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삶을 되찾았던 순간
언젠가 나는 한 환자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결정적인 순간, 즉 마침내 진정한 삶을 되찾았던 순간에 대해 나에게 말해주었다.
부유하고 편안했던 청소년 시절이 전쟁으로 황폐화되고, 그는 조국을 침략한 나치스에 추적당해 맨몸으로 도망쳐서 방랑자처럼 떠돌아다녔다.
길에서 빵을 파는 행상을 만났지만 그에게는 빵 하나를 사 먹을 돈조차 없었다. 그때 남루한 옷을 걸친 거지가 행상에게 다가가 빵을 샀다. 거지는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를 보고는 빵을 자기가 먹지 않고 그에게 건넸다.
거지의 충동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행동에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 행동은 그를 눈뜨게 해준 일종의 계시였다.
그 순간의 깨달음으로 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그날 이후, 그는 문명사회가 끝없이 탐닉하는 위장과 꾸밈을 의식하고 거기서 고통을 느꼈다.
"전차에 올라 빼곡히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마음속으로 기도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천연덕스런 얼굴로 서로 몰래 쳐다보며 겉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을 평가하고 재산까지 가늠해보는 사람들을 용서해달라고 말입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타자와 자기 이해로 이끄는 가장 근원적인 물음> (폴 투르니에 지음, 강주헌 올림, 포이에마) 중에서 폴 투르니에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1898-1986)는 스위스 제네바의 내과의사이자 정신의학자였다.
그는 어려서 만남들을 통해 자신의 자폐성향을 극복하고 제네바 대학과 파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기술적인 의학만이 존재하던 시기에 의사와 환자가 인격적으로 만남으로써 의술과 인간 이해,종교가 결합해야만 전인적 치유가 가능하다는 '인격의학'을 주창하여 수많은 환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왔으며, 현대 심리학과 기독교를 통합시키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의 심오하고도 실제적인 사상은 여러 저서들과 강연을 통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을 변화시켰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국제 적십자사의 대표로 오스트리아에 파견되어 전쟁 포로들의 본국 귀환 및 아동 복지를 위해 일했다. 그는 20세기 후반에 가장 사랑받는 기독교 의사였다.
특히 20세기 후반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저술가이며 강연자로 꼽히는 그의 저서들은 18개 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들로는
『성서와 의학』『인생의 네 계절』『삶에는 뜻이 있다』 『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현대인의 피로와 휴식』『강자와 약자』『여성, 그대의 사명은』 『모험으로 사는 인생』『비밀』『고독』『인간 장소의 심리학』『귀를 핥으시는 하나님』 『선물의 의미』등이 있다.
또한 미국의 게리 콜린스 박사가 폴 투르니에 생애와 사상을 총망라하여 그의 심리학, 신학, 방법론, 그리고 통찰들을 집대성한 『폴 투르니에의 기독교 심리학』,『인간이란 무엇인가』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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