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플로리다의 한 집회에서 트럼프가 동맹국들이 내는 방위비 분담금을 시비하고 나섰다. 매우 위험한 영토 (Very Dangerous Territory)를 지키느라 미국이 많은 돈을 지출하는 곳이 있다고 운을 뗐다.
“엄청난 부자인데, 어쩜 우릴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라 (Probably doen’t like us too much)를 방위키 위해 45억 달러나 지출한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그리곤 한국이 납부하는 분담금을 절반으로 축소해서 겨우 5억 달러 밖에 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은 매년 올라 지금 10억 달러를 내지만, 매년 분담금 협상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어 또 올라가는 건 기정사실이다. 트럼프는 자기 보좌진에게 분담금을 더 올려 받으라고 지시를 내렸다면서 “돈을 더 내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는 빚을 진 빚쟁이에게 할 소리로 우방이나 동맹국이라면 있을 수 없는 소리다. ‘봉’(鳳)으로 보고 한 말이다.
세계 미제 무기 수입국 중 한국이 1위다.
이렇게 엄청난 미제 무기를 사줘도 그저 ‘봉’일 뿐이다. 그래도 한국은 ‘한미동맹’이요 ‘한미혈맹’을 주문처럼 외우며 ‘신줏단지’로 모신다. 단 한 번도 싫은 내색, 불편한 소리를 한 일이 없다.
외관상으로 허울 좋은 동맹이지, 결코 대등한 동맹이라고 볼 수가 없다. 무조건 순종만 해야 하는 불평등 ‘주종관계’의 동맹이다. 분담금 협상이 1년을 끌었다. 초호화 평택 미군 기지를 선사 받은 미국이 분담금을 무리하게 인상하진 않을 거로 믿고 협상을 끌어갔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건 착각이었다.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회담 직전에 돌연 협상이 타결했다. 행여나 북미 대화에 좀 생산적 기여를 하리라 기대를 해서라고 보인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은 합의없이 끝났다. 미국은 자기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우방, 동맹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인정상정 없는 냉혈동물로 급변한다. 협상 탁자에 앉기만 하면 영락없이 한국은 빚을 진 채무자가 되고 미국은 빚 독촉을 하는 채권자가 된다. 평택 미군기지는 미군의 해외기지 중 가장 최신 최대 규모(441만평)다. 공사비만 108억불로 거의 서울 정부가 부담했다.
없는 게 없는 곳일 뿐 아니라 얼마나 호화로우면 ‘아방궁’이라고 까지 부른다. 어느 모로 봐도 이것은 미군을 위한 영구 기지다.
한국의 하루 자살자가 40~50명으로 세계 1위다. 그래서 ‘자살천국’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대부분 생활고 자살이다. 이런 비극을 감내하며 백성들의 혈세로 궁전 같은 기지를 꾸려서 바쳤다. 트럼프 자신도 이곳에 둘러 감탄을 연발한 바 있다. 지구촌에서는 한국을 미국의 1등 ‘충견’이라 비아냥거린다고 한다.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진짜 ‘충견’이면 섬기는 주인의 사랑을 독차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충견’은 몸과 맘을 다 바쳐 상전을 섬기건만, 툭하면 귀싸대기를 얻어맞기 일쑤다.
도대체 이게 웬일인가! 영락없이 “뭐 주고 뺨 맞는 격”이다.
트럼프가 분담금 시비질을 할 때에는 한국이 미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몰아간다.
그런데 이틀 뒤, 백악관을 찾은 신동빈 롯데 회장 앞에서는 돌변해 신 회장을 “한국의 훌륭한 파트너”라고 치켜세운다. 실제로 한국 기업으로선 미주 최대 규모의 31억 달러 투자다. 미국은 무기를 팔고 싶으면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한다. 격렬한 국민 저항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드’를 팔아먹는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 쟁탈전에 특공대로 내몰아도 찍소리 않는 게 한국이다. 주둔비 인상 욕구가 발작하면 미국 측의 출혈이 너무 크다고 엄살을 피운다. 또 협상이 난관에 봉착하면 미군 철수 가능성을 슬쩍 흘린다. 멀쩡한 FTA가 불균형하다고 트집 잡아 재협상을 강요해 자기의 뜻을 관철해낸다. “한국은 미국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트럼프의 플로리다 발언은 주로 인기몰이, 여론몰이가 필요할 때 쓴다.
조석으로 변하는 그의 말을 때로는 역으로 해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울에는 주한미군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사람이 오늘도 태극기, 성조기를 휘날리며 광화문 광장을 누비고 다닌다. 미군 철수 소리만 들려도 한국 국민은 경기를 일으키고 기절한다고 철석같이 믿는 게 트럼프다. 이런 사고방식은 대부분의 미 지배층도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트럼프가 2012년 대선 출마를 저울질 할 때, 자기 지지자들 앞에서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를 시비 성토했다.
분담금을 더 받아내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장담했다. “주한미군을 빼겠다고 하면 한국은 5분 안에 엎드려 살려달라고 빈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해댔다.
이건 명백한 모욕이다. 지금 바치는 10억 달러도 ‘푼돈’이라고 말하니 얼마나 더 받아내야 식성이 풀릴지 알 길이 없다.
착하기만 한 한국을 제멋대로 요리한다. 이걸 모욕이라고 인정한다면 우리도 비장의 카드를 내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미군 철수 카드를 빼 들면 미국이 부들부들 떨게 돼 있다.
이것은 기막힌 ‘꽃놀이패’다. 미국이 동북아 패권 쟁탈전을 완전히 포기하는 괴로운 패배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앞에서 아첨하고 굽실거리는 세계 지도자는 여지없이 무시당하고 심지어 짓밟힌다. 그런데 두둑한 배짱을 가지고 할 말을 떳떳하게 해대는 지도자는 존경을 받는다. ‘찰떡궁합’이라고 소문난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두 정상의 관계가 바로 그래서 맺어진 것이다.
지난 5월 초, 연이은 북측 발사체 발사에 대해 트럼프는 [약속을 깨지는 않을 걸, 딜은 이뤄진다 → 심각하게 주시 →신뢰 위반으로 생각 안 해] 등의 순서로 논평했다.
애써 별 문제가 될 게 없다며 봉합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엄중한 시점에 발사체 발사를 해대는 김정은 위원장의 배짱을 평가하고 신뢰를 보내려는 신호라고 풀이된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찬물을 끼얹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로, 남쪽은 그보다 더한 한미합동훈련, 사드훈련까지 하면서. 이거야 말로 ‘내로남불’ 소리다.
문 대통령이 미국의 눈치를 너무 봐서 백성들의 자주, 존엄, 긍지에 먹칠하고 남북 관계가 얼어붙는다고 재야에선 난리다. 그러니 트럼프가 “미국의 허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심지어 제2조선 총독부라 불리는 ‘한미실무그룹’이 탄생했다. 운전대를 잡은 게 아니라 조수석을 간신히 차지한 꼴이 됐다. ‘코가 꿰었다’는 소문이 항간에 나돈다. 이 은유적 비판 비난이 헛소리리가 볼 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이익이 미국의 국리를 위한 제물로 희생되는 데 협력하는 건 중재자 역할이 아니고 주인 노릇은 더 더구나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시정연설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민족의 이익을 추구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참으로 지당한 조언이다.
지금 서울에서는 재야와 진보 진영에서 일제히 ‘자주’를 소리높이 외치고 있다. 해내외 우리 동포들은 <4.27선언> 1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자주’를 가장 강조했다. 이것이 우리 민족의 사는 유일한 길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정확하게 꿰뚫어 본 올바른 판단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