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조성공사 도중 발굴된 유적을 흙으로 덮으려는 대전시의 방침에 대해 대전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풀뿌리여성마을숲의 4개 단체는 9월 27일 오후 2시, 옛 대전형무소 터(대전 중구 중촌동 16-6)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조성공사 중단’과 ‘유적 발굴 전면확대’를 요구했다.
|  | | ▲ (사)대전문화유산울림,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풀뿌리여성마을숲의 4개 단체는 9월 27일 오후 2시, 옛 대전형무소 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조성공사 중단’과 ‘유적 발굴 전면확대’를 요구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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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 발굴을 통해 담장과 취사장 흔적 등 옛 대전형무소의 실체가 일부나마 드러나 이를 활용하여 역사성과 교육성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대전시는 흙으로 묻고 공사를 강행한다고 한다”며 , “우리는 대전시가 왜 이러한 판단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망루와 우물만으로는 역사공원을 조성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발굴자원을 관광자원화 사업에 반영하여 사업이 전면 변경되는 것은 상식이라고 판단했다”며, “그냥 묻고 공사를 진행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대전시의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전개될 관광자원화 사업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전시는 민관협치 포기하고 관련 부서 간 협력도 못하는 부실 계획, 부실 공사 옛 대전형무소 터 관광자원화 조성공사를 즉각 중단하라’
△‘대전시는 옛 대전형무소 터 유적 발굴 전면 확대하고, 대전 시민이 기억해야 할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라’
△‘대전시는 민관협치 말로만 하지 말고 진정한 민관협치가 될 수 있도록 민간단체와 주민들에게 추진 과정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향후 사업을 협의하여 추진하라’는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들은 또한 허태정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해 나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발언에 나선 노원록 평화통일교육문화센터 사무처장은 “이곳은 1919년에 새워진 대전형무소 터”라며, “대전의 근현대 역사를 함께 하고 있었던 증인 같은 곳”이라고 밝혔다.
노원록 처장은 “이번에 발굴된 담장은 ‘진짜 벽’”이라며, “‘진짜 벽’을 활용해서 진짜 역사를 고증할 수 있고,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저 가짜 벽(스토리 월)을 가지고, 무엇을 세우려고 하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관광자원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유적을 그냥 덮고 공사를 강행하는 부실 공사가 어디 있겠냐?”며, “말도 안되는 건설 중심의, 토목 중심의 관광자원화가 아니라, 살아 있는 역사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관광자원화를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중촌마을역사탐험대 ‘그루터기’의 김경애 회원은 현재 강행되는 공사의 모습을 보고 민관협치에 어긋난다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김경애 씨는 “공사 전 과정에서도 권시장 시절 민관협치시정에 선정된 사업인 만큼 주민들은 간절한 마음으로 우려의 이야기들을 전달했다”며, “하지만 공사가 시작되면서 행정의 일방적인 처리로 지금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결정이냐”며, “지금은 옛 대전 형무소 터가 있던 공간의 가치와 그것이 주민들과 어떤 연결로 맺어질 수 있을지 다시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  | | ▲ ‘옛 대전형무소 관광자원화 조성공사’ 스토리월 공사 모습. 대전시는 도시재생의 일환으로 종합안내판, 희생자 명단, 우물과 왕버들, 망루에 대한 안내판, 스토리월과 디지털 안내판을 설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옛 대전형무소 터에 대한 관광자원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옛 대전형무소 터는 1919년 5월 대전감옥을 시작으로 1923년 대전형무소, 1961년 대전교도소를 거쳐 1984년 3월까지 65년간 운영된 곳이다.
옛 대전형무소 터는 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시기까지 대전 근현대사의 상처와 아픔이 서려 있는 역사적인 장소로서 의미와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대전시는 지난 해 11월 ‘옛 대전형무소 관광자원화 조성공사’를 착공해 공사를 진행하던 중 지난 8월 6일 유적이 발굴되면서 공사가 일시 전면 중단되었다. 하지만 유적 발굴이 예정되면서 9월 10일부터 유적 발굴지점을 제외한 곳에서는 공사가 재개되었다.
담장과 취사장 시설에 대한 유적 발굴은 지난 9월 13일부터 19일 사이에 4일간 진행되었고, 유적 발굴 결과에 대해서는 9월 19일 유적 발굴 현장에서 대전광역시 문화재위원회 문화재분과위원회의 자문회의를 개최해 ‘발굴 유적 보존’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날 자문회의에서 구체적인 보존 방식에 대해서는 결정이 없었기 때문에 조성공사 주최인 대전시 건설관리본부는 “유적이 훼손이 안 되게, 충분한 복토 후 기존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혀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대전시의 계획에 그간 대전시와 민관협력에 동참해왔던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에 향후 ‘옛 대전형무소 관광자원화 조성공사’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