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해학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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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당 욕설시(辱說某書堂) 훈장은 부재중이고 학생들만 칠팔명 앉아 있었는데 방에 들어가 윗목에 앉아있으니 김삿갓을 보고 학동들이 별별 흉을 보면서 수군대는 것이었다
아무 철없는 아이들이지만 찾아온 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계속해서 학동들이 흉만보자 한참동안 훈장님을 기다리든 삿갓은 화가나서 서당의 분판에 다음과 같은 시를 한수 놓고 말없이 서당을 나와버렸다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學生諸未十 학생제미십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解說> 서당을 내 일찍이 알았으니 방안은 존귀한 물건이로다 학생은 모두 열명이 안되는데 선생은 와서 뵙지를 않는고
<독음으로 읽어야 제맛이다> 서당은 내조지요 방중은 개존물이라 학생은 제미십이요 선생은 내불알이라
시는 참아 입에 담기 조차 혹독한 욕이 아닐수 없다. 뜻글자인 한자의 이중성을 절묘하게 표현한 삿갓 시인의 천재성을 엿볼수 있는 단면이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불륜(嚥乳) 김삿갓이 어느 선비의 집에 갔는데 글쎄 홀아비 시아버지와 과부 며느리가 해괴한 짓을.... 김삿갓이 개탄하자 그가 "우리집 며느리가 유종(乳腫)으로 젖을 앓기 때문에 젖을 좀 빨아 주어야 하겠소"라고 했다.
김삿갓이 인륜을 망각한 불륜을 개탄하며 망할 놈의 양반이 예의도 잘 지킨다고 분개하면서 이 시를 지었다.
父嚥其上婦嚥其下 부연기상 부연기하 上下不同 其味則同 상하부동 기미즉동 시아버지는 위의 걸 빨고 며느리는 아래 걸 빠는데, 위와 아래는 서로 다르나 그 짜릿한 맛은 같도다.
父嚥其二婦嚥其一 부연기이 부연기일 一二不同 其味則同 상하부동 기미즉동 시아버지는 둘을 빨고 며느리는 하나를 빠는데, 하나와 둘은 서로 다르나 그 짜릿한 맛은 같도다.
父嚥其甘婦嚥其酸 부연기감 부연기산 甘酸不同 其味則同 감산부동 기미즉동 시아버지는 단 것을 빨고 며느리는 신 것을 빠는데, 단것과 신것은 서로 다르나 그 짜릿한 맛은 같도다.
*註 : [嚥]자는 원래 '삼키다'는 뜻이나 문맥상 '빨다'로, [父]자는 문맥상 '시아버지'로 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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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심내활(毛深內闊)필과타인(必過他人) 김삿갓이 일생을 죽장망해로 세상를 유람하다가 단천(端川)고을에서 결혼을 한일이 있었다.
젊은 청춘남녀의 밤은 시간시간마다 천금이 아닐수가 없지않는가. 불이 커지고 천재시인과 미인이 함께 어우러졌으니 어찌 이루다 말할수있겠는가~!
뜨거운시간에 취해있던 김삿갓이 갑자기 찬물을 뒤집어 쓴사람처럼 부리나케 일어나서 불을 켜더니 실망의 입을 다지면서 벼루에 먹을 갈고 그 좋은 명필로 일필휘지하니......?
모심내활(毛深內闊) 필과타인(必過他人) 털이 깊고 안이 넓어 허전하매 필히 타인이 지난 자취로다
이렇게 써 놓고 여전히 입맛 다시면서 한숨만 내리쉬고 앉자있었다. 신랑의 그러한 행동에 신부가 의아해 하지 않는것은 자명 사실이고 신랑이 일어나는 바람에 원앙금침에 홀로남아 있던 신부는 첫날밤 부끄러움에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 김삿갓이 써 놓은 화선지를 살펴보곤 고운이마를 살짝 찌뿌리듯 하더니 이불에 감싼 몸을 그대로 일으켜 세워 백옥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그대로 내려 쓰기 시작했다.
후원황요부봉렬(後園黃要不峰裂) 계변양유부우장(溪邊楊柳 不雨長) 뒷동산의 익은 밤송이는 벌이 쏘지 않아도 저절로 벌어지고 시냇가의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않아도 저절로 자라니라.
글을 마친 신부는 방긋 웃더니 제자리로 들어가 눈을 사르르감고 누웠다. 신부가 써놓을 글을 본 김삿갓은 잠시 풀렸던 흥이 다시 샘솟으며 신부를 끌어안지 않을수가 없으리라.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글월도 글월이거니와 이에 응답하는 글 역시 문학적으로 표현해 놓았으니 유머도 이쯤되면 단순히 음난패설이라고 하지는 못할것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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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은 누구아들 김삿갓이 전국 유랑 다닐적에 금강산 입구에 도달하여 강을 건너려고, 처녀 뱃사공이 노젓는 배에 올라타서 농을 건네었다.
"여보 마누라 " 하고 부르니 깜짝놀란 처녀뱃사공이 하는 말... "어째서" 내가 댁에 여보 마누라란 말이요? 하고 물으니... 김삿갓 하는 말... "당신배에 올라탔으니,"내 여보 마누라 마누라지"....
이윽고 강을 다 건너서, 저만큼 가는 김삿갓에게 처녀뱃사공 하는 말... "얘야 아들아" 하고 불렀겠다...... "깜짝" 놀란 김삿갓이 하는 말... "내가 어찌 처녀의 아들인가?" 하고 물으니... 처녀뱃사공 하는 말...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까......내 아들 맞지.. 머쓱해진 김삿갓이 웃음지면 하는 말... " 허허허~~~ 맞는 말일세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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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여인과(街上初見) 김삿갓이 어느 집앞을 지나는데 한 아리따운 여인이 시경(詩經)을 줄줄 외우고 있는 게 아닌가! 김삿갓이 즉석에서 한 수 뽑으며 은근슬쩍 그녀의 마음을 떠 본다. 그러자 여인이 답시를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 (不更二夫)의 맹세를 저버릴 수 없다며 거절한다.
김삿갓의 問詩. ?風七月誦分明 빈풍칠월송분명 客駐征?忽有情 객주정참홀유정 虛閣夜深人不識 허각야심인불식 半輪殘月已三更 반륜잔월이삼경 시경의[빈풍 7월]을 줄줄이 외우니 나그네 길 멈추고 갑작스레 情이 생기오. 빈 집에 밤이 깊으면 아무도 모를테니, 오늘밤 자정이면 반달도 지게 될 거요.
여인의 答詩 難掩長程十目明 난엄장정십목명 有情無語似無情 유정무어사무정 踰墻鑿穴非難事 유장착혈비난사 己與農夫誓不更 기여농부서불경 먼길 가는데는 뭇사람 눈 피하기도 어려운 법, 정은 있어도 말 못하니 情없는 줄로 아소서. 담넘고 벽뚫어 들어 오시긴 어렵지 않겠지만, 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 불경이부(不更二夫): 한 여자는 두 남편을 섬기지 않는다는 고사. * 유장착혈(踰墻鑿穴): 남의집 부녀자를 보려고 담을 넘고 벽을 뚫는다는 고사 ('孟子'출전).
참 대단한 문장가로군요. 어떻게 두 사람이 이렇게 韻字까지도 똑같게 맞추었을꼬? (明.情...更= 明.情...更). 두 사람은 以書傳心. 텔레파시가 이미 통했나 보군요. 고놈의 '不更二夫'만 아니라면!
* 시경의 [빈풍 7월]이란? 시경은 고대 중국 周나라 때 각 지방의 전래민요를 수록한 민요집으로 [국풍]편의 [빈풍]쪽에는 주나라 빈지방에서 유행하던 [7월]이란 민요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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贈某女 증모녀 김삿갓이 과거 보러 한양으로 갈 때 어느 나루터에 배에서 내리니 이미 어두움이 깔렸고 날씨마저 비가 내렸다. 주막도 찾지 못하고 있는데, 어떤 소녀의 도움으로 젊은 과수댁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여인은 미인이기도 하지만 우수에 젖어있고 남자를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을 그 는 알 수 있었다. 소녀가 밥상을 치우러 왔다. 이때 김삿갓은 그 소녀 편에 贈某女(증모녀)시를 적어 보냈다.
客枕條蕭夢不仁 객침조소몽불인 滿天霜月照吾隣 만천상월조오린 綠竹靑松千古節 녹죽청송천고절 紅桃白李片時春 홍도백리편시춘
昭君玉骨湖地土 소군옥골호지토 貴妃花容馬嵬塵 귀비화용마외진 人性本非無情物 인성본비무정물 莫惜今宵解汝?(옷자락 거) 막석금소해여거
* 枕 ; 베개 침 嵬 ; 높을 외 ? ; 옷자락 거 蕭條(소조) ; 쓸쓸한 모양 昭君(소군) ; 漢나라 元帝(원제)때의 미녀였던 王昭君(왕소군) 貴妃(귀비) ; 唐(당)나라 玄宗(현종)때의 妃였던 楊貴妃(양귀비) 馬嵬(마외) ; 양귀비의 무덤이 있는 곳
나그네 잠자리가 너무 쓸쓸해 꿈자리도 좋지 못한데, 하늘에선 차가운 달이 우리 이웃을 비추네. 푸른 대와 푸른 솔은 천고의 절개를 자랑하고, 붉은 복사꽃 흰 오얏 꽃은 한 해 봄을 즐기네.
王昭君(왕소군)의 고운 모습도 오랑케 땅에 묻히고, 양귀비의 꽃 같은 얼굴도 마외파의 티끌이 되었네. 사람의 성품이 본래부터 무정치는 않으니, 오늘 밤 그대 옷자락 풀기를 아까워하지 말게나.
왕소군이나 양귀비 같은 천하일색 미인도 죽으면 다 한 줌의 흙이 되는데 오늘밤 네 몸의 옷 풀기를 애석하게 하지 말아라. 독수공방하는 과수댁에게 詩(시)로써 직선적인 유혹한 것이다.
여인은 김삿갓을 안방으로 불러드렸다.
여인이 술상에 마주 앉아 李白(이백)의 將進酒(장진주, 술을 권함) 詩(시)의 일부를 읊으면서 김삿갓이 보내온 某贈女(모증여)에 대한 詩答(시답)을 한 것이다.
黃河之水天上來 황하지수천상래 奔流到海不復回 분유도해부복회 高堂明鏡悲白髮 고당명경비백발 朝如靑絲暮成雪 조여청사모성설
人生得意須盡歡 인생득의수진환 莫使金樽空對月 막사금준공대월 天生我材必有用 천생아제필유용 千金散盡還復來 천금산진환부래
황하의 물은 하늘에서 내려와 흘러 바다로 들어가서 다시 돌아오지 못 한다. 고대광실 밝은 거울 앞에 흰머리 슬퍼구나 아침에는 검은머리 저녁에는 눈처럼 희어 지니.....
인생의 좋은 때에 맘껏 즐겨어라. 금 술잔 빈 채로 두지 말아라. 하늘이 내 재주 주었을 때는 꼭 쓰임이 있음이야 천금은 다 써버려도 다시 돌아오려니라.
이렇게 하여 술잔 을 주고받아 거나하게 취하여 이야기 한 내용은 아무도 모른다. 금술잔 빈채로 두지말라는 여인의 요구에 모른척 할 김삿갓이 아니었다. 김삿갓이 그녀의 치마끈을 풀었을 때 그녀도 김삿갓의 허리띠를 풀었다. * 이시는 다른 口傳(구전)으로서도 여러 설화가 있은데 김삿갓의 詩(시)중에서도 대표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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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댁의 봄 날 김삿갓은 한양에 과거보러 가야 하는데...,,,, 며칠을 머물 것인가 생각을 하면서 마루에 앉아 따뜻한 봄볕을 쪼이고 있었다. 마당가에 있는 정원수 주위를 제비들이 부산하게 날고 있었다. 문득 시상이 떠올랐다.
燕子(연자, 제비) 一任東風燕子斜 일임동풍연자사 棠梨樹下訪君家 당리수하방군가 君家春盡飛將去 군가춘진비장거 留待棠樹後歲花 유대당수후세화
불어오는 東風(동풍)에 제 몸을 맡겨 제비가 날아들어, 정원수 아래 그대 집에 찾아 왔구나. 이 봄 가면 그대 또한 멀리멀리 날아갔다가, 정원수의 꽃이 피는 내년 봄을 기다리겠지.
그가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몸이니 떠나가야 된다고 했지만 여인이 쉽사리 보내주지 않았다. 그도 싫지 않았다. 떠난다 떠난다 하면서 열흘을 밤낮으로 마시며 뒹굴고 농탕질을 하고 지냈다.
그런데 김삿갓의 시를 음미한 여인이 과거 보러 떠나라고 하였다. "내가 과거에 낙방을 해도 사랑 하겠느냐?" 김삿갓이 물었다. “서방님이 나를 버리시지만 않는다면....... ” 금비녀를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곧 술상을 봐 가지고 들어왔다. 연거푸 몇 사발을 마시고 조용히 즉흥시 한 수 읊었다.
抱向東窓奔未休 포향동창분미휴 半含嬌態半含羞 반함교태반함수 低聲暗問相思否 저성암문상사부 手整金釵小點頭 수정금채소점두
* 奔 ; 달릴 분 羞 ; 바칠 수 釵 ; 비녀 채
가는 허리 껴안고 쉼 없이 즐긴 밤, 그 모습 수줍 달까, 교태롭 달까, 사랑이 아직도 이냐? 가만히 물었더니, 금비녀 매만지며 고개만 끄덕이네.
곧이어 그녀도 김삿갓에게 시를 읊어 주었다.
妾有黃金釵 첩유황금채 嫁時爲首飾 가시위수식 今日贈君行 금일증군행 千里長相憶 천리장상억
제가 지녀온 황금 비녀는 시집 올 때 머리에 장식 한 것이요. 오늘 떠나시는 낭군께 드리옵니다. 천리를 가시더라도 길이 기억 해 주소서!
김삿갓은 떠나면서 지은 시를 그녀의 순백색 인견사 속치마에 써주었다. 그녀는 금비녀와 두둑한 노자 돈주머니를 김삿갓 에게 선물하였다.
* 이 작품은 기생들과 어울려 장난하면서 지은 시라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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