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 4 지방선거에서 일명 팩스 종이가 선거 관련 용지로 쓰일 예정이어서

효력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올해 4월까지 118억원의 예산을 들여

 1378대의 신형 투표지 분류기를 만들었다.

 

신형투표지분류기 운영 메뉴얼에 따르면

분류기는 제어용 노트북과 분류기, 프린터가 일체돼 있고 프린터로 개표상황표를 인쇄하게 돼 있는데

인쇄 용지로 '감열지'를 사용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인쇄용지에 쓰이는 '백상지'가 아니라 열을 가하는 형식으로

인쇄하는 일명 팩스지를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개표상황표는 선거 당락을 결정지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공문서인데

변형 가능성이 높은 감열지를 사용할 경우

 공문서의 효력이 훼손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관위도 운영메뉴얼을 통해 스스로 감열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선관위는 "인쇄용지에 검게 오염이 생기는 경우"를 가정해

 "인쇄용지 자체의 오염인 경우 발생한다.

감열지의 특성으로 모터의 잔열 등으로 열이 가해진 경우 발생한다"는 내용을 원인으로 꼽았다.

감열지 사용이 규정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공직선거법 제178조에 따르면 개표 절차 및 개표상황표의 서식 등 기타  필요한 사항 등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에 따라 정하게 돼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인 공직선거관리규칙

제99조에 따르면 개표상황표의 표준서식이 정해져 있다.

  

개표상황표는 선거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공문서이기 때문에 표준서식에 따라 작성하게 돼 있고

 보관 역시 철저히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특히 선거관리위원회 사무관리규칙 제52조 서식제원의 표시 규정에 따르면

 용지의 규격과 지질 및 단위당 중량을 표시하고 해당 결정 기준은

중앙위원회 훈령에 따라 정하도록 돼 있다.

행정업무의 효율적 운영에 관한 규정 시행 규칙에도 서식의 우측 하단에 서식의 용지와 규격,

지질을 표시하도록 돼 있다.

 

  

 서식의 지질에 관해 시행규칙에서 별지를 통해 예로 든 '용지의 용도별 지질 기준'을 보면

 보존기간 20년 이상 서식과 보존기간 10년 이상 문서,

 보존기간 20년 미만 및 10년 미만의 문서 모두 백상지를 권하고 있다.

 


각종 민원 신청서 및 신고서와 통지서조차도 백상지 또는 중질지를 권하고 있다.

 

 안전행정부에서도 감열지는 보존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도

 "감열 기록방식의 팩스로 보존기간이 3년 이상인 문서를 수신하였을 대에는

그 문서를 복사하여 접수하여 하다"고 시행규칙에 규정하고 있다.
 

 

 

 

 
▲ 14년형 투표지분류기 운영메뉴얼에 따르면 개표상황표 인쇄용지를 감열지를 사용하도록 규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표상황표는 또한 수기로 명기하게 돼 있고 지역선관위원장을 최종 책임자로 해서

 총 8명이 검증위원으로서 문서를 검증했다고 도장을 찍어야 한다.

 

하지만 감열지의 경우 코팅이 된 특성 때문에

수기와 도장을 찍을 경우 번지거나 변형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공문서로서 감열지 사용이 적절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개표상황표 인쇄 용지를 감열지로 사용하는 것은

공정 선거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감열지라고 하니까 팩스 용지를 연상하게 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보존기간이어서 인쇄용지 업체에 확인한 결과 5년 동안 보존 가능한 용지라고 한다"며

 

"선거 관련 용지는 임기 중 보관이 원칙이라는 점에서 최대 임기가 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문서를 보관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한 "개표상황표를 수기하거나 도장을 찍는 문제도 검토된 내용"이라며

 "일반펜을 사용하지 않고 네임펜을 사용하도록 했고 검증위원들이 도장을 찍을 때도

스템프와 인주 대신에 속건성 특수 잉크를 사용해 찍도록 조치를 해서

 번지거나 하는 변형은 없도록 조치를 했다"고 말했다.

 

선관위는 "이번에 새로 제작된 투표지 분류기는 기존과 달리 프린터가 일체화, 슬림화시키면서

프린터 임차에 따른 비용절감을 고려해 토너 방식의 프린터가 아닌

열 전사 방식의 감열지를 이용한 프린터 방식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관련 문제를 제기한 이완규씨는

 

"감열지는 온도와 습도의 영향을 받으면 기록물이 사라진다.

대부분 공문서에 백상지를 쓰고 있는데,

감열지를 사용하는 것 자체부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감열지는 코팅이 돼 있기 때문에

일반 펜으로 쓰면 종이에 쓰며들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도장을 찍으면 먹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왜 굳이 감열지를 사용해서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지 모르겠다"며

 

 "개표상황표는 보관이 최소 5년을 해야 하는데 이런 문제가 도중에 생길 것은 생각은 안 하고

일체형 투표지 분류기로 바꾸면서

프린터에서 인쇄가 간단한 감열지를 사용한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