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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지식인의 원형과 사회적 책무

지식인의 원형과 사회적 책무


탁류


2020.01.14



인텔리겐차가 어쩌고 근대 유럽사회가 어쩌고 그런 거 말고

까마득히 오랜 옛날에도 지식인이 있지 않았을까?

지식인은 뭐고 그들의 사회적 책무가 뭔지에 대해 생각해 본다.

 


1. 지식인의 원형

 

지금으로부터 5만년 전

어느 팍산한 구릉의 높다란 지점 풀 숲속에 웅크리고 앉아

미간을 찌푸리며 저 멀리 떨어진 강가에 흩어져있는

작은 점 같은 들소떼들의 움직임을 응시하던 한 인간이 있었다.


혹시 이 놀라운 시력을 갖춘 인간이 지식인의 원형이 아니었을까?

나는 지식인이란 처음엔 눈이 좋아 멀리 있는 사물이나 사냥감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인간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 전체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있는 정보를 가장 먼저 인지하고

그 사실을 자신이 속한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 눈이 좋은 사람이 지식인이다.

때로 지식인은 이익만이 아니라

위험 요소를 인지할 때도 있었을 것이다.

 

 

2. 지식인의 책무


지식인은 자신이 본 것이 공동체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든

위험을 불러일으킬 것이든

그것을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알려줄 도덕적 의무가 있다.


왜 그런가?

그가 가장 먼저 인지한 유일한 사람이며

그의 정보전달이 공동체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 좋은 사람은 눈이 나쁜 사람보다 멀리 볼 수 있으며

그가 가진 생물학적 차별성에 이미 책무가 내재해 있다.

뿐만 아니라, 지식인의 책무는

그가 특수한 정보와

그 정보로부터 멀리 떨어진 공동체의 운명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자연스레 발생한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 볼 점은 지식인이 처한 위치다.


지식인은 자신이 본 것과 마을의 구성원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지식인은 무형의 정보를 전달하는 위치로 인해 매개자가 된다.

즉 그들은 정보 중간상이다.

 

 

3. 지식인의 위험 요소

 

그러나 지식인이 자신이 본 것을 구성원들과 공유하지 않고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서 중간에서 가로채기한다면,

즉 정보를 수정 왜곡해서 전달하거나

본 정보를 아예 차단한다면,

이때부터 지식인은 정치적 판단에 좀 더 밀착하게 된다.


이런 중간상의 위치가 가진 이중적 역할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바뀐 게 없다.


그래서 지식인엔 오직 두 종류만 있다.

정보를 가공하거나 정보를 차단하는 지식인이 그 하나이고,

있는 그대로 정보를 충실히 전달하여

공동체의 역사적 목표를 완수하는 지식인이 다른 하나다.


지금도 사냥감이나 환경의 변화를 감지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마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극소수의 중간상들이 있는 반면,

마을 사람들의 눈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고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공간을 만들어

소수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음으로 양으로 봉사하는 양성된 중간상들이 있다.

 

 

4. 양성된 지식인의 색출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이런 양성된 중간상들을 구분하는 방법은 뭘까?


그들은 항상 다수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것이므로

대중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매우 개 돼지 친화적인 인간들이다.


카멜레온을 능가하는 보호색을 자랑한다.

그들의 뚜렷한 특징은 정보를 왜곡하는게 아니라

대중들로부터 정보를 차단하는데 있다.

"내가 틀린 말 했냐?"는 거다.

틀린 말 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해야할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수의 이익실현에 매우 중대한,

반드시 이야기해줘야 할 것들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고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그것도 끊임없이.

그들이 차단하는 정보는 바로 이 땅의 실체와 민족의 해방이다.

합리가 어쩌고

논리가 어쩌고

토론이 어쩌고

정의가 어쩌고 하는

바로 그런 사람들이 양성화된 중간상이다.

 

이들은 나쁘다.

아주. 처벌하고 비난할 노출된 근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지속적으로 희석된 악영향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넓은 범위에 걸쳐 오랜 시간동안 미치기 때문에

일회성의 노출된 범죄행각에 비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


이들이 파란 수의를 입고 고개 숙이는 세상이 아니면

그 세상은 뭔가 잘못된 세상이다.

이들이 마이크 앞에서

선생 행세를 하며 주목받는 세상은 뭔가 잘못된 세상이다. 

 

5. 맻음말

8도를 굽이굽이 민중들의 삶의 애환이 반만년 녹아내리고

쌓인 골목 마다마다 골짜기 마다마다를

콘크리트 쳐 바른 길을 따라 차를 몰고

휑하니 지나가다 멈춰서는 곳이 맛집 맛집 맛집이고

이게 남반도 사람들의 여가이자 삶의 궁극적 의미이고 종착역이다.


죽어가던 이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다 바람에 흩어져버린 아픔과

그네들의 탄식은 네온사인과 가로등 밑에 파묻혀버렸다.


과거를 이야기하되

그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지 않고

저 멀리 동떨어져 있는 과거일 뿐이며

어제가 이어져 오늘에 다다른 과정은 간 데 없이

오늘만 지지고 볶는다.


이것은 니가 어떤 역사의 굴곡을 거쳐

진정 오늘의 이 모습으로 서 있게 되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이 땅에서 삶을 살아가야할 지,

그것을 가르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지식 중간상들은 시대가 처벌해야한다.

우리가 법치주의라는 이름하에서 사는 한

이들을 색출하거나 처벌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