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한지 7년 만에 이뤄진 첫 북러정상회담이 열렸다. 김정은 위원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을 한 후 만찬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확대회담 모두발언에서 “위원장 동지께서 우리의 초청을 수락하셔서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하신 데 대해 깊은 사의를 표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친근한 벗들, 러시아의 인민들에게 보내는 우리 국가와 인민의 따뜻한 인사를 전해 드린다”고 답례했다. 우호적인 분위기가 오간 속에 북러 정상은 어떤 이야기를 나눴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재 한반도와 지역 정세 ▲향후 지역 정세의 안정과 관리에대한 전략적 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발전시키는 문제를 의논하는 데 북러정상회담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북러관계의 새로운 전성기 북러관계는 뿌리 깊은 우호 관계이다. 무엇보다도 김일성 주석은 일제강점 시기 소련과 함께 일본과 전쟁을 벌였다. 제국주의에 반대하여 함께 피를 흘린 ‘전우’인 셈이다. 또한, 소련은 북한의 건국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북러관계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소련이 미국과의 평화공존 노선을 채택하거나 1991년 소련이 해체를 결정할 때 악화되었다가 푸틴 집권 이후 꾸준히 회복되어 가고 있다. 푸틴은 2000년 소련을 포함하여 러시아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1년 러시아를 무려 23박 25일 동안 방문하며 북러관계를 돈독히 다졌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통해 북러관계를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 교류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노동신문 4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북한과 러시아는 정부, 국회, 지역, 단체 등 사이의 교류협력을 논의했고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를 활성화하기로 하였다. 무역, 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는 올해 3월에 9차 회의가 모스크바에서 열리기도 한 북러경제협력기구이다. 올해 회의에 북한은 대외경제성, 수산성, 철도성 등 대표 15명이 참가했다. 북러정상회담에 따라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경제협력이 더욱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경제협력을 넘어 깊은 유대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노동신문은 북러 정상이 “국가건설과정에 이룩한 성과와 경험들을 교환하시였”다고 소개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외교적 논의를 넘어 자국의 내정까지 경험과 의견을 논의할 정도로 허심하고 우호적인 신뢰관계를 맺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북러 정상은 애초 1시간 동안 단독회담을 갖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2시간가량 진행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과 만찬에 이르기까지 함께 대화를 나눈 시간은 5시간이나 된다. 북러정상회담 후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사안의 세부사항을 꿰뚫고 있고” “모든 일을 훤히 파악하고 자신만의 입장을 갖고 있”다면서 “경험이 풍부하고 교육을 잘 받은 매우 균형 잡힌 지도자”라며 호평했다. 푸틴, 김정은 위원장에게 길을 묻다 북한과 러시아는 깊은 관계를 형성해 나가면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도 전략·전술적으로 협조하기로 하였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어떤 방식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지,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러시아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역할’을 찾으려 한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가 서로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 자주적 친선협조 관계임을 명백히 알 수 있으며 러시아가 대외관계에 있어 북한과 한목소리를 내려한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푸틴은 정상회담에서 어떤 역할을 찾았을까? 김정은 위원장은 북러 확대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전적으로 미국의 차후 태도에 따라 좌우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상황에 다 대비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4월 12일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고 3차 정상회담을 할 시기를 올해 말까지로 못 박은 바 있다. 모든 상황에 대비한다는 것은 북한이 대화 외의 방법, 예컨대 전쟁까지도 준비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일방적이며 비선의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최근 한반도와 지역정세가…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며 북미대화 파탄의 책임이 미국에 있음을 밝혔다. 변화를 촉구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주장에 공감하고 북한과 한목소리를 낸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과 회담한 푸틴 대통령은 북러정상회담 직후 “미국이 건설적 태도를 취하면 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고 , (미국이 건설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태도
또한,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평화체제 구상’에 협력하기로 한 듯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인 평화보장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북미정상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도 “북한에 다자안보와 같은 체제 안전 보장이 필요하다”며 “6자회담 체제가 가동돼야 한다”고 다자회담을 제안한 것이다. 이렇듯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구축 문제에 대해 전략·전술적인 견해 합의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앞으로 의사소통과 협조관계를 더욱 두텁게 가져갈 것이다. 한편, 평화체제 구축을 논의하자는 제안에 산통을 깬 것은 다름 아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다. 볼턴은 푸틴의 제안에 대해 “북한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대일 접촉을 원했”다며 거부감을 드러냈다. 볼턴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표현을 빌리자면 “멍청한” 말을 내뱉은 것이다. 볼턴은 지금 대화 당사자인 북한이 어떤 구상 갖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지 기초적인 이해조차 못하고 있다.
볼턴이 백악관 요직에 앉아 이 같은 태도를 유지한다면 한반도 정세를 위험천만한 지경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볼턴은 북한과 마주앉아 정상적으로 대화를 할 수준과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사회주의 나라들의 친선과 단결, 미국을 향해 조여 오는 포위망 이번 북러정상회담에서는 의미심장한 장면이 있었다.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선물로 장검을 주고받은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검을 선물하며 “절대적인 힘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검을 선물하며 “우리의 풍습에 따라서 칼을 줄 때는 악의를 품지 않았다는 뜻에서 돈을 주게 돼 있다”며 동전을 건넸다.
북한과 러시아의 선물증정은 서로 ‘절대적인 힘’을 교환하며 서로에게 악의를 품지 않았음을 보여준 상징의식이었다. 그렇다면 북한과 러시아, 그 연대의 칼끝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그 답은 북한의 최근 대외 행보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북한은 2018년부터 지금까지 중국과 정상회담을 수시로 하며 교류하고 있고,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베트남과 정상급 외교를 펼쳐 관계를 발전시켰다. 북한이 최근 큰 외교성과를 내고 있는 이 나라들은 모두 사회주의 나라이거나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맞서 대항하고 있는 나라들이다. 북러정상회담 후에는 4월 28일 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NPT를 탈퇴할 수도 있다고 밝히며 “북한을 방문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곧 방문 시점을 발표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일이 일어났다. 언뜻 보면 이란이 NPT 탈퇴와 북한 방문을 함께 언급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이란 외무장관의 발언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란은 미국과 2015년 핵합의를 맺었지만, 미국은 2018년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탈퇴했다. 유럽연합도 미국의 명분 없는 핵합의 탈퇴에 반발할 정도였다. 이란은 미국에 대해 굴복 없는 강경대응을 끝까지 해나갈 것을 천명하는 방법 중 하나로 북한과의 교류을 선언한 것이다. 이란의 행보는 사회주의 나라들, 미국이 그동안 괴롭혀온 나라들, 미국의 압박에 맞서던 나라들이 북한을 중심으로 모여들고 있는 추세를 정확히 보여준다. 특히, G2인 중국과의 관계를 단단히 다진 북한은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통해서 반미노선을 걷고 있는 군사강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공고히 발전시켰다. 북한은 제각기 싸우던 반미반제국주의 나라들의 단결을 이뤄내고 있다. 미국은 반미국가들을 각개격파하는 것도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들 나라들이 단결을 이루면 승리할 가망이 없다.
반면, 미국은 패권을 유지하려 그럴듯한 명분도 하나 없이 분쟁을 거듭한 끝에 변변한 동맹국도 모두 잃은 채 점차 포위되고 있다. 바야흐로, 그동안 패권을 쥐고 세계 곳곳에서 전횡과 분쟁을 일삼던 미국의 시대는 가고 자주외교로 친선우호 관계를 확대하는 북한 발 새로운 세계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