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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업체서 매달 차명계좌로 입금… 수시로 인사차 돈뭉치 전달
2019-11-06
억대 뇌물 어떻게 전달했나
/ 업체 대표가 통장 준비해 비번 넘겨 / 비번 수정 요청 문자…
직접 인출 정황 /
초기엔 ‘가족 명의 계좌로 송금’ 증언 /
건넨 돈 대부분 회삿돈 횡령으로 마련 /
건설사 등서 받은 돈도 최소 1800만원 /
군납 문제 등 도움 때마다 별도 사례 /
임직원에 ‘아우’ 호칭… 회식자리 호출
이동호(53) 고등군사법원장에게 1억원대의 금품과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한 식품업체 M사 대표이사 정모(45)씨는
경남지역의 실력자로 통한다.
그가 군납하면서 이 법원장을 비롯한 군 관계자 등에게 뿌린 전체 뇌물 규모와
로비 내역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폐쇄적인 군 조직 특성 등을 고려하면
다른 인물까지 연루된 부패범죄 사건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매달 따박따박’ 계좌로 받은 뇌물
5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이 법원장에게 계좌이체를 통해 약 7000만원,
현금 뭉치로 약 3300만원을 건넸다.
은행계좌를 활용한 점에서 이 법원장의 뇌물 수수 방법은 다소 충격적이다.
확인된 계좌는 농협과 국민은행 등 최소 두 곳이다.
우선 농협 계좌로 매달 정 대표가 150만원,
지역의 모 건설사 대표가 100만원을 각각 입금했다.
이렇게 건너간 돈이 2016년 10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총 3860만원이다.
2017년부터는 국민은행 차명계좌로 1000만원을 받았다.
정 대표가 이 법원장을 만난 초기엔 이 법원장 가족 A씨 계좌로 300만원씩 6차례,
총 1800만원을 건넸다는 증언도 있다.
건설사 대표 등 다른 스폰서로 추정되는 인물들에게서 받은 돈도 최소 18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정 대표가 건넨 돈은 회삿돈을 횡령한 것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에서 만연한 비자금 조성책인 ‘월급 페이백’ 수법이 동원됐다.
직원에게 본래 급여보다 많은 돈을 지급한 뒤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돌려받는 방식이다.
정 대표는 미리 준비한 계좌와 도장, 비밀번호 등을 이 법원장에게 넘기고,
M사 회계담당 B씨를 통해 횡령한 돈을 입금했다.
계좌상 흐름은 B씨→C씨 계좌1(M사 임원 가족)→C씨 계좌2로 이체돼
충남 계룡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빠져나간 것이 대표적이다.
계룡대 ATM에서 돈을 인출한 인물은 이 법원장일 개연성이 높다.
M사와 이 법원장의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를 보면
이 법원장은 현금을 인출하려다 비밀번호를 잊은 듯 수정을 요청한다.
차명계좌를 다른 사람 것으로 바꾸는 내용도 상의한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검찰, 법원 등
압수수색 영장에 관여할 수 있는 권력기관 관계자들은
본인이나 차명계좌로 드러내놓고 뇌물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감히 수사기관에서 자신들의 계좌를 열어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고,
설혹 영장을 청구한들 기각할 힘도 있다고 여기는 탓”이라고 말했다.
◆“현금 뭉치는 화장실에서”
이 법원장은 현금도 직접 받았다.
시쳇말로 ‘인사’다.
증언을 종합하면 정 대표 등 M사 관계자들은 이 법원장과 만날 때면 반드시 인사를 했다.
관계자들이 기억하는 것만 2015년부터 2018년 6월까지 총 11차례다.
보통은 계좌이체로 돈을 보내지만 군납에 문제가 불거져 도움을 요청했거나
새로운 사업을 따내는 등 특별한 인사가 필요할 때
정 대표 등 M사 관계자들이 식사와 술을 접대했다.
어묵을 납품하던 M사가 세금계산서를 조작해 감자튀김 납품이력을 만든 뒤
해당 사업을 따냈는데,
이때 정 대표는 1000만원을 건네는 등 총 3300만원을 줬다.
이 법원장은 M사 관계자들을 ‘아우’로 호칭하며 자신의 회식자리에도 불렀다.
한 관계자는 “(이 법원장과) 만날 때는 식사자리에서 (돈을) 건네지만
다른 분들과 회식 땐 화장실에서
장군님 안주머니에 봉투를 넣어주는 게 인사 방식이었다”고 증언했다.
물론 밥값, 술값은 M사 공금이나 개인 돈으로 처리됐다.
M사 관계자들은 회식자리에서 이 법원장의 인맥에 놀라곤 했다.
이 법원장은 현역 군사령관(육군 대장), 전 국가정보원장 등과 어울렸으며,
M사는 이때마다 식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대표 생산품인 어묵 세트를 들려 보냈고
명절 선물 리스트에 포함했다.
◆이동호 고등군사법원장은 누구
군에 따르면 이 법원장은 군 법무병과에서 중요 직책으로 꼽히는 보직은 거의 모두 거쳤다.
2000년 제11회 군법무관 임용시험에 합격해 2005∼2008년 국군기무사령부 법무실장,
2011년부터는 고등군사법원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M사와 처음 접촉한 2015년에는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 법무참모였고,
2018년 법무병과 수장인 육군본부 법무실장과
제38대 육군 법무병과장에 오르며 장군으로 진급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제12대 고등군사법원장에 임명됐다.
고등군사법원장은 군 계급으로 준장이지만,
군내 영향력은 민간의 서울고등법원장을 능가하는
거의 장관급이라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고등군사법원은
군법에 의해 회부되는 각종 항소·항고사건을 재판하는 군내 최종심이다.
국방부에 한 곳만 설치돼 있으며 재판관 5인으로 구성된다.
이 법원 판결의 상고심은 대법원에서 관할한다
특별취재팀=조현일·박현준·김청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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