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67561
규제 완화하면 기업 경쟁력 강화된다는 거짓말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가 한국 사회의 안전 기반을 흔들고 있다.
반도체 산업 필수 소재의 문제로 시작된 우려가
어느 순간 기업 전체의 문제로 확장되었고,
산업계가 갑자기 환경 규제를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화학물질등록평가법(화평법) 중심으로 하는
화학물질관리 규제는 공공의 적이 되어버렸다.
산업계의 논리는 안전 기준이 높아지면서 공장 신설이 어려워졌고,
기업들이 소재 개발을 외면하는 바람에 이번 수출규제 위기가 가중되었다는 것이다.
과도한 안전규제가 소재와 부품, 장비의 국산화를 방해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국내 화학물질 규제는 선진국의 화학물질 규제에 비해 강력한 상황이 아니다.
유럽과 비교하면 10년이나 늦은 정책 후발 주자로 유럽과 다르게
제품에 대한 관리 규정이 빠지면서
처음부터 반쪽짜리 관리 규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미국의 화학물질 신고 및 평가 규정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것처럼 보이지만,
관리 부분에서는 기업의 존폐마저 좌우할 정도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통해
기업 안전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비해 안전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은 매우 낮은 편이다.
기업의 안일한 화학물질 관리가 원인이 되어 2011년 가습기살균제 참사,
2012년 구미,
2013년 화성의 불산 누출사태 등
화학 사고가 연달아 일어나면서
안전에 대한 관리 필요성이 대두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고의 교훈을 통해 긴 기간 사회적 합의를 이뤄 만들어진 사회적 안전망이
지금 기업들이 공공의 적으로 내몰고 있는 화학물질관리 규제이다.
2014년 105건, 2015년 113건으로 이어지던
화학사고발생은 화학물질 관리 규제 논의를 통해
2017년 87년, 2018년 66건으로 줄어드는 추세이다.
또한, 이런 환경 규제를 통해 장기간 지속하던 대기오염물질 배출정보 조작 등
비윤리적 경영 사례를 밝혀내면서
안전 사회로의 첫발을 겨우 내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산업계는 단편적인 정보만을 선별해
국내 화학물질 규제가 선진국의 규제보다 강력하다는 논리를 펼치며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도화선이 되었던 반도체 업계의 피해는 우리 생각보다 크지 않다.
애초에 일본의 수출 규제 사태는 시장논리가 아니라
정치·외교적 문제로 시작한 것이기에,
그 해결도 외교적 차원에서 풀어낼 수밖에 없다.
산업계의 요구처럼 규제를 푼다고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이 문제는 소재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기업의 자구적인 노력,
정부의 수입 관련 행정 절차 기간 축소와 한시적인 수입 완화 조치 등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사실 화학물질 신고 및 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관리 제도는
국내 소재 산업경쟁력은 선택의 문제로 외면받았을 뿐이다.
우리 기업의 화학물질 안전 관리와 산업경쟁력 수준을 판단했을 때,
경제계의 요구는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화학물질관리 규제 완화가 아니라
이미 경제계에서 중복 규제로 개선을 요구했던 장외·위해 관리계획의 통합 관리,
정부도 환경무역장벽인 유럽의 신화학물질관리제도(REACH)에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화학물질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체계를
더는 흔들지 않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 것은
노동부, 환경부, 식약처 등 화학물질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여
기업의 규제 부담을 줄이는 정책접근이다.
나아가 시장을 핑계로 건드려서는 안 될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분야에 대한 지원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실질적인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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