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향 “개성공단, 박근혜의 단 한마디로 3시간 만에 닫혔다”
김영란 기자
2022/06/20
▲ 백자 민족위 상임운영대표와
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전 이사장이 지난 16일 대담을 나눴다
. [사진출처-민족위 영상 화면 갈무리] ©김영란 기자
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전 이사장이 지난 16일 대담을 나눴다
. [사진출처-민족위 영상 화면 갈무리] ©김영란 기자
“많은 사람은 개성에 공단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맞는 말이긴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관계, 통일, 평화의 상징이었다
. 매일매일 개성이라는 곳에서 총 14년간
남과 북의 6만여 노동자들이 함께 생활하고 웃고, 울며 함께 지내면서
평화와 통일이 만들어지던 기적의 공간이었다.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었다.”
김진향
전 개성공업지구 지원재단 전 이사장은
개성공단의 의미에 대해 이처럼 강조했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이하 민족위)가
지난 16일 김진향 전 이사장과 대담을 나눴다.
김진향 전 이사장은
이날 개성공단의 다양한 사진을 설명하면서
공단의 이모저모와 비화를 소개했다.
김진향 전 이사장은 운명처럼 개성공단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향 전 이사장은 참여정부 5년 내내 청와대에서 일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시점인 2017년 12월 말에
김진향 전 이사장에게 한마디 건넸다고 한다.
“김 박사, 개성공단은 별문제 없겠죠?”
김진향 전 이사장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80여 개의 기업이 들어선 조건에서
이명박 정부도 개성공단을 잘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던진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개성공단으로 결국 갔고, 자신의 운명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진향 전 이사장은 남과 북이 합의했던 개성공단 전체 규모는
문서로는 2천만 평이지만
구두 합의로는 1억 평이었다고 소개했다.
김진향 전 이사장은 “(개성공단에) 5만 5천 명의 북측 노동자가 있었다.
개성시, 개풍군, 장풍군, 판문군 일대에서
2만 3천 명이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했다”라면서
“개성공단에서 가장 높은 곳이 정배수장인데
, 정배수장 옥상에 올라가서 아침 출근 시간하고
저녁 퇴근 시간에 출퇴근하는 북측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렇게 평화가, 이렇게 통일이 온다고 생각했다.
개성공단이 남과 북에 5개,
10개 됐으면 실질적인 평화고 통일 아닌가.
남북은 그걸 원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향 전 이사장은 박근혜의 단 한마디로
개성공단이 폐쇄된 날인 2016년 2월 10일을 생생히 떠올렸다.
“2016년 2월 10일,
박근혜의 딱 한 마디 ‘닫으세요’로 세 시간 만에 14년의 역사가 닫혔다.
이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2016년 2월 10일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 설 연휴를 쇠러 개성에 있던 많은 남측 주재원들이 다 남측에 내려온 상황이었다.
개성에는 회사별로 당직 두세 명씩, 약 200명 정도 있었다.
설 연휴를 쇠고
내일(11일)이면 개성에 다시 들어가려 준비하고 있는데
통일부가 2월 10일 아침 10시에
기업 대표들한테 비상 연락으로 오후 2시에 모이라고 했다.
모였더니 통일부 장관이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했다.
따라 달라’. 오후 2시에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업들이 난리 났을 것 아닌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원자재, 부자재, 완제품도 거기에 있다.
내일부터 임금을 줘야 해서 찾은 달러도 개성에 다 있는데 말이 안 된다.
차근차근 좀 하자. 일주일, 한 달만 시간을 달라
. 우리도 정부의 입장을 따르겠는데 시간만 좀 달라.
일주일만 달라’라고 했는데 일주일을 안 줬다
. ‘3일만 달라. 내일 들어갔다가 가지고 갖고 오게’라고 했지만,
정부는 3시간 뒤인 오후 5시에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했다.
이게 청천벽력이다.
14년간 기업들의 모든 장부와 자산이 개성에 있는데 통보받고 못 들어갔다.
개성에서 당직 섰던 사람들은 다음날(11일)에 쫓기듯이 내려왔다.
그리고 끝이다.
2시에 알려주고 5시에 발표했다.
이게 말이 되는가.
국민은 이 사실은 모른다.”
김진향 전 이사장은 대선 결과에 대해
“180석을 압도적으로 밀어줬던 국민이
왜 ‘묻지 마 정권 교체’를 주장했는가.
지난 5년간 촛불정신, 촛불정부로 명명되었던 정부가
시대개혁, 사회개혁, 적폐청산,
분단적폐 청산의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지 못했기에
적폐가 부활한 것이다.
평화에 실패했기에 반평화가 다시 등장한 것이고
개혁에 실패했기에 반개혁이 득세하게 된 것이다.
국민을 탓할 것이 아니다.
국민이 엄청난 개혁을 요구했을 때
그 개혁적 과제들에 충실하지 못했던 결과가 현재”라면서
“그런데 그 비극이 너무 크다.
국민은 행복해야 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평화의 위기가 심각하지 않은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조마조마하다.
정책 결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우리 국민의 삶이 저렇게 평지풍파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 속에서
어떻게든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담에서는 미국의 반대에도 개성공단을 건설했던 과정,
노동자 임금협상 과정, 개성공단의 탁아소 설치 문제, 체육대회,
북한의 교육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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