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지도 눕지도 않고 1년… 수행 마친 경허의 첫마디는
한 벌 누더기 옷에 빈대와 이가 꽉 차 온몸을 물어뜯어서 만신창이가 되어도 긁는 법이 없고,
구렁이가 문을 뚫고 들어가 어깨와 등에 올라가 기어다녀도, 무심히 그저 앉아서 정진만 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뒤 옷을 벗어 던지고,
주장자도 분질러 내버리고,
목욕하고 옷 갈아입고 경허 선사는 노래했다.
'홀연히 사람에게 고삐 뚫을 구멍이 없다는 말을 듣고
/ 몰록 깨닫고 보니 삼천세계가 내 집일세….'"
↑ [조선일보]
경허의 천장암 시절 얘기를 담은 책
'작은 방에서 도인나다'(혜민기획·10월 말 출간 예정)에 나오는 얘기다.
경허 스님이 깨달은 뒤 18년간 수행 정진을 이어가며 숱한 일화를 남긴 바로 그 암자다.
오는 27일 오후 2시 제막식에 맞춰 '경허의 생애와 선사상' 토론회도 열린다.
열반 기념탑은 경허 선사가 육척 장신을 잠시 뉘곤 했던 1평 남짓한 방이 있는 천장암 인법당 앞에 세워진다.
가로·세로 약 1m의 돌 받침대 위에 1m60㎝ 정도 높이로,
사각기둥 위에 연꽃송이를 얹은 형태다.
'여사미거 마사도래'(驢事未去 馬事到來:나귀의 일이 가기 전에 말의 일이 온다)와 이에 얽힌 일화 등을 새겼다.
천장암 회주 옹산 스님은
"불교뿐 아니라 나라도 어렵고 척박하던 시절, 경허 스님의 출현과 깨달음은
진흙 속에 피어난 한 송이 연꽃과 같았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언론인 이은윤씨는 "나환자 여인을 방에 품어준 것은
버려진 이에게 가족을 찾아준 가장 고차원적 보살행"이라며
경허의 각종 무애행(無碍行) 뒤에 숨은 선지(禪旨)를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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