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雪夜)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밑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追憶)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위에 고이 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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