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마음, 표면의식, 거짓 나
그러니 그것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보자는 거죠. 우선 제가 아주 쉽게, 어렵게 하면 복잡해지니까 쉽게 마음을 두 가지 정도로 분류해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이것 또한 방편입니다. 첫 번째 마음은 편의상 이렇게 이름을 붙여보겠습니다. ‘껍데기 마음’이라고 한번 이름을 붙여보겠습니다. 이 껍데기에 드러난 표면의식이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충분히 의식하고 있는 것, 내가 내 생각을 가지고 ‘아, 오늘 이런 생각을 했구나. 저런 생각을 했구나’ 하고 느끼는 마음, 이 생각으로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고 살아가는 것, 내가 생각을 쓰며 살아가는 그 표면의식, 껍데기에 들어가는 그 생각들, 그걸 이제 껍데기 마음이라고 한번 이름 붙여 보자는 겁니다.
우리는 항상 겉에 드러난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껍데기 마음, 이것을 가지고 세상을 만들어내고 창조해내고 있습니다. 이 겉껍데기 마음, 표면의식의 특징이 뭐냐 하면 끊임없이 생각이 올라온다는 겁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내 의지대로가 아니라 제 멋대로 우후죽순으로 올라옵니다. 이건 논리도 없고, 체계성도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합니다. 우리가 꿈 꿀 때 보면 갑자기 이 꿈의 장면에서 갑자기 다른 장면으로 막 그냥 휙휙 바뀌는데 논리적이지가 않고 막 왔다 갔다 하잖아요. 오락가락 합니다. 그걸 보면서 왜 그렇게 꿈은 말도 안 되게 오락가락할까 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우리의 생각이 그렇게 오락가락하죠. 가만히 내 생각을 지켜보다 보면, 이 생각이었다가 갑자기 저 생각으로 바뀌었다가 뜬금없이 또 다른 생각으로 바뀌었다가 정말 논리도 없고 맥락도 없는 아무 생각이나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옵니다. 논리가 없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우리는 그것이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면서 나의 실체라고 착각하면서 그 생각을 부둥켜안고 살고 있다는 겁니다.
그 생각에 휘둘려서 살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온갖 생각들에 하나하나 그냥 휘둘려 가면서 에너지를 쏟아가면서 살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 ‘겉껍데기로써의 나’는 주로 아상(我相), 아집(我執), 아견(我見)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아상, 에고에 갇혀서 언제나 나에게 도움 되는 일, 나한테 이익 되고 좋은 일들만을 계속 하고 있는 겁니다. 이 ‘나’라는 아상에 치우쳐진 껍데기 나는 어떻게 하면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될까 하고 생각할 뿐 이타적인 마음이 거의 없습니다. 한 마디로 ‘아상에 밥 주는 일’만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아상, 아집을 강화시키는 일에만 힘을 쏟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껍데기 마음, 표면의식은 항상 나한테 좋은 방향이 뭘까만 생각합니다. 아상에 갇혀 있어요. 이것을 아상, 에고 말고도 ‘거짓자아’ ‘거짓 나’ ‘가짜 나’ ‘껍데기 나’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거짓 나는 어떤 일이 일어날 때, 순식간에 이것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해가 될까, 이 사람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해가 될까 하는 것을 그냥 자동적으로 계산을 해 버립니다.
그래서 사실 이 표면의식, 껍데기 마음, 아상, 생각이라는 것은 우리가 신뢰할 바가 못 됩니다. 신뢰할 바가 못 되고 진실 되지 못합니다. 항상 거짓을 꾸며내고 항상 이기적인 마음들만 꾸며내게 마련입니다. 물론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귀한 존재이고, 나를 돕고, 나를 가엽게 여기고, 언제나 나를 위해 희생하는 존재이니 나에게는 둘도 없는 귀한 존재이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은 근원적인 참나에 대한 이해가 없고, 이타적인 자비가 없으며, 이 우주법계가 둘이 아닌 하나 된 존재라는 이해가 없습니다. 오직 자기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어리석은 사람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것이지만, 지혜로운 이가 보기에는 이타성이 결여된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인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런 껍데기 마음, 표면의식에 휩싸여 왔는데, 여기에 휩싸여 살아서는 우리 삶을 온전하게, 아름답게, 지혜롭게 살아 낼 수가 없습니다.
출처 : http://agong.365managed.net/xe/6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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