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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생활의 지혜

무심코 교복女 나오는 야동 봤다간 ‘날벼락’

[세계일보]

"잠도 안 와요. 제 인생이 이렇게 끝날까봐 두려워요…."

대학생 A(25)씨는 지난달 27일 이후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지난 5월 웹하드에 공유했던 음란물 18편 중 2편이
 '아동·청소년 음란물'이라며 경찰 조사를 받은 탓이다.

 A씨는 "일본의 정식 음란물 업체에서 만든 것이고,
 교복을 입은 사람이 나오는 줄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포인트를 얻기 위해 무심코 공유했던 것들이
 비수가 돼 돌아온 현실에 A씨는 자포자기 상태에 빠졌다
그는 "부모님도 많이 우셨고, 계속 걱정하신다"며 울먹였다.


 

 

수사기관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단속'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법률 규정이 모호한 데다
'스트리밍 방식(실시간 보기)'의 음란물 이용은 처벌조차 못해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실적 채우기를 위해 경찰이 무리하게 수사한다는 비판과 함께
 헌법소원을 제기할 움직임까지 보여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수사당국은 최근 성폭력 범죄가 잇따르자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음란물 단속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주 아동 성폭행 사건'의 주범 고종석(23) 등은
평소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즐겨 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처벌 근거가 되는 법률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개정·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아동·청소년 음란물 정의에는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라는 구절이 있다.

 

'인식될 수 있는'이라는 말의 의미가 불명확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심지어 음란물을 본 여성들도 조사 대상이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대생 김모(23·여)씨는 "교복 입은 주인공이 나오는 음란 애니메이션을 봤다"며
"부재 중 전화가 오면 왠지 두렵고,
우편함에 들어 있는 편지도 소환장일까봐 손이 '덜덜' 떨린다"고 말했다.
 
음란물을 다운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보는 것은 단속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관련법에는 음란물 제작·배포·소지자 등만 처벌할 수 있다고 되어 있을 뿐
실시간으로 보는 사람에 대한 규정은 없다.
 
경찰이 '실적 쌓기' 때문에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네티즌은 "(집이) 부산이라
서울에서 (조사) 받기 어렵다고 이첩해 달라고 하니까
(경찰이) '벌금을 꽉꽉 채워서 처벌하겠다'고 압박했다"고 토로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 혐의로) 잡아왔는데
(등장 인물이) 누가 봐도 (미성년자가) 아니었다"며
"팀장한테 '이건 (검찰)가봐야 기소 안 된다' 했더니
'그냥 갑시다'고 하더라. 기소의견으로 넘겼다"고 털어놨다.
 
헌법소원 제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카페에서는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 비용 모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헌법학)는 "처벌 관련 법규는
명확성 원칙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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