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이집트)이 좋았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 땅에 들어가기 위해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 생활을 하면서 조금만 힘들면 모세에게 한 말이다.
애굽 군대가 뒤 따라온다고, 물이 없다고, 고기가 먹고 싶다면서.
그럴 때마다 하나님은 징계를 하시지만, 결국 애굽 군대를 물리치고,
바위를 쳐 물을 마시게 하고, 메추라기를 주셨다.
애굽이 어떤 땅인가? 자유가 없이 노예로 살던 땅이다. 핍박과 박해를 받던 땅이다.
바로(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고역을 시켰다.
나중에는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다 죽이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런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은 젖과 꿀이 흐르는, 자유와 해방을 허락하셨다.
그런데 애굽을 그리워했다.
자유와 해방보다는 노예로 살았던 때가 더 좋았다고 한 것이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스라엘 백성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 수 있다.
그런데 2013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도 이스라엘 백성처럼 자유보다는 노예생활이
더 그립고, 좋다고 외치는 자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새마을운동은 우리 현대사를 바꿔놓은 정신혁명, 범국민운동으로 성화 시키길
기대한다"며 제2새마을운동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http://imgnews.naver.net/image/001/2013/10/21/PYH2013102006550001300_P2_59_20131021144104.jpg) |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전 전남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열린 '2013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 참석,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특히 그는 "새마을 운동의 내용과 실천방식을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서 미래지향적인
시민의식 개혁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의식 개혁운동"이란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국가가 시민들 의식을 개혁하겠다는 것은 민주공화국과 민주주의와는 전혀 맞지 않고 어울리지 않다.
대통령이 이를 당당하게 말한 것 자체가 박 대통령 스스로 민주주의 의식이
없다는 방증이다.
새마을운동이 농촌을 발전시켰느냐 여부는 논란이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새마을운동은 독재권력이 시민 정신과 의식을 개조한 것으로
심하게 말하면 국가주의요, 국가의 시민개조였다.
이는 21세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시민은 스스로 자신을 개혁하고, 변화시키는 주체다.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국가가 이를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국가주의를 지향하면 참모들과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그건 아닙니다"라고 해야 한다. 그게 진짜 참모요, 지지자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박 대통령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1970년대 유신시대가 좋았다
거나, 박정희를 찬양한다. 그것도 공개 자리에 당당하게…
![](http://img.hani.co.kr/imgdb/resize/2013/1028/00486957301_20131028.JPG) |
▲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는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한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아버지 대통령 각하,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4년이
됐다"고 했다. 북한 김일성왕조를 그토록 비판하면서 남한판 '어버이 수령'
세상을 꿈꾸는 듯하다.
세상에 독재가 더 좋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과 같은 하늘 아래를 살아가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통제와 독재시대였던 유신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자유와 해방의 땅보다는
노예의 땅인 애굽이 더 좋았다고 한 이스라엘 백성과 닮아도 정말 많이 닮았다.
이들만 그런가..?
우리 아이들 미래 역사의식을 가르치는 역사교과서를 왜곡 저술하고 있다.
일본 우익이 더 좋아한 역사교과사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치겠다니.
이승만 독재와 박정희 독재를 찬양하는 내용을 당당하게 기록하는 모습은
스스로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를 포기하는 것과 비슷하다.
박정희와 유신찬양만 아니라 사법부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북한군 투입됐다는 주장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30일 대구지법 제10형사단독 윤권원 판사는 인터넷에서 5·18을 폄훼하고
희생자들 명예를 훼손한 혐의(명예훼손, 사자명예훼손 따위)로 기소된
전사모 회원 10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할 말을 잃었다.
(참고 30일<오마이뉴스> 5·18 민주화운동 북한군 개입설이 무죄?)
최종판결이 아니지만, 앞으로 5·18을 북한군 개입이니,
전두환 독재정권이 학살하지 않았다는 글을 자유롭게 쓸 권리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학살자 전두환을 기리고, 높이고, 찬양하는 일을 당당하고 떳떳하게 할 것이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애굽에서 가나안 땅까지 걸어가면 열흘 남짓이다.
그런데 이스라엘 백성은 40년이 걸렸다.
광야 40년. 그들이 열흘 걸리는 길을 40년이 걸린 이유는 노예의 땅 애굽을
그리워하고, 자유와 해방의 땅인 가나안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혼란"과 "정쟁", "분열"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혼란이 없는 안정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31일 국정원 선거개입에 관련 발언 중에도 "더 이상 국론 분열과 극한 대립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란 원래 정쟁하고, 분열하고, 대립할 수밖에 없다.
국민과 정당 똑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그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니라 전체국가다. 정쟁을 통해 토론하고 논쟁해야 한다.
당연히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정쟁과 혼란을 통하여 나중에는 합의를 이룬다. 그 합의도 100%가 아니다.
하지만 그 민주주의는 그렇게 발전하고 진보한다.
노예는 자유가 없다.
그 노예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2013년 대한민국에도 있다니 통탄할 일이다.
유신은 박물관에도 전시할 수 없는 폐기해야 할 민주주의를 배반한 독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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