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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미 국민 유럽 이민 행렬 늘어나, 그 의미는...

미 국민 유럽 이민 행렬 늘어나, 그 의미는...

 

김영란 기자 

 

2022/07/26

 

 

생활비 상승,

치솟는 집값,

미국의 불안한 정치적 상황 등을 이유로

유럽으로 이민 가는 미국 국민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일

「미국인들이 집을 살 여유가 없어 유럽으로 이주하다」라는 기사에서

이탈리아, 포루투갈,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등으로 미 국민의 이민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6월까지

그리스로 이민을 희망하는 미 국민이 지난해 대비 40% 늘어났다.

또한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집을 마련해 이주하려는

미 국민의 숫자가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부동산업체 소더비의 올해 1분기 이탈리아 중개수수료 매출 중

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2%로

전년 5%에서 대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애틀랜타에 살던 사람은 통장에 있는 30만 달러(약 3억 9,300만 원)로는

애틀랜타에서 집을 구하지 못해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섬에서 288제곱미터(87평) 규모의 집을

6만 달러(약 7,900만 원)에 샀다고 보도했다. 

 

또한 블룸버그통신은

유럽에서 미국인 인구가 가장 많은 스페인의 경우

2019~2021년 미국 출신 거주자가 13% 증가했으며

올해에도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치솟는 집값과 더불어 늘어난 범죄로 인해 미국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특히 예전에는 은퇴한 사람들이 주로 유럽으로 이민 갔다면

지금은 젊은 층이 정치, 경제적인 이유로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말리부에서 살다가 포르투갈로 이민 간 제이미 딕슨은

미국의 집값이 오른 것과 더불어

“미국에서 폭력이 너무 많이 증가했다.

아이에게 평범한 어린 시절을 주고 싶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 포르투갈에 사는 미국인들 증가 표시. [포르투갈 이민 및 국경 관리국]  

 


유럽으로 이민 가는 미 국민의 모습은 미국이 살기 힘든 나라라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중산층을 비롯한 서민은

미국의 치솟는 물가, 집값 등으로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어 유럽을 택하고 있다.

여기에 늘어나는 총기 사건 등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감내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며 미국을 떠나는 것이다. 

 

그리고 유럽으로 이민 가는 미 국민의 모습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해서 살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 사람은 자기 국가에 대한 애착과 애정이 있다.

그래서 국가가 어려워지면

작은 힘이라도 보태 국가의 어려움을 타개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미 국민은 경제적, 사회적 이유로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려 한다.

이는 그만큼 미국에 대한 소속감도, 애정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실례로 미국 시카고대학교 정치학연구소가 6월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9%가 자신을 ‘미국의 주권자가 아니라 이방인이라고 느낀다’라고 대답했다.

‘이방인이라고 느끼지 않는다’라는 답변은 46%였다.

미국인들 속에서 자기가 미국인이라는 의식이 옅어지는 것이다. 

 

미 국민은 이런 생각을 지녔기에 쉽게 미국을 떠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현재 겪는 경제적, 사회적 문제는 당분간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그러면 더 많은 국민이 다른 나라로의 이민을 택할 수 있다. 

 

국민이 자기 국가에서 살아갈 이유를 잃고 떠나간다면

이는 국가 존립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미 국민의 이민은 미국이 해체되는 증상 중 하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