재정적 측면에서 볼 때 선거 때 단체장이 내건 공약 중 92%는 현실적으로 실행이 어려운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확보된 예산의 절반 가까이가 ‘기타(42.7%)’로 분류돼 있다. 민간부채를 의미한다. 예산 없이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단체장들이 민간영역에서 돈을 끌어다 쓴다는 얘기다. 그 대가로 사업권을 주고 이윤까지 보장해준다. 돈이 없으니 일단 신용카드라도 긁고 보자는 거나 마찬가지다. 주민을 담보로 한 부채인 셈이다. 부채만 남는 개발 공약 활개, ‘묻지마 공약’도 여기를 이렇게 개발해서 집값과 땅값 올리겠다, 민자를 유치해 대형 랜드마크 사업을 벌여 지자체 위상을 높이겠다, 이런 것을 유치하고 조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어떤 기업과 손잡고 테마파크를 만들어 지역 경제 활성화 하겠다, 이런 식의 개발우선 공약이 여전히 판치고 있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지자체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국책사업을 놓고도 ‘공약 싸움’을 벌이기 일쑤다. 호남선 KTX 정차노선 논란이 대표적인 예다. 대전시장 예비후보는 충북 오송으로 정해진 중간 분기점을 대전으로 바꾸고 세종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반면 충북지사 예비후보자는 오송역을 분기점으로 하는 원안을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전남도지사 예비후보자들은 나주시와 송정역이 아닌 광주역 경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약 이행 가능성 여부를 떠나 일단 주민들의 환심을 사고 보겠다는 심산이다. 민선 5기 광역-기초 단체장이 내세운 전체 공약, 즉 2010년 지방선거에서 등장한 공약을 전부 이행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은 무려 992조원에 이른다.
1만5천개 공약 이행 소요예산 1000조, 대선 못지않게 중요한 지방선거 엄청난 규모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건 307개 공약 이행에 필요한 예산 335조원보다 3배 가까이 많다. 이번 6.4지방선거에도 15000개 정도의 각종 공약이 쏟아질 것이다. 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은 지난 민선 5기 992조원을 상회할 게 분명하다. 업자와 뒤로 ‘검은 거래’를 터놓고 화려한 개발우선공약을 내걸어 당선되기도 한다. 당선된 뒤 개발공약을 ‘돈줄’로 활용하는 단체장들도 있다. 당선증을 거머쥐는 도구로 또 ‘돈줄’로도 활용되는 개발공약. 꿩 먹고 알 먹는 식이니 선거때마다 이런 공약이 판치는 거다. 1000조원 재정이 소요되는 공약이 쏟아지지만 재원 확보가 어려워 이중 상당부분이 주민 부채로 남게 되는 지방선거. 따지고 보면 대선보다 더 중요한 선거일 수 있다. 주민들이 당하지 않으려면 정말 꼼꼼히 살펴 투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