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석의 앵그리2030]⑫내 집 마련 30년 걸리는 나라 정상인가요?
장원석 입력 2018.09.30. 11:28
집 얘기에 직장인 유지환(34) 씨는 한숨부터 쉽니다.
통계청이 가계 소득과 지출 조사를 분리하면서 2017년 이후의 가계 흑자액은 파악이 어렵습니다.
가장 마지막 지표인 2016년 4분기 기준으로 한번 볼까요?
벌이가 중간쯤인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의 가계 흑자액은 84만원입니다.
과연 이 돈을 얼마나 모아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까요?
지난 1월 분석([장원석의 앵그리2030]②직장인 집 사려면 25년)에 따르면
전국 평균 주택가격(2억7899만원,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332개월(27.7년)이 걸립니다.
물론 집에다 현금으로 쌓아두진 않겠죠.
이 돈을 연 2.5% 적금(단리, 세전)에 가입해 모은다고 계산해볼까요?
약 262개월(21.8년)이 걸립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해가 갈수록 소득도 늘겠죠.
해마다 가계 흑자액이 5만원씩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어떨까요?
그래도 194개월(16.2년)이 걸립니다.
나라 경제가 성장하면 가계 소득 또한 늘어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최근엔 어떤 이유에선지 가계의 소득 정체가 뚜렷합니다.
특히 청년층의 소득 정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올해 2분기 전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53만51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늘었습니다.
그러나 청년 가구(가구주가 39세 이하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49만 1637원으로 0.5%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40대(3.8%), 50대(7.3%)와 격차가 매우 컸습니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처분가능소득)만 따지면 전년 대비 도리어 1.1% 줄었습니다.
전 연령층서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죠.
노동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안 된 20~30대는 상대적으로 소득 절대액이 적습니다.
소득 증가율이 전체 가구보다 조금 더 높게 나타나는 게 일반적입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진 이런 공식이 통했습니다.
금융위기 직전 5년(2004년~2008년) 동안 전체 가구의 소득은 5.2%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청년 가구는 6.8% 늘었죠.
그러나 최근 5년(2014년~2018년)은 확 다릅니다.
청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은 1.9%로 전체 가구 소득 증가율(2.3%)에 못 미쳤습니다.
자식이 힘들다는데 가능하면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은 게 우리 부모의 마음이죠.
부모가 여력이 있으면 모르련만 자식을 돕겠다고 본인의 노후 자금까지 손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청년층의 소득 부진이 단순히 그들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 이유죠.
돈 벌 나이가 됐는데 벌이가 시원찮으니 자연히 빚이 늘어납니다.
2012년~2017년 사이 가구주가 20대와 30대인 청년 가구의 부채는 각각 85.9%, 56.0% 증가했습니다.
전체 가구 증가율(28.8%)을 월등히 앞섭니다.
같은 기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각각 12.8%, 16.5%에 그쳤습니다.
이는 전체 가구 증가율(18.5%)에 못 미칩니다.
대기업과 공기업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는데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립니다.
청년이 중소기업을 꺼리는 게 꼭 월급 때문만은 아닙니다.
교통과 정주 환경, 성장 가능성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해 있습니다.
취업준비생 서동훈(28) 씨는 “눈높이를 낮추란 얘기가 가장 무책임한 것”이라며
“눈높이를 낮추면 생활 수준도 낮아진다는 걸,
그리고 역전하기 어렵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은 출발점에 서려고 아등바등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부진의 영향을 일자리 예산으로 만회하고,
그렇게 하면 일자리를 대량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조장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고용보조금은 어차피 고용했을 사람을 고용하면서 보조금을 받는 것이라
채용 증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말 중요한 것은 취업 취약계층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혁하는 것이다.”
윤희숙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고언입니다
.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부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독] 건설사 27곳 '아파트 선분양' 못한다 (0) | 2018.10.02 |
---|---|
부동산 광풍 잠재울 단 하나의 방법! (0) | 2018.10.01 |
충격적인 은마 아파트 분양가】1980년대 물가 수준 비교! (0) | 2018.09.30 |
계약 후 집값 올랐다며 집 주인이 계약 파기 원한다면 (0) | 2018.09.30 |
집값 급등에 `탈서울`? 올해 서울 59만명 떠났다 -7월까지 60만명 탈서울 (0) | 2018.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