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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노무현취임사의 고백과 비밀(폭로)삼성을 생각해라..

노무현취임사의 고백과 비밀(폭로)삼성을 생각해라..

 

삼성, 노대통령 방미 앞두고 미국 공장에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

 


삼성경제연구소, 노대통령측에 국정 과제 보고서 전달
전경련, 삼성 출신 ‘현명관 체제’ 들어선 뒤 정부와 대립 자제
삼성, 주5일제 전격 도입해 정부 시책에 부응

 


삼성 출신 진대제 정통부장관 등장
국정과제 추진위원회에 삼성 출신 위원 2명 진출
삼성, 정부 도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에 앞장

 



노무현 대통령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밀월’이 주목된다.

 

 

코드가 전혀 다를 것 같은 두 사람이 최근 여러 부문에서 착착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삼성이 노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텍사스 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해 분위기를 띄운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회장이 대통령을 수행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1988년 이후 15년 만이다.

이례적인 일일 뿐더러, 이회장이 실질적으로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어서 상징성도 크다.

 

 

노대통령이 미국에 머무르는 6박7일 동안 두 사람은 노대통령과 재계 인사들의 만찬,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 미국 상공회의소와 한·미 재계회의가 주최하는 만찬 등에서

최소 세 차례 얼굴을 맞댄다.

 

 

미국을 방문하는 노대통령의 화두는 경제이다.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이 공식 방문단에서 제외되고 손길승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을 비롯한

경제 4단체장 등 경제인 28명이 동행하는 것이 이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핵이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처럼 안보와 관련한 의제들도 따지고 보면 결국 경제 문제다.

 

 


이런 측면에서 이건희 회장의 역할은 더 두드러진다.

삼성그룹은 씨티그룹과 함께 5월12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코리아 소사이어티 만찬을 후원한다.

노대통령이 연설을 하는 이 행사에는 씨티그룹 로버트 루빈 회장, GE 제프리 이멜트 회장,

휴렛패커드 칼리 피오리나 회장 등 미국의 유력한 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다.

 

 


이회장은 또 크레이그 배럿 인텔 사 회장을 만나 인텔이 아시아에 지으려고 하는 반도체 공장을

한국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정부는 4월22일 일정액 이상을 투자하는 외국인 업체에 현금을 보조하는 방안까지 논의했을 정도로 인텔 공장을 끌어들이려고 애쓰는 중이다.

 

 

 

인텔이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인 만큼 경제적·전략적 가치가 크고,

노정권이 지향하는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데 공장 유치야말로 더없는

디딤돌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5월2일 삼성전자가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텍사스 주에 있는 오스틴 공장에서

반도체 생산 설비를 교체하기 위한 설비 반입식을 가진 것도 노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 내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삼성의 노력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앞으로 최대 5억 달러에 달하는 설비를 반입하겠다고 발표한 이 행사에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했다.

 

 

 

삼성그룹 홍보팀 정원조 상무는, 우호적인 한·미 관계가 기업에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노대통령이 미국 방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도록 발벗고 나서는 것이라고

이회장이 적극적으로 행보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재계에는 이회장이 노대통령의 방미를 ‘돕는다’는 소극적인 차원을 넘어 ‘성과를 만들어내는’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재계의 실질적인 ‘힘’을 대통령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대통령과 이회장의 관계는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이 노대통령의 부산상고 선배여서

진작부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주목되기 시작한 것은 올 초부터였다.

 

 

 

노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1월 초 삼성경제연구소는 ‘국정 과제와 국가 운영에 관한 아젠다’를

작성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연구원 70여명 거의 전부가 투입되어 한달 반 가량 작업한 끝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2대 국정 과제’를 확정할 즈음인 2월 중순,

4백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를 노대통령 쪽에 전달했다.



노대통령의 강력한 유치 의지에 발맞추어 정부는 국무조정실 안에 ‘정부지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평창 겨울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가장 앞장서고 있다.

현재 겨울 올림픽 유치 활동을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회사는 농협·두산·동부·강원랜드 등

10여 개에 이른다. 하지만 5대 기업 가운데는 삼성이 유일하다.

 

 

 

유치위 관계자는 삼성이 재정에 어느 정도 기여하느냐고 묻자 ‘엄청나다’면서도 내역은 밝히기를

꺼렸다. 이회장이 IOC위원이어서 혹 윤리 규정에 위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원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있다.

삼성은 올 2월 IOC평가단이 방한했을 때 영동고속도로 옆에 있는 크고 작은 그룹 소유 광고판을

모두 평창 겨울 올림픽을 홍보하는 내용으로 바꾸었다.

 

 

 

평가단이 묵었던 롯데호텔 앞 삼성화재 건물 옥상에 있던 광고판도 마찬가지였다.

이 광고판은 최근 평창 겨울 올림픽 내용을 지우고 다시 삼성 제품을 광고하는 쪽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회장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과 친분이 두텁고,

삼성은 미국 솔트레이크 겨울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로 활동한 적이 있어 삼성과 겨울 올림픽은

인연이 깊다.

 

 


재계 인사들은 노무현 정권의 경제팀 가운데 삼성을 견제할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김진표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에 대해서는 ‘삼성 사람’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삼성 처지에서는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과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껄끄러운 사람’으로

통하지만, 이들은 학자 출신이어서 실물 경제에 약하고 추진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노대통령과 이회장의 ‘밀월’을 과거와 같은 권력과 재벌의 유착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추론이다.

오히려 현상황이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다.

 

 

 

안보와 경제로 재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한·미 관계의 균열을 막아야 한다는 점,

정치적으로 삼성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원했다’는 부담을 안고 있고

노대통령은 소수파라는 힘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후계 구도를 원만하게 완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삼성 처지에서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아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정권과 가까운 관계라느니 하는 식으로 보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이제 벗어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양쪽 다 상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상황에 따라 언제든 양자의 관계는 변화할 수 있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한다면 다시 재벌 개혁 문제가 전면에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밀월’ 물밑에서 여전히 긴장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한창 이 보고서를 만들고 있을 무렵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삼성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회장이 손길승 SK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삼성은 이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삼성저팬 회장으로 있던 현명관씨를 전경련 부회장으로

‘파견’했다.

 

 

전경련 실무를 총괄하며 전략사업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규황 전무도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을

지낸 삼성맨이어서 전경련은 그 어느 때보다 삼성 색깔이 강해졌다.

삼성은 전경련 4백여 회원사 가운데 가장 회비를 많이 내고 있다. 전경련 조성하 상무는

“삼성이 재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걸맞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조상무의 말처럼 ‘삼성’이 지배하는 전경련은 과거와 확실히 달라졌다.

전경련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5일제 도입에 반대하는 신문 광고를 내고 심지어 만화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4월22일 삼성이 5월부터 토요 휴무제를 실시하겠다고 전격 선언하자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삼성은 ‘주5일 근무제 입법에 앞서 정부의 시책에 부응하기 위해 토요 휴무제를 실시한다’라고 밝혔다.

 



내각에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사장을 지낸 진대제 정보통신부장관이 진출한 데 이어

대통령 직속 ‘3대 국정과제 추진위원회’ 민간 위원에 대기업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삼성 출신이

두 사람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동북아경제 중심추진위원회’(위원장 배순훈)에는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이,

‘국가균형발전 추진위원회’(위원장 성경륭)에는 손 욱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이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정태인 기조실장은 “삼성 출신을 쓰려고 한 것은 아니다.

 

 

 

애초 위원장 후보로 거론되었던 인사도 전 현대그룹 고위 인사였다. LG 쪽도 알아 보았다.

그러나 본인이 고사하거나 나이가 너무 많아 위촉되지 못했다.

현부회장은 기업의 분위기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했다.

 

 

 

국가균형발전위 관계자는 지역·전문성 등을 따져 다양한 경로에서 추천을 받아 대통령에게 2배수로 올려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위원을 결정했다고 위촉 과정을 설명했다.

 



동북아경제중심추진위 ‘클러스트 분과’에도 삼성경제연구소 복득규 연구원이 전문위원으로 있다.

 

 

정실장은 현대자동차연구소·LG화학연구소 출신 전문위원도 있다며, 구색 맞추기가 아닌 만큼

너무 ‘삼성’에 주목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현정부 12대 국정 과제 중 하나인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 건설’과 관련해 연구 성과를

가장 많이 축적한 곳이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해 재경부가 이 안을 내놓기 전부터 이회장의 특별한 관심 속에 이 과제를 깊이

연구해 왔다.

 

 


노대통령과 이회장의 좋은 관계 때문인지 최근 재계에는 두 사람이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의

소개로 청와대에서 독대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확인 결과 독대한 것은 아니었다.

이창동 장관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관계자들과 함께 여럿이서 노대통령을 만났다”라고

말했다. 이장관이 말한 모임은 4월3일 청와대 본관 2층 백악실에서 있었다.

 

 

 

노대통령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위원장 공로명) 고문을 맡고 있는 김운용·이건희·

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이창동 문화부장관, 김진선 강원도지사, 문희상 대통령 비서실장 등 12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노대통령은 “삼성의 브랜드와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해 유치 활동에 열심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이회장에게 감사했다.사안이 사안인 만큼 보안도 철저했다.

 

 

핵심 인사 외에는 전체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연구원들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분야 별로 나누어 작업을 진행했고, 작업이 끝난 뒤에는 관련 파일을 삭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정식 의뢰를 받은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삼성측은

 

 

 △재벌 개혁 속도 조절론

△기업 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

△향후 경제 전망

△인사 시스템 개혁 방향 등에 대한 자신들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보고서에 담았다.

 

 

국정 운영의 밑그림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는 이 보고서를 노대통령이 읽어 보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이 보고서를 만들게 된 이유는 노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부터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인사의 요청 한마디에 연구소 전체가 투입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무언가 다른 배경이 있을 수 있다. 연구원 거의 전부가 투입된 점으로 미루어 삼성그룹 수뇌부에서도 이런 내용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1998년 김대중 정권이 ‘100대 국정 과제’를 발표할 때도 그에 앞서 방대한 보고서를 만들어 정권 핵심부에 건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권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가 운영 기획의 키도 관에서 민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다.

 

 

주요 언론은 삼성 관련 칼럼 게재를 거부하는가 하면, 심지어 김 변호사의 책 광고까지 거부했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삼성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1등 기업 삼성은 왜 공포의 대상이 됐을까.

 

 

<프레시안>은 독자들로부터 삼성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독후감을 포함해, 삼성과 이건희 전 회장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에 관한 내용이라면 누구의 글이건 소개할 계획이다.

 

 

독자들이 삼성을 생각하는 글은, 이 메일 주소 mendrami@pressian.com로 보내면 된다. <편집자>

 

 


 

 

1998년, 늦깎이 복학생이었던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 하신 노(老)교수의 연구실에 들러 이런저런 한담을 즐기던 중,

선생님의 책상 위에서 낯선 청첩장 하나를 보았다.

 

 

 

얼른 열어보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주최하는 세미나 자리에 교수가 초대된 것이었다.

나는 다짜고짜로 "교수님, 교수님마저 이런 데 다니면 어쩌자는 거예요?" 추궁하였다.

 

 


내가 목격한 것은 그야말로 한 장의 초대장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냥 별 것 아닌 일로 넘어가도 좋을 일이었건만, 마음이 순결한 노교수님은 서푼어치 비리를 나에게 털어놓고야 말았다.

 

 

 

이 날 목격한, 그 하찮은 청첩장 한 장은 나에게 '거대한 부패의 거미줄'을 드러낸 징표로 다가왔다.

재벌 체제의 해체를 주장하는 이른바 '민중운동 진영'의 교수에게마저 삼성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의 지도층 인사들 그 누구 하나 삼성의 범죄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있을 것인가!

몸이 오싹해졌다.

 

 


경제학을 배우다 보니, 삼성경제연구소의 씽크 탱크들의 강의를 자주 접하였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원을 지내신 모 교수로부터 한국경제론을 수강하였고,

그 분의 동북아물류 중심 국가론을 재미있게 들은 적이 있었다.

 

 


"동경과 북경 사이를 통과하는 원을 그어 보라. 희한하게도 이 원의 중심에 서울이 위치하지 않은가..?

 

 

 

21세기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경제권은 한,중,일 동북아시아권이 될 것이다.

 

 

 

만일 일본과 한반도를 해저 터널로 잇고, 만일 남북을 자유로이 왕래하는 철로가 열린다면,

명실상부하게 서울이 동북아의 물류의 중심이 아니 되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다가 한반도를 관통하는 철로가 길림으로 북경으로, 블라디보스톡으로 이르쿠츠크로 이어진다면..?

부산에서 김밥 도시락 하나 챙긴 다음 모스크바로 파리로 런던으로 여행하는 시대가 불가능한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런 강의를 재미있게 들은 기억이 있다.

 

 


광주는 이 나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도시였다.

그런 광주 시민의 염원으로 대통령이 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나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쳤다.

취임사의 절반이, 내가 학교에서 익히 들었던,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론이었다. 이것, 누가 써준 원고냐..?

 

 


2002년 대선에서 분명히 삼성은 노무현을 반대했다. 어떻게 해서 자신을 반대한 세력의,

그것도 가장 반노동자적인 재벌의 앵무새 노릇을, 그것도 단 한 달만에 자임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신임 대통령은, 우리 서민들이 듣기에 참 답답한 말씀을 많이 하였다.

"대통령 못 해 먹겠다."-"대통령이 무슨 애들 반장이람?"

 

 


2003년 나는 <레즈를 위하여>를 발간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토로하였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한 부르주아지의 국가주의를 폐기하고자 나온 사람이 아니라

그것을 완성하기 위하여 나온 사람이라고 본다. 취임사의 절반이 동북아의 중심국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찬양하는 수사로 덮여 있었다.

 

 

 

그는 자랑스럽게 전임 대통령들을 옆에 모시고 그들과의 단절이 아닌 그들의 계승을 선언하였다.

대한민국을 선진 강국으로 만들자는 이 사상이 무엇이 나쁘다는 말인가..?

하지만 국가주의는 성장주의를 동력으로 삼는다. 그리고 성장주의는 민중의 희생을 전제한다.

성장주의는 경쟁의 심화를 의미하며, 사회의 비인간화, 황폐화를 예고한다."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읽어도 재미가 없다. 왜 이렇게 재미없는 글을 쓴 것이냐..?

 

 

 

요는, 문제의 '남한 부르주아지'가 추상적 개념이었던 것이다. 구체성이 없는 단어, 생명이 없는 단어였다.

왜 나는 '삼성의 지배'라고 못박지 못하였던가..?

 

 


나는 '삼성이 대한민국을 체계적으로 말아 먹고 있음'을 직감했지만, 섣불리 공언할 수 없었다.

노무현과 그의 사람들이 삼성에 의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입증할 '증거'가 내게 없었다.

 

 


2005년, 마침내 비리의 물꼬가 터졌다. 노회찬 전 의원이 삼성의 X파일을 공개한 것이다.

 

 

 

참 대한민국은 희한한 나라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간첩을 발견하는 즉시, 신고하라,

간첩을 신고하면 거액의 포상금을 준다는 교육을 받고 자랐다.

 

 

 

1996년 충남 부여에서 출현한 무장 공비 김동식은 내가 신고한 간첩이었다.

그런데 준다는 포상금은 오간 데 없고, 이 일로 안기부에 6개월 동안이나 불려 다니는 고초를 겪었다.

 

 


노회찬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이 벌여온 뇌물 공여의 테이프에 입각하여 노 의원이 관련 인물을 공개하자,

검찰은 오히려 노 의원을 고소하여 버렸다.

잡으라는 범인은 잡지 않고, 잡으라고 신고한 시민만 못 살게군 애꿎은 사건이었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이 나왔다.

 

 

 

달포 동안 살까말까 망설였다. 솔직히 말하여 나는 폭로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일종의 의무감으로 구입했다.

 책장에 꽂아놓고 읽지 않은 것도 한 달이 넘었을 것이다.

어느 날, 신문사들이 이 책의 광고를 거부한다는 소문이 귀에 들렸다. 그제서야 책을 잡았다.

 

 


나는 경악했다. 이건희-노무현의 고리가 이 책에 있었다.

노무현을 삼성의 품속으로 유인한 이는 노무현의 부산상고 동문 선배, 이학수였다. 취임사의 비밀은 이것이었다. 김용철 변호사의 육성을 들어 보자.

 

 


"2002년 대선 당시, 구조본 팀장회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이회창을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면 반가워했고, 그렇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낙담했다.

 

 

 

그런데 예외가 있었다.

 

 

 

나와 이학수 실장이다. 하지만 나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고, 이학수는 솔직하게 이유를 말했다.

이학수는 부산상고 후배인 노무현과 인간적으로 아주 친했다.

노무현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이학수를 '학수 선배'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학수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이 삼성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노무현 정부 정책 가운데 삼성에 불리한 것은 거의 없었다.

대신,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제안한 정책을 노무현 정부가 채택한 사례는 아주 흔했다." (147쪽)

 

 


나는 이학수가 노무현의 동문 선배라는 것을, 이학수가 삼성 구조본의 실세라는 것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었다.

노무현과 이학수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사실을 김용철 변호사는 담담하게 술회하였다. 이어 그는 고백하였다.

 

 


"당시 이학수는 아침 모임만 하루 두 번씩 가졌다.

이렇게 일년이 지나니, 호남 출신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삼성과 인연을 맺게 됐다.

정권이 바뀌어도, 재벌이 주요 인맥을 장악하는 데는 일 년이면 충분했다." (180쪽)

 

 



이 대목에서 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푸념을 다시 떠올렸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이 말은 청와대의 인사들이 전원 삼성의 로비망에 포섭 완료되었음을 고백한 선언이었다.



이제 모든 것이 밝혀졌다. 무려 400여 쪽의 지면에 삼성의 비리가 올올이 새겨졌다.

이제 이건희로 인하여, 국민은 "과연 대한민국이 법치 사회인가?"라는 아주 창피한 물음 앞에

머리를 잡아뜯게 되었다.

이건희로 인하여, 로스쿨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골치아픈 논제에 답변을 제출해야 하는 의무가 발생하게 되었다.

 

 


"사회적 특수 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는 헌법 11조 2항은 유효한가..?"

 

 


대한민국의 헌법은 "자유와 평등"을 사랑한다. 나도 "자유와 평등"을 사랑한다.

이건희로 인하여 우리는 그 "자유와 평등"의 실체에 대해, 혹 이 위대한 문구가 빛좋은 개살구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대한민국, 나라 맞아?

 

 


진정 훌륭한 나라를 후손들에게 물려주려면, 이건희의 탈법만큼은 단죄하고 넘어가야 한다.

 

 

 

10억원의 재산을 상속할 경우 4억원을 상속세로 국고에 귀속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법률이다.

 

 

 

200조가 넘는 매출을 자랑하는 삼성, 그 삼성의 소유권을 넘겨주기 위해 이건희와 이재용이 나라에 바친 세금이 고작 16억 원이었다는 것을, 우리의 어린아이들이 알게 된다면 우리는 뭐라 해명할 것인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는 날까지 노동조합을 볼 수 없다"는 명언을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은 유훈으로 남겼다

한다. 노동자의 단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노동자를 사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며 살겠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건희 일가만이 "자유와 안전과 재산"의 자연권을 부여받은 대한민국의 국민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서민들은 밤낮 일만 해야 하는 소이고, 주인에게 알이나 까바치는 양계장 닭이며,

평생 주인에게 충성하다 복날 비명에 가는 똥개라는 얘기다.

 

 

 

정말이지 이것이야말로 21세기의 세계사가 기록에 남겨두어야 할, 삼성의 야만이요, 한국의 치부이다.

삼성에게, 한국인들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우리들은 군사독재에 항거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다. 이제 삼성독재에 항거하며 마지막 인생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나는 상상한다. 오는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일, '자유의 여신상'이 삼성의 옷을 입고 나와 이렇게 말하는 거다.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났다. 유럽인들은 평등하게 태어나지만 특히 한국인들은 불평등하게 태어난다."

 

 

혹은 상상한다.

오는 7월 14일 프랑스 혁명 기념일, 파리의 개선문에서 나폴레옹이 삼성의 옷을 입고 나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내가 성취한 고고학상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로제타석의 발견이었다면,
이건희가 성취한 세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술혁신은 불법상속이었다."

 

 


마지막으로 이재용 씨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인간은 서로 억압하고 착취하며 살지만, 자연은 인간에게 절대적 평등을 선물합니다.

그 선물은 바로 죽음입니다."

 

 


성북동의 길상사를 방문해 보길 권합니다.

 

 

 

길상사는, 시인 백석을 사랑한 고 김영한님이 평생 모은 재산 1000억원을 법정 스님에게 의탁하여

세워진 절이랍니다. 김영한님은 거액을 기부하면서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내가 모은 재산은 백석 시인이 남긴 시 한 구절의 가치도 없다."

 


부디 일가의 오류를 성찰하고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다시 태어나길, 호소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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