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정부의 안전관리 지침에 대한 보완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 : 민중의소리) © 편집국 |
공공기관 노동자들이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에 대해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사고, KTX 강릉선 탈선사고, 태안화력발전소 청년노동자 사망사고 등 공공기관에서 연달아 사고가 일어나자 정부는 지난 3월 2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을 제정한 바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23일 오전 11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안전관리 지침이 제정된 후 한 달여가 지났지만 공공기관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철도노조 조상수 위원장은 “안전관리 인력만 증원되었을 뿐 시민 안전 및 작업자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현장안전인력충원이나 노동조건 개선 계획이 불분명”하다며 부족인력에 대한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은 안전관련 경영평가 개선 역시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인천공항지역지부 정해진 노안국장은 “그간 업무 90%가 외주화됐던 공항처럼, 공공기관에서 현장 위험업무는 모두 외주화되어 있었다”며 “이번 공공기관 안전강화 대책에서는 현장 인력 충원, 비정규직 인력 충원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발전노조 한전산업개발발전지부 권혁상 조직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원청이 책임져야 하자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에서 ‘안전사고 시 작업자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계약조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며 예방과 시스템 보완이 아닌 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정부 지침이 왜곡되고 있다고 밝혔다. 집배노조 허소연 교육선전국장은 우정사업본부의 경우 “작년에만 25명의 집배원이 목숨을 잃었고 650건이 넘는 안전사고가 일어났다”며 “매년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같은 정부기관이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대책이 미흡하더라도 눈감아주는 정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의 정부 안전관리 지침에도 정부기관은 그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 김대훈 수석부위원장도 정부의 안전관리 지침에 집배노동자 뿐만 아니라 지방공기업도 대상에서 빠져 있다고 밝혔다. 측량 등 상시적으로 야외업무를 수행하는 한국국토정보공사의 정광희 위원장은 이번 정부의 안전관리 지침에는 “미세먼지 혹한기 혹서기에 야외업무를 자제하는 지침을 적용할 수 있도록”되어 있지만 “업무처리기간이 현재 5일로 규정”되어 있어 정부 지침을 적용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업무처리기간이 영국 29일, 캐나다 17일, 일본 14일 등에 비해 우리나라만 업무처리기간이 터무니없이 짧다며 “이 기간 내에 업무처리를 하려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아주 춥거나 아주 더울 때에도 무조건 업무처리 기간에 맞춰서 업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문>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공공기관 현장 안전을 위한 정책 보완을 요구한다! KTX 강릉선 탈선 승객 16명, 노동자 1명 부상. 백석역 열수송관 파열 1명 사망, 40명 부상. 태안화력 석탄운송설비 점검 중 노동자 1명 사망. 작년 12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연달아 사고가 터졌다.
정부의 잘못된 공공기관 관리 정책과 운영이 불러온 예고된 참사였다.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커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수익 위주보다 안전 위주로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3월 19일 국무총리실에서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 대책을 발표했고, 연이어 3월 28일 기재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이하 안전지침)을 제정했다. 이제라도 안전지침을 세워 수익과 효율성보다 노동자 시민의 안전을 중심에 두고 공공기관을 재편하는 방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안전지침이 제정된 지 한 달여가 지난 지금 공공기관 현장에서 여러 우려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정부는 공공기관 안전인력 2000명을 충원하겠다고 했지만, 현장인력이 아닌 안전관리 인력만 1400여명 충원했다.
예방 차원에서 안전을 관리하는 인력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현장인력 충원 없이 안전관리 인력만 늘어난다면 각종 점검, 조사 등으로 인해 현장의 노동자들은 업무과부하에 시달릴 것이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외주·하청 노동자들은 이마저도 제외되어 반쪽짜리 대책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위험업무에 대해 2인 1조 근무를 약속했지만 인원 충원이 되지 않고 있다.
특히 故 김용균 노동자의 사업장인 태안화력 발전소조차도 위험업무 2인 1조가 온전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는 예산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위험업무와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인해 입사 지원을 하는 노동자가 적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안전을 위해서는 외주화 중단과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및 비정규직 직접고용이 필수다. 인력충원 이외에도 문제가 더 있다.
서부발전과 남부발전은 공공기관 안전 지침 제정이후 하청노동자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계약 규정을 보완하라는 지침을 전사에 하달했다. 하청노동자도 위험업무 작업은 중지할 수 있다고 지침을 만들고, 막상 현장에서는 하청노동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누가 작업을 쉽게 중지할 수 있겠는가! 이율배반이다. 또한 법·제도와 안전관리 지침의 충돌로 현실 적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미세먼지와혹한기, 혹서기의 경우 노동자 작업을 중지하는 보호 지침이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다.
그러나 공공기관 현장에서는 이를 사용할 수조차 없다. 공공기관을 옭죄는 경영평가나 법과 제도 때문이다.
예를 들면 목표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경영평가 점수가 깎이는 경우가 있다. 1~2점 차로 경영평가 등급이 왔다 갔다하는 상황에서 이를 쉽게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국토정보공사 같은 경우는 법상 5일 이내에 업무처리를 하도록 되어 있다.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법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한 여름 땡볕에 소금을 먹으면서 쓰러지기 직전까지 일 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을 효율성보다 안전을 중심에 놓고 운영하고자 하면 지침 제정뿐만이 아니라 면밀한 분석을 통해 공공기관의 법?제도?운영방식을 안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할 것이다. 4월 22일 기획재정부와 공공운수노조가 참여하는 양대노총 공대위는 공공기관 안전관리 대책에 대해 협의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위와 같은 상황을 기획재정부에 충분히 전달했지만 검토 후 추후 협의하자는 답변이 돌아왔다.
공공기관의 안전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검토는 이미 현장에서 끝났다. 당장 제도 보완 절차에 돌입해야 한다.
이에 우리는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안전 관리 인력뿐만 아니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현장 인력을 조사하여 즉각 충원하라! 하나. 외주-용역-무기계약직도 인력을 충원하고, 이에 대한 예산을 증액 편성하라! 하나.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라! 하나. 안전지침에 제외되어 있는 지방공기업, 현업공무원에게 공공기관 안전관리 지침을 확대 적용하라! 2019년 4월 23일 노동자가 안전해야 시민이 안전하다! 공공기관 현장 안전을 위한 정책 보완 요구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