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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좋은글

그리움에 지치거든 -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 시 / 오세영 

     

     

     

     

    그리움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들끓는 격정은 자고

    지금은 평형을 지키는 불의 물

    청자 다기에 고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구나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누가  누가 사랑을 열병이라고 했던가

    들뜬 꽃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마른 입술을 적시는 한 모금의 물

     

     

     

    기다림에 지치거든

    나의 사람아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

     

     

     

    그리움이든 기다림이든 지칠 때가 어디 한 두 번이랴?

    철통 같이 동여매고 사는 부부도 때때로 그리움이든 기다림이든 지친다.

    지쳐서 헤어지기도 하고, 또 결합하기도 한다.

    시인은 그 때면 등꽃 푸른 그늘 아래에 앉아 한잔의 차를 들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