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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기술

<이의수의 마흔 이후 남자의 생존법>걸어 온 길 속에 내일의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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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누구에게 배운 적이 없다. 다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라",

"지금보다는 나아야 되지 않겠냐?", "잘돼야 한다" 등의 말들만 어려서 들어왔다.

 

우리가 배웠던 많은 것들은 참아야 한다는 것과 이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참아야 했고,

이기는 것이 미덕인 줄 알고 이기기 위해 달리고 또 달렸다.

어떻게 인생을 사는 것이 좋은지,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말해 주거나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살아왔다.

앞서간 선배들이 뛰어나면 저렇게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에 따라 살아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쫓아왔던 인생의 등대 자리에 도달하고 보니

그 등대는 또 다른 등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중년 남자는 자신의 현재 상태가 마치 기억상실증 환자와 같다고 토로해 왔다.

오랫동안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을 등대처럼 여기고 살아왔다고 한다.

그 사람같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년이 된 지금, 자신이 바라본 등대는 은퇴했고,

 후배들에게 자신이 등대가 돼야 하는 상황이 됐다.

 

 등대를 바라보던 데서 이제 등대로 서기 위해 옮아가는 도중,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잃어버린 기억상실증 환자와 같음을 깨닫게 됐다.

 내가 누군가에게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작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혼돈이 생긴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나 자신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어쩔 수 없는 나 앞에서 힘겨워 하는 것이다.

 

 왜 우리는 중년이라는 인생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이 됐을까?

누군가의 등대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살아왔던 길이 아닌

전혀 다른 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새로운 인생의 자리는 지나온 자리의 새로운 이름일 뿐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 속에 우리의 내일이 있었다.

 

나는 마흔과 마흔 중반에 도달했을 때 두 번 크게 마음의 방황이 있었다.

 

지금처럼 살면 안 되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선택해서 지금의 삶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고민했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버릴 수도 없었고,

다시 무언가 새로 시작할 수도 없었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버리고 새 길만을 찾으려 할 때 중년의 어려움은 더 깊어진다.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누군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결정된 인생길을 살아왔기 때문에,

이제는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은 버리고 싶어 한다.

버릴 수 없고 버려서는 안 된다.

 

이전까지 살아온 삶의 길이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줬고 찾아낼 수 있게 했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없애려는 순간 우리는 기억상실증에 걸릴 수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길은 내일을 품고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통해 내일의 희망을 찾아내자.

지금까지 매일 아침을 밝혀 줬던 태양은 나의 남은 날들의 아침도 밝혀줄 태양이다.

특별한 인생을 희망하지만 인생은 그리 특별하기 어렵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즐겁게 잘할 수 있으면 인생은 희망이 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무겁고 지겹고 힘겹다면 당장 새 길을 가라.

그렇지 않다면 내일을 품고 있는 오늘을 즐겁게 감사하며 열심히 살자.

 

 살다 보면 사는 것이 인생이고,

살다 보면 밝은 미소로 아침을 맞이하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leeyuesu@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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