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영리병원, 정부가 나서야…경마식 보도 안 돼”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7763

“제주영리병원, 정부가 나서야…경마식 보도 안 돼”

[제주영리병원 논란 ⑦]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제주지부장 인터뷰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2019년 04월 10일 수요일

“제주영리병원 운명, 행정소송이 가른다”

“녹지병원 사태 국제분쟁 가능성 ‘시각차’”

“제주 녹지병원 허가취소 돌입했지만 ‘앞날 시계제로’”

올해 국내 1호 영리병원(의료비를 자율로 정하고 외부에 이익배당을 하는 병원)을 둘러싼 사태를 전달했던

 보도 제목들이다.

녹지국제병원(녹지병원) 개설허가 취소 여부가 이주에 판가름 날 전망이다.

보건의료단체들은 일관되게 영리병원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100여개 의료·노동·시민사회단체는 올해

 ‘제주영리병원 철회 및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를 재출범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제주도의 개원 허가에 반대성명을 내고

 “녹지병원 개원은 의료영리화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론은 병원 사업시행자인 녹지그룹과 제주도 사이 공방에 초점을 맞춰왔다.

녹지그룹이 지난 2월 제주도가 정한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에 불복해 소송을 걸자

언론은 “행정소송 결과가 병원의 운명을 가른다”고 보도했다.

녹지병원이 시한 내 개원하지 않아 취소 청문 절차에 들어가자 다수 언론이 이를 전달했다. 

국내 첫 영리병원 사태 해결을 정말 소송전과 제주도의 결정에 맡겨야 할까.

보건의료계에 녹지병원 사태 현황과 해법, 언론보도에 대해 물었다.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과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제주지부장은

경마식 보도보다 정부와 도, 국회에 책임을 묻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우석균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 사진=김예리 기자

- 녹지병원이 시한 내 문을 열지 않자 제주도가 개원허가 취소 절차에 들어갔다.

 결과는 어떻게 전망하나.  양연준 제주지부장(양) =

영리병원을 두고 국민의 반대 목소리가 워낙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녹지그룹은 병원 개원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것도 명확하다.

이 상황에서 제주도가 영리병원을 개원할 기회를 더 준다는 건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국민 상대로 싸우겠다는 뜻밖에 안 된다.

이는 정치적 자살이라고 보기 때문에 취소 가능성이 크다.

우석균 정책위원장(우)

 = 영리병원 사업시행자인 녹지그룹 측은 온갖 하고픈 얘길 다 했다.

‘난 부동산기업인데 제주도와 JDC(국토교통부 산하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계획에 없던 병원사업을 강요해서 시행했다’

‘제주도가 허가를 미루다 내국인 진료를 제한했다’ 같은 주장을 강력 어필했다.

그런데 제주도는 제대로 입장을 펼치지도 못하고, 보도도 잘 안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제주도는 이미 한 번 허가해준 이른바 ‘공범’이다.

스스로 잘못이 드러날까봐 애초 영리병원 개원이 잘못됐다는 주장은 못하고,

90일이 지났다는 점만 강조했다. 

- 제주도가 청문 절차를 비공개에 부쳐 논란을 빚었다.

결국 청문주재자를 공개하고, 실제 청문은 모두발언을 빼고 비공개 진행했는데. 

양 = 비공개로 진행되는 바람에 실제 청문 내용은 밝혀진 바가 없다.

이렇게 국민 관심사인 청문을 비공개 진행해도 되는지 심각한 의문이 든다. 

우 = 만일 시민단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녹지그룹 논리의 맹점을 지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녹지 측은 개원허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근거로 ‘영리병원은 도가 강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실 녹지는 부동산사업을 위해 위험부담을 안기로 택한 것이다.

돈 벌려고 한 거지, 누가 총 들이대고 협박했나?(웃음) 아니다.

녹지 측은 강요가 아니라 자기 의지로 영리병원을 택한 것이다. 

- 녹지병원 문제를 놓고 정부 입장은 찾아보기 힘들다. 진의는 뭐라고 보나.

양 = 문재인 정부가 밝히는 입장과 실제 행동이 다르다.

정부 방침이 공약대로 ‘영리병원 불허’라면,

영리병원 설립을 가능케 한 법조항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전혀 나서지 않지 않나.

특히 정부의 어느 부처도 국내법인의 우회투자 의혹 등 기존에 불거진 논란을 파헤치지 않는다.

정부가 의지를 지녔다면 박근혜의 보건복지부가 어떻게 사업승인하고

도가 개원 허가했는지 감사에 들어가야 한다. 

우 = 정부가 영리병원을 금지하고 공론조사를 존중한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발언이 계속 나온다.

 문대림 JDC 이사장은 원희룡 도지사가 도민 공론조사를 뒤집고 병원개원을 허가하자

“고뇌에 찬 결정”이라며 감쌌다.

또 보건복지부 공무원은 올초 토론회에 나와

박근혜 정부 정책을 되돌릴 수 없다는 취지로 ‘행정부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녹지병원 승인은 박근혜가 안종범에게 지시한 내용이고 그 이후 실현됐다.

적폐청산 과제이고,

복지부 승인의 잘못을 밝히면 정리되는 사안인데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

▲ 양연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제주지역지부장. 사진=양연준 지부장

- 도의회와 국회는 영리병원 문제에 책임 있게 대응해왔나.

양 = 몇몇 도의원이 간간이 반대 목소리를 내긴 했지만,

도의회나 도당 차원에서 명확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거나 결의한 적이 없다.

특히 국내법인 우회투자 의혹은

도가 만든 조례 위반 사항인데도 공식 조사나 감사는 움직임도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현재 제주도의회 의석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아쉽다.  

우 =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주도에서 영리병원 반대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에 걸맞은 입법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8곳과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한 경제자유구역법과 제주특별자치도법을 개정해야 한다.

- 언론의 영리병원 보도를 평가한다면.  

우 = 일단 조중동과 경제지는 영리병원 찬성론자이니 논외로 치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진보매체들은

민주당이 ‘안 하는’ 부분을 지적하지 않는다.

제주 언론 가운데선 제주경제신문과 헤드라인제주, 미디어제주, 제주의소리 등이

도민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경마식 보도가 문제다.

소송이 나면 ‘병원이 행정소송에 맡겨졌다’고 써선 곤란하다.

 녹지그룹이 짜놓은 프레임에 끌려가는 형국이 된다.

이런 보도에 따르면 영리병원을 둘러싼 정치적 과정은 없어진다.

소송이 왜 발생했고, 해결 방식은 뭔지에 접근해야 한다.

‘이제 중앙정부의 의지, 도의 의지가 중요해졌다’고 판단하고 써야 한다.

도와 국회, 정부가 아무 일도 안 하면 그 부분을 지적해야 한다. 

양 = 제주도 현지 언론이 영리병원 심층 보도를 상당히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직접 거론하긴 어렵지만 지상파 언론과 지역 유력 인터넷 언론사들이 끊임없이 보도를 해줬다.

 영리병원 사태가 터지고 나서 제주도민들의 관련 지식수준이 높다는 점에 놀란다.

여기에 제주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가 역할을 했다고 본다. 

- 녹지병원이 향후 어떻게 쓰여야 한다고 생각하나. 

양 = 일단 중앙정부와 JDC, 도가 합심해서 건물 자체를 인수해야 한다.

서귀포 시민과 도민들 공론조사를 거쳐 용도를 결정하면 좋겠다.

 녹지병원이 지어진 과정이 도민 뜻을 무시한 결과였기에 더욱 공론을 존중해야 한다. 

우 = 건강보험공단이나 교육부 산하인 제주대학교병원, 보훈처 등 국가가 병원을 사는 수단은 여러 가지다.

꼭 공공병원으로 전환하지 않더라도,

어린이병원으로 만들 수도 있고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언급한 4·3트라우마센터를 들일 수도 있다

원문보기: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47763#csidxd69f863a6e3d302a93b95069bc4d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