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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개성공단 사람들≫으로 본 북한노동자③ 왜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합네까?

 

 

≪개성공단 사람들≫으로 본 북한노동자③ 왜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합네까?

nk투데이 이동훈 기자
기사입력: 2015/07/16 [20:49]  최종편집: ⓒ 자주시보

[<내일을 여는 책>에서 나온 ≪개성공단 사람들≫은

개성공단에 대한 기존의 여러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주는 책이었습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오해와 진실뿐 아니라 북한사회에 제대로 된 이해를 도모하는 내용이 많았습니다.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들과 함께 부대끼며 생활했던 이들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에 대한 생각, 문화, 변화를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과 만났던 한국 사람들의 솔직한 생각도 볼 수 있었습니다.

 ≪개성공단 사람들≫에 소개된 북한 노동자들의 모습을 일부 소개합니다.]

 

 

“어떨 때 보면 배구가 국기(國技) 같아요”

 

점심시간만 되면 개성공단 곳곳에서는 배구경기가 열립니다.

대체로 남자들이 경기를 하고 여자들은 응원을 한다고 합니다.

기업별로 선수를 뽑아 다른 공장에 가서 시합도 한다고 합니다.

 

배구를 하다 보면 오후 근무가 조금 늦을 때도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배구 시합으로 늦었다 싶으면 나중에 부족했던 시간만큼 채운다고 합니다.

 

공장에 일이 없을 때는 노래자랑이나 구연동화, 악기 경연 등을 한다고 합니다.

노래자랑을 하면 매우 적극적으로 하고 노래도 참 잘한다고 합니다.

악기 경연의 경우 기타, 아코디언 등을 연주하는데,

기업마다 밴드가 있어서 큰 행사 때는 기업별로 경연대회를 열기도 한답니다.

 

 

북한 사람들의 농담, 의외로 세다(?)

 

 

북한에는 음담패설을 “육담”이라고 하며 의외로 매우 발달해 있어 성인들의 경우 남녀를 불문하고

상당히 강도(?)가 높게 즐기는 편이라고 합니다.

물론 남성들의 성적 농담이 더 짖궂다고 합니다.

 

 

남측의 여성 근로자가 근무 중에 살짝 졸고 있는 북측 여성 근로자에게 “밤에 대체 뭘 했기에 조는거냐”고

별 생각 없이 물었는데 그 때 나온 대답이 “밤에 전투적으로 했습네다”라는 아주 진지한 대답이었다고 합니다.

그 상황에서 오히려 질문한 남측 여성 근로자가 당황스러워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합니다.


 

북한 사람들은 음담패설만 잘하는 게 아니라 사실이나 농담이나 말장난 자체를 매우 좋아한다고 합니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상대방의 말을 받아서 감아 치는 내용이 그야말로 들으면 정말 재미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어려서부터 적극적으로 의사개진을 하고 상호간 토론문화가 발달해 있어 그런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참고로 북측에서는 각종 시험에 구술시험이 항상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측 사회에서는 노동당 당원을 뽑을 때도 언변이 좋은 사람을 선호할 정도로

언변을 상당히 높이 평가한다고 합니다.

 

 

ⓒ김진향

 

 

왜 새옷을 찢어 헌옷을 만드냐?

 

한국과 북한의 제도와 문화가 많이 다르다 보니 상호간에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청바지를 잘 입지 않습니다.

청바지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겁니다.

간혹 진한 청바지나 입을 정도고 그것도 낚시 갈 때 정도에만 입는다고 합니다.

 

개성공단에 청바지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는데,

처음에는 청바지의 물을 빼거나 찢으면 “왜 멀쩡한 새 옷을 찢어 헌옷을 만드냐”고 말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여름에 반바지 입은 모습에 대해서도 “상스럽게 옷이 그게 뭐요?”라고 핀잔을 주는 등

 반바지 차림을 예의 없는 상스러운 행동으로 본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성이 흡연하는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는다고 합니다.

 

 

서울의 협력업체에서 온 한국 여성이 개성공단의 기업 사무실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본 북한 노동자들이 충격을 받아 어찌할 바 몰라했다고도 합니다.

그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행동으로 여겨진 겁니다.

 

 

얼마 전 북한이 금연정책을 홍보하면서 여성의 흡연율이 0%라고 한 적이 있는데,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봅니다.

여성들의 음주문화도 북측 여성들에게는 아직 보편적인 문화는 아니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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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향

 

 

왜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합네까?

 

무엇보다 북한 사람들이 우리와 많이 다른 것 중의 하나가 “돈”에 대한 관념과 태도라고 합니다.

한 관리자는 이렇게 밝혔습니다.

 

“그들 눈에는 남측 사람들이 매우 계산적이고 이기적이라고 봐요.

철저하게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기)라는 거죠.

그리고 남측 사람들은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말도 해요.

특히 매사에 돈, 돈, 돈 한다면서 아주 ‘째째하다’고 하죠.”

 

 

기술 지원 업무에 종사했던 남측 노동자는 북측 노동자와 돈과 관련해서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왜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합네까?”
“돈을 벌어야 먹고 살 것 아닙니까?”


“우리는 그렇게 안해도 먹고 삽네다”
“그래서 우리는 더 잘 살기 위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겁니다”

“이해가 안 됩네다”
“나도 그쪽이 이해가 안됩니다”

 

 

이 한국 노동자는 사회주의 개념이 정말 이해가 안 되지만,

“한국에서는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데도 집 한 채 없는데

 북한 사람들은 적어도 그런 걱정은 안하고 살겠구나” 싶기도 했답니다.

 

이 한국의 노동자가 내린 결론은 결국 남과 북이 서로 사회제도와 생활양식, 가치규범, 문화, 관습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편견 없이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성공단 사람들≫은 평화문제와 남북관계를 전공한 북한학자가 개성공단에 직접 체류하면서

북한 사회의 속살과 민낯을 제대로 이해하고자 쓴 이야기입니다.

더불어 개성공단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남측주재원들의 눈높에서 바라본 북한 사람들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기획총괄 김진향 / 취재 강승환, 이용구, 김세라
2015년 6월 5일 발행, 내일을 여는 책. 15,000원

 

이동훈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