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의 기질 이야기를 할 때는 타고난 ‘아부의 기질’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다 식민지를 오래 가졌던 못된 버릇 (제국주의 근성), 즉 ‘약육강식’ 근성이 몸에 배어 있다.
약자는 사정없이 짓밟아 버리고 강자에겐 온갖 추태를 부리며 아부를 떤다
. 최근 일본 아베 총리가 완벽하게 일본의 전형적 아부, 아첨 기질의 극치를 보여줘서 전 지구촌이 실소를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 15일, 트럼프가 비상사태 선포 기자회견에서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을 논하는 도중 느닷없이 아베가 자신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추천했다고 자랑했다. 트럼프는 아베가 노벨 위원회에 편지를 보내게 된 사연을 이야기 했다. 북 미사일이 일본 영공을 지나가고 경보가 발령되는 등 일대 위기로 부터 내덕으로 안전하게 됐으니 고마워 노벨 위원회에 편지를 보내게 된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나는 아마 노벨상을 받지는 못할 거다. 하지만 괜찮다. 그런데 오바마는 받았다.”라며 자격 미달인 오바마가 받은 걸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사실, 외상으로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가 끝까지 외상값을 지불 않고 결국 떼먹고 말았으니 트럼프가 핀잔을 할만도 하다. 그는 자신과 오바마와의 차별화를 보이는 동시에 자기는 평화상 값을 꼭 치루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소식통은 트럼프의 부탁으로 아베가 편지를 썼다고 한다. 사실이면 트럼프가 매우 평화상에 관심이 있는 걸로 봐야 맞다. 그러나 응분의 값을 치루고 노벨 평화상을 받겠다는 결의가 엿보인다.
워낙 천재적 아첨, 아부 귀재로 소문난 터라, 아베의 편지에 놀랄 사람은 없다.
입에 개 거품을 물고 반북, 반통일, 반조미대화에 광분하던 아베가 갑자기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앉아 현안을 논하고 싶다는 추파를 던지고 있다. 여기서 꼭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아베가 진정 평화 대화를 지지해서 노벨 위원회에 편지를 썼을까? 아니면 트럼프에게 충성스런 아첨을 떨기 위한 작품일까? 오죽했으면, 아베가 보낸 편지를 놓고 일본에서도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양심적이고 이성을 가진 일본인들은 국제적으로 망신스런 일이라고 개탄한다. 또, 유명한 일본 언론인 오사무는 TBS <선데이 모닝>에 출연해서 “그렇게까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하지 않으면 안되냐”고 질타했다.
또 세계 여론도 매우 차갑다. 아첨꾼의 본성이 여지없이 까밝혀진 최고, 최대 희극이라고 비웃는다. 비공개가 원칙이라 알 길은 없지만, 일각에선 아베의 편지 내용에는 트럼프를 적극 추천하는 동시에 김 위원장을 폄훼하고 평화상 불가를 역설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받아들이기 힘들 긴 하나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아베가 평양에 대화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건 1차 조미 정상회담 결과가 나온 뒤이다. 그 후 앞에서는 대화를 하자면서 뒤에서는 조미 대화에 발목을 잡는 짓을 계속해왔다.
이제 2차 조미정상회담이 확정되자 아베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겠다는 소리를 한다.
북과 진정으로 대화에 임할 의지가 있다면 먼저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순서다. 식민지에 대한 깊은 사죄 배상이 선행돼야 한다. 강제 징용 및 위안부에 대한 응분의 보상과 사죄가 있어야 한다. 물론 재일동포들에 대한 부당한 차별 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북은 친선, 호혜, 평등, 내정불간섭이 대외정책의 기본 원칙이다. 일본이 대화를 위한 진정한 자세를 보인다면 대화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 북은 지체 없이 김정일─고이즈미 <조일평양공동선언> (2002) 정신으로 돌아가자고 할 것이다.
당시 조일국교정상화까지 합의됐으나 보수우익 세력이 납치문제를 걸고 판을 뒤집어서 무산된 것이다. ‘제네바 합의’로 조미관계가 급속 발전되자 일본만 왕따가 될 걸 우려해서 조일 간 대화가 이뤄진 것이다.
지금 상황이 17년 전과 다르질 않다. 이번 베트남 조미 회담 직전에 아베가 트럼프에게 전화를 하게 돼있다. 아마 김 위원장이 자신을 평양으로 초청하도록 트럼프가 노력해주기를 빌고 또 빌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