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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환경보다 경제패권이 더 중요한 서구자본

환경보다 경제패권이 더 중요한 서구자본

 

박영준 객원기자 

 

2022/07/30

 

탄소배출 등의 문제로 자동차 시장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은 대세처럼 굳어져 있었다.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이

특정 연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 전기차가 과연 친환경적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 여기서는 관련 논쟁은 제외한다).

 

하지만 최근 전기차 전환에 대한 회의론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국민일보>는 7월 27일 “‘전기차, 전기차 그리 외치더니’.

.유럽서 부는 회의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기차 대전환’을 가장 강력하게 외쳤던 유럽에서

전기차 회의론이 대두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6월 21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 회담에서

“유럽연합(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폐지 방침에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실제 7월 8일 EU 의회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금지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는데,

EU 회원국 중 45%(기권표 포함)가

전면적인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안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비록 찬성표가 더 많기는 했지만,

과거에 비해 부정적인 여론이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오피니언뉴스, 2022.07.17.).

 

각국의 전기차 정책 역시 수정되고 있는데,

독일은 최대 6,000유로(약 810만 원)를 지원하던 친환경 차 혜택을

내년에 4,000유로(약 542만 원),

2024년 3,000유로(약 406만 원)로 줄이기로 했다.

 

영국은 최근 전기차 보조금 지원 혜택을 종료했다.

 

노르웨이 역시 지난 5월 버스 전용도로 주행,

각종 통행료·주차료 할인,

부가가치세 면제 등의 전기차 혜택을 없앴다.

 

아직 전기차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도 못했는데,

보조금을 줄이고 있다는 것은 전기차에 대한 각국의 의지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기차 회의론이 확대된 이유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중국에 대한 위기감이다. 

 

우선,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배터리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이 압도적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전기차용 배터리 판매 실적이 높은 10개 회사 중 6개 사가 중국 업체다.

 

1위는 중국의 CATL로 점유율 34%를 기록했다.

상위 10개 회사 중 중국계 업체의 시장점유율 합계는 56%로 절반을 넘는다.

CATL은 지난달에 한 번 충전으로 1,00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CTP 3.0)를 내놓았다.

 

 
▲ 자료 : SNE리서치  © 박영준 객원기자


나머지 4개 업체도 일본의 파나소닉과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로 유럽기업은 없다.

국내 3사의 상반기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31%로 CATL에 미치지 못한다. 

 

나아가 전기차에 필요한 원자재도 중국의 장악력이 절대적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코발트는

아프리카 콩고에서 전 세계 생산량의 79%가 나오는데,

콩고의 코발트 광산중 절반 이상을 중국이 소유하고 있다.

 

배터리 양극재에 필요한 알루미늄도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57%를 차지했고,

음극재에 들어가는 실리콘 역시 중국이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매경이코노미, 2022.07.08.).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 붕괴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전기차 제조 비용은 끝없이 상승 중이다.

 

유럽의 자동차 산업 분석기관 <자토 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유럽의 전기차 평균 가격은 28%(3만3,292유로→4만2,568유로) 올랐다.

 

반면 중국 전기차는 47%(4만1,800유로→2만2,100유로) 하락했다.

중국 정부의 ‘자국 전기차 업체 지원’ 정책 때문이다(국민일보, 2022,07.27.).

 

이와 같은 현실은 다음의 사실을 보여준다. 

 

첫째, 서구자본이 겉으로는 도덕적인 양 ‘친환경’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자국 자본의 이익과 자국의 경제패권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이다.

 

이렇게 본다면 전기차 시장 등 ‘친환경 산업’의 확산은

자본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과 수익처를 만드는 전략이기도 했다. 

 

둘째, 미국의 공급망 재편 등이 제 발등을 찍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공급망 재편(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자원가격 상승과

자원에 대한 중국의 커진 장악력은 서구자본에 위협 요소가 되어 돌아오고 있다. 

 

셋째, 기존 서구자본 중심의 새로운 시장 창출이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 이후 자본은

새로운 이윤 창출 처로 ‘환경산업’을 눈여겨봐 왔다

. 당시 오바마 대통령도 ‘녹색 뉴딜’을 표방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편 전략은

중국 등 비서구 국가들의 커진 경제력으로 인해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서구자본의 의도대로 시장이 재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본의 이윤추구와 서구 중심 경제패권 정책과 거리를 두지 않고서는

‘친환경’도 난망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