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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생활의 지혜

과세 근거 안 밝힌 가산세, 위법이니 안 내도 된다

 

전원합의체(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18일 국세청에서 부과받은 증여세와 가산세가 부당하다며
 박모씨 등이 제기한 소송 상고심에서 가산세 부분을 파기해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세금 부과 형식이 부당해 과세 자체가 불법이라고 대법관 전원일치로 판단했다.

 

박씨는 2008년 5월 서울 강남세무서에서 증여세 등의 납세고지서를 받았다.
고지서에는 과세표준 7억9443만3066원, 세율 30%, 산출세액 1억7832만9919원,
 가산세 2432만8433원, 공제세액 6805만8908원, 합계 1억3459만9440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박씨는 세금이 너무 많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도 세금 부과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박씨의 주장 가운데 가산세가 막연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주심 박병대 대법관은 과세는 정확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증여세에 붙은 가산세는 신고 불성실 가산세,
 납부 불성실 가산세, 보고서 미제출 가산세, 주식 등 보유기준 초과 가산세 등이다.
소득세법이나 법인세법 등의 가산세는 훨씬 복잡하고 종류도 많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가산세 종류가 여러 가지일 때도
합계액만 표시하는 것이 오랜 과세관행처럼 돼 있었다.
하지만 가산세라고 적법절차 원칙의 법정신을 완화할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가산세 역시 본세와 마찬가지로 형식과 내용을 갖춰 산출 근거 등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성식 대법원 공보관은 "기본적으로 과세 자체가 엄격함을 필요로 하는 데다,
특히 가산세는 징벌적 성격까지 있으므로 더욱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국세청은 이 사건 패소가 확정되는 대로 가산세 항목을 적어 박씨에게 다시 과세해야 한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과세 시효를 넘겨 부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범준 기자 seirot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