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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좋은글

꽃자리 / 구상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1950년대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뒷골목에 '청동다방' 이란
문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다방이 하나 있었다.

 
그곳에 매일이다시피 찾아오는 한 허름한 손님이 있었다.
차를 팔아주는 것도 아니니까 손님이랄 수도 없었다...
매일 출근하다시피 다방을 찾아오는 이 분에게
그 다방에서 배려하여 다방 한켠에 아예 전용자리를 하나 마련해 주었다.

담배를 무던히도 좋아해서 입에서 담배를 뗄줄 모르는,
오죽했으면 호 까지 공초(空超)
(좀 센 발음으로 하면 꽁초로 들리는...)
실제로 꽁초라고 많이 불렸다고 한다.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시고

물욕과 번뇌를 초탈한
시인(詩人)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님 이시다.


이 분때문에 많은 문인들이 '청동다방'을 찾았다.
헌데 오상순님이 사람들을 만날때면 으레
성심껏 악수를 하면서, "반갑고,고맙고,기쁘다." 란 말을 했다.
그리곤, 가지고 있던 사인북을 펼쳐 글을 쓰라고 했다.
무슨 글이든지...

1962년 6월 3일 공초(空超) 오상순(吳相淳) 님이
오랜 병상에서의 투병생활을 마감하고
임종을 지켜보는 가족 하나 없이 이세상을 떠나실 때,
남겨진 유일한 유산이 하나 있었는데,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사인북에다 받아놓은 글을
책으로 엮어 낸 '청동산맥'이란 책이다.

'청동다방' 시절 오상순님께 찾아오는 문인 중에 한 분이
선생의 임종을 지켜 드렸는데, 그분이 詩人  구상님이시다.
평소에 공초(空超) 선생께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하신 말씀과
뜻을 시로 적은게 바로 구상님의 '꽃자리' 란 시다.

지금은 오상순님도, 구상님도 안계시지만...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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