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맞아 축하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고 볼턴 안보보좌관이 <PBS > 인터뷰 (4/17)를 통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가지려는 노력에 있어서 이 이상 더 적극적일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믿기 어렵다는 말이 사방에서 들린다. 그러나 반북 호전광의 대표 주자인 볼턴의 입에서 나왔으니 신뢰보다 의혹이 앞선다는 것이다. 세계를 제멋대로 요리하는 데에 이골이 난 미국은 북한을 ‘동네북’이라며 심심하거나 필요할 때면 두드려 패는 게 전통이고 관습으로 돼 온 지 70년이 넘는다.
‘악의 축’으로 몰아 무찔러야 할 아주 작은 깡패국, 적국이라고 취급되는 나라다. 이런 적대국의 수장에게 축하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다니 그냥 넘길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니, 그것도 김 위원장 본인 생일이 아니고 그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생신 축하 메시지라니 놀라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겠는가. 국제외교사에 전례 없던 이변이다. 차라리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트럼프는 입이 열리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나 김정은 위원장 찬양이고 두 사람의 관계가 찰떡궁합이라고 자랑한다. 심지어 작년 말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내보이면서 “이건 한 편의 예술작품”이라고 까지 치켜세운 바도 한다. 한두 번 정도면 겉치레 예의로 보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날이 가면 갈수록 더 자주, 더 크게 자랑을 해댄다. 트럼프는 외국 정상 칭찬에는 인색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마 김정은 위원장이 유일하다. 오죽하면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소문이 전 세계 도처에 나돌까. 짝사랑인지, 참사랑인지 단정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두 정상 관계가 공고해서 오래전에 깨지고 말았어야 할 비핵화 대화가 살아서 희망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정상의 관계가 보통 좋은 게 아닌데, 트럼프가 왜 색다른 예우를 또 차릴까? 이게 참 궁금하다.
시의 적절하게 치러진 이번 예우의 처음 발의는 볼턴이나 폼페오라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매번 결정적 순간에 판을 깨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장본인들이기 때문에서다.
그럼 트럼프는 제3의 막후 참모가 있다는 말이 된다. 유달리 뛰어난 판단력과 결단력을 가진 트럼프라 자신의 구상일 수도 있다. “당장 요절을 내겠다”며 입에 온통 개 거품을 물고 달려들다가 돌연 졸지에 평화를 논하자며 북미 대화에 나서는 걸 보면 본인이 구상하고 실천에 옮겼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누구의 제안인가도 관심사이긴 하나, 왜 이 시점에 무엇을 노린 것일까를 짚어보는 것도 매우 생산적일 것 같다. 트럼프와 달리 그의 직속 참모들은 하나같이 줄곧 ‘일괄타결’이요 ‘빅 딜’이요 ‘제재는 끝까지’라며 의도적으로 북을 자극한다. 결국 도발을 유도해서 판을 깨버리자는 작태라고 보인다.
반대로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비핵화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다. 대통령과 참모들의 목소리가 제각각이다. 이것이 하노이 회담 무산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걸 거덜 낸 건 너무나도 끔찍한 실책이고 미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게 지구촌의 압도적 여론이다. 남북 정상의 좌절과 실망을 조속히 치유하지 않고서는 2020년 대선 준비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트럼프는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남북이 다 같이 기뻐할 선물을 준비한 것 같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노여움을 푸는 것은 물론 비핵화 대화를 계속하고 남북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희망도 친서에 밝혔을 것으로 짐작된다. 다른 한편으론 문 대통령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12일, 문 대통령이 백악관 방문 시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될 트럼프의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밝혀졌다. 회담 후 백악관 기자들 앞에서도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서둘러 철저히 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의 남북 정상회담 적극 지지 신호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번 주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에 비건 특별대표가 서둘러 러시아를 방문했다. 대북제재압박 이행을 요청하러 갔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북 러 정상회담에서 푸찐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남북 정상회담과 3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개최에 나서 달라는 걸 부탁하기 위한 방러인 것 같다.
드디어 다음 달에는 골치 아픈 중미 무역 협상도 타결된다. 문 대통령이 지참했다는 트럼프의 메시지는 남북, 북미 간에 공유할 아주 긍정적 제안들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짙어 보인다. 이렇게 트럼프는 다각도로, 전 방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 설득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일단 발등의 급한 불을 껐다.
그러나 여전히 특검보고 후유증이 구천에 떠돌며 발목을 잡고 있다. 거기에다 반북, 반트럼프 세력의 비핵화 대화 방해 공작은 보통 극성이 아니다.
트럼프는 두 개의 전선을 마주하고 있다. 두 개의 저지선을 뚫어내지 않고는 재선은 매우 어렵다. 비핵화의 성과가 재선 판가리 기준이 된다. 이것은 전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약삭빠른 트럼프가 일찍 알아차린 건 천우신조다.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 정치판뿐만 아니라 세계 정치흐름을 훤히 꿰뚫어 보는 보기 드문 전술전략가라는 게 밝혀지고 있다. 초기 일찍 대통령과 보좌진의 국론 분열을 직감하고 거기에 걸맞은 대책을 펴기 시작했다. 두 진영을 분리해 ‘각계격파 작전’을 쓰기 시작했다. ‘친서외교’라는 참신한 신형의 국제외교술을 동원했다.
작전은 적중하고 있다. 가장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은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나오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중재자’ 역할을 할 게 아니라 ‘당사자’로 나서라고 했다. 적재적소에 나온 기막힌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젊은 지도자의 노련한 외교 솜씨에 세상은 진정 탄복하고 지지 응원을 가열차게 보내고 있다. 트럼프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 녹여주는 외교 솜씨를 보라!
또, 콧대 높은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 눈치를 살피게 만든 막강한 조선의 힘을 보라! 이젠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무대에서 걸출한 외교 전술로 21세기를 움직이는 세계적인 지도자의 대열에 서게 됐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 남북미는 드디어 최후 결전의 순간을 맞고 있다. 후퇴는 모두에게 재앙이다. 전진 외에는 길이 없다. 그래선지 몇 달 안에 놀라운 성과가 나오리라는 믿음이 점점 굳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