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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탄력근로제 확대①] ‘노동자는 죽거나 말거나’ 과로사회로 후진하는 정치권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열린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에서  CJ E&M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고 이한빛 PD 의 모친 김혜영 씨가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열린 ‘tvN 혼술남녀 신입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기자회견’ 에서

  CJ E&M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며

고 이한빛 PD 의 모친 김혜영 씨가 발언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1. 2018년 여름, 굴삭기 노동자 김종길 씨는 매일 9시간 이상

, 주당 63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특히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7월19일부터 25일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했다.

그러던 8월12일, 건설 현장 소장의 지시를 받고 장비교체를 위해 이동하던 중 쓰러져 깨어나지 못했다.


#2.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주) 램프여객팀 소속 이기하 씨는

 한 달에 8~9일 정도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3~4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하고 출근해야하는 날이 많았다.


회사가 인원을 충원하지 않아 격무에 시달렸다.


장기간 격무에 시달리던 그는 2017년 12월13일 오전 7시40분,

락커룸에서 옷을 갈아입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3. 2016년 1월 CJ E&M에 입사한 이한빛 씨는 꿈에 그리던 PD가 됐다.

 하지만 그 꿈은 살인적인 노동환경 속에서 사그러들었다.

바쁠 때는 잠 한숨 못잔 채 오늘과 내일이 ‘디졸브’됐다.

극한의 노동환경 속에서 버티며 그는 그해 10월25일 드라마 제작을 끝마쳤다.

그리고 다음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세 노동자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다.


 매년 우리사회에서는 370명(2006~2016년 노동부 산재통계)의 노동자가 과로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고 있다.


과로사의 심각성이 부각되자, 정부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주52시간제 도입을 시작했다.

기업의 규모나 업종에 따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고 했지만,

 많은 노동자들은 기대와 희망을 품었다.

 이는 주당 68시간 노동을 가능케 했던 행정해석을 중지시킨 것일 뿐

사실상 개선된 것이 없음에도 갖는 간절한 기대였다. 


화재 시험 영상 확인하기


그러나 그 기대와 희망이 무너지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주52시간제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다시 과로노동사회로 후진하려는 정치권의 움직임 때문이다.


최근 각 업계 사업장에선 적극적으로 ‘제한 없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정부와 국회에선 사업주의 편의를 위해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7년 12월1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한국공항(주) 노동자 과로사 진상규명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017년 12월1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한국공항(주) 노동자 과로사 진상규명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공공운수노조


탄력근로제란

일이 몰리는 성수기엔 장시간 노동을 하고,

일이 적은 비수기엔 노동 시간을 줄이는 등 업무 시간을 조절하는 제도다.


2주 단위로 탄력근로제를 시행한다고 한다면,

일이 많은 첫 주엔 58시간 일하고,

상대적으로 일이 적은 다음 주엔 46시간을 일해 2주 평균 주52시간을 맞추는 방법이다. 


현행법 상 탄력근로제는 최장 3개월까지 적용할 수 있다.

 2주 단위는 취업규칙으로 정해 실행할 수 있고,

그 이상은 노사 간의 서면합의를 통해 정해진 기간만큼 적용된다


. 1주 최대 12시간 연장노동을 할 수 있다.


탄력근로제가 도입될 경우, 사용자는 일의 양이 많고 적음에 따라

적절히 노동자를 사용하면 되므로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노동자는 출퇴근시간이 일정치 않게 되고,

성수기 기간에는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시간 외 수당을 받지 못해 임금이 감소하게 돼 불리한 요소가 많다.


1일 11시간 노동, 8시간 노동보다  
“심근경색 3배, 당뇨병 4배 증가” 
“12시간 노동, 사고위험 2배”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011년 작성한 연구결과보고서

 ‘근로시간이 근로자의 건강 및 사고에 미치는 영향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이 장시간 노동의 위험성을 알리고 있다.


보고서에서 해외 연구자료들을 분석한 내용을 보면

▲1일 8시간 노동보다 12시간 노동이 2배 정도 사고 발생 위험을 높임

▲1일 11시간 이상 노동 할 경우, 1일 8시간 노동보다 심근경색증 위험이 3배, 비인슐린성 당뇨병 위험은 4배 이상 증가

 ▲주 60시간 이상 노동을 하는 경우 장해로 인한 퇴직이 3.7배 증가된다는 해외보고가 있다. 


또 2만5703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한 해외연구에선

 ▲장시간 노동을 하는 노동자군이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병가율이 1.5~1.6배

 ▲심리적 스트레스와 건강하지 않은 상태를 경험한 경우가 3.6배~6.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월 9일(주2회) 초과인 경우와 아닌 경우 비교 결과 .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날이 월 9일(주2회) 초과인 경우와 아닌 경우 비교 결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발행하는 제4차 근로환경조사(2014년) 자료를 분석한

 이슈페이퍼에서도 장시간 노동이 생활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하는 날이 주2회 초과인 경우 노동자에게 미치는 건강영향을 분석한 결과

 ▲‘지난 12개월 동안 우울 또는 불안장애’를 겪은 비율이 2.427배

 ▲‘지난 12개월 동안 불면증 또는 수면장애’를 겪은 비율이 2.06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10시간 노동 주2회 초과’인 응답자들의 경우 “근무시간이

가정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2.449배 높았으며,

 “건강상태가 전반적으로 보통이거나 나쁘다”라고 답한 비율이 1.543배 높았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려 실수를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등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의 한 주에선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10시간씩 주 4일 일할 지,

13시간20분씩 3일 일할지 결정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13시간 20분씩 일한 경우 오히려 수면 시간이 줄고, 수면의 질이 떨어졌으며,

 집중력과 인지 프로세스, 삶의 질이 모두 악화됐다고 한다.


 또 피로와 주간 졸음이 증가하고, 실수사가 증가했으며,

 정신운동 검사의 반응 속도도 늦어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악수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여·야·정의 황당한 행보 
탄력근로제 적극 도입하는 영화방송·건설업계
 


한국은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다.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다.


2100시간에 달하는 우리의 노동시간은 1700시간대인 OECD 평균에 비해 400시간 가까이 길다.

 가장 짧은 1300시간대의 독일에 비하면 무려 700시간 이상 길다고 할 수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에 OECD 평균 수준의 노동시간에 진입해 과로사회를 벗어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52시간 제도를 도입했다.

이는 ‘일주일은 7일이 아닌 5일’이라는 꼼수 행정해석으로

 최대 주68시간(주40시간+연장노동12시간+주말노동16시간)까지 늘어난 노동시간을

 ‘일주일은 7일’이라는 입법을 통해 정상화 시킨 법 개정이었다.


 실제 노동시간을 줄였다기 보단, 비정상적인 해석을 정상적 해석으로 돌려놓았다고 보아야 마땅한 수준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의도한 것은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확대’였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예전처럼 노동자들에게 적은 임금을 주고 긴 시간을 일하게 할 수 없게 되자,

또 다른 꼼수로 탄력근로제 도입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러나 탄력근로제를 시행하면 장시간 노동 일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으로도 1주 12시간을 한도로 연장노동이 가능토록 하는 탄력근로제를 시행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건설업과 영화방송업계다.

 건설기업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대부분의 건설사에서

탄력근로제를 도입해 시행을 시작했다.


 영화방송업계에서도 최근 탄력근로제를 도입하기 위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에서

 새롭게 근로계약서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 시간을 고무줄처럼 늘였다가 줄였다 하겠다는 의도다.

연속된 장시간 노동 일수가 늘어나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게 되면

노동자의 정신과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은

 인건비 절약이란 경영계의 논리에 밀려 뒷전이 되었다. 


정부와 정치권까지 이에 발맞추는 모양새다.


현재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5일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는 ‘탄력시간제 단위기간 확대’를 합의했고,

이어 8일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관련 사항인 ‘근로기준법 개정’을 연내 처리키로 했다.


3개월까지만 허용했던 기존의 탄력적 근로시간제 적용기간을 6개월 또는 1년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 지난 14일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노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자료사진
민주노총 자료사진ⓒ양지웅 기자

민주노총이 오는 21일 총파업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을 전면에 걸고 투쟁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15일 열린 22차 중앙집행위원회

(이하, 중집)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에 대한 입장 및 투쟁계획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중집에서 민주노총이 결정한 내용은


▲‘탄력근로제 확대 중단’을 11월 총파업 요구로 전면화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 중단’ 대정부 대국회 투쟁을 전 조직적으로 전개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하고 민주노총에 대한 적대를 드러내는 여당과 홍영표 원내대표에 대한 강력한 규탄 투쟁 전개 ▲사용자단체, 정부, 국회에 ‘탄력근로제’ 관련 TV토론 등 사회적 토론 제안 이다.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가

‘장시간 노동 합법화’, ‘노동강도 강화’ ,‘노동자 건강권 침해’, ‘과로사 유발’, ‘실질 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양산 및 저임금·단시간 일자리 확대’,

‘노동시간을 둘러싼 사용자의 주도권 제고’ 등 노동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고,

사용자에겐 추가 인력 창출 없이 인력 운용 및 인건비 이득을 쥐어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로 인한 피해가

노동조합조차 없는 열악한 노동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집중될 것으로 봤다.


이 때문에 전체 노동자의 노동 조건을 지키기 위해, 민주노총이 해당 법 개악을 막기 위해 나선다고 밝혔다.  


또 민주노총은 “(정치권은) 탄력근로 확대적용에 반대하는 민주노총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하는 등 근거 없는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직접 국민과 노동자들에게 탄력근로 확대적용의 실상과

자신의 입장을 알리는 사회적 토론에 나설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밝혔다. 




http://www.vop.co.kr/A00001354614.html


[탄력근로제 확대③] “해외보다 짧다”는 경영계의 주장뒤에 숨겨진 진실들

비교 불가한 전제조건…연간 노동시간 차이 700시간, 최소휴식시간도 없다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탄력적 근로 시간제 확대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탄력적 근로 시간제 확대 추진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해외 사례가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

해외 주요 국가들에 비해 한국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짧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비교 국가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만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 보아도,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지 드러난다.


또 해외 주요 국가에선 탄력근로제나 연장노동을 시행하기에 앞서

최소휴식시간과 노동시간 등을 엄격히 규율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다.

이점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 해외 사례가

억지로 짜깁기 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행한 ‘근로시간법제 주요 쟁점의 합리적 개편방안’ 등

해외사례를 소개한 국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주요 국가들의 탄력근로제 및 연장노동은 다음과 같은 전제조건에서 허용하고 있다.


EU의 엄격한 전제조건, ‘최소휴식시간 보장’ 규정


경영계과 보수언론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는

 ‘유럽연합(EU)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3개월 이내로 정하고 있는) 한국보다 1개월 더 길다’는 것이다.

이 주장에는 EU 지침이 ‘1일 최저휴식시간 보장’이라는 기본원칙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 등이 빠져 있다.


EU는 지침으로 가입 국가들의 노동시간 길이를 ‘7일-48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와 함께 일간휴식·휴게·주휴일·연차휴가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는데,

그중 ‘일간휴식’과 관련해 “회원국 모든 노동자에게 24시간당 최저 11시간의 계속된 휴식을 매일 부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깔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은 탄력근로 또는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노동자에게 매일 정기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최소휴식시간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연장근로까지 더해 ‘1일 24시간 노동’이 가능토록 열어두고 있다.


이론상으론, 탄력근로제 시행하는 기간에는 휴일 없이 매일 일을 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노동자의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연구보고서에선 “EU 차원의 노동시간 논의가 다양화되고 변화하는 노동실태를 감안해

효율적인 ‘탄력적 규율체계’(Flexible Regulatory Framework)를 구축하고자 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며

 예외 규정도 서술하고 있지만,

 “예외에 있어서도 ‘주당 노동시간 제한 및 휴식 보장’이라는 핵심적인 원칙이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는

전제조건을 분명히 하고 있다.


또 EU는 노동시간의 무분별한 증가와 최저 휴식의 박탈 등은 허용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이는 노동시간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업종을 두어 수많은 과로사를 발생시키는 한국의 상황과 비교되는 지점이다.


프랑스 국회 자료사진
프랑스 국회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애초 한국과는 비교 불가한 독일·프랑스 노동시간


EU 국가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해외사례가 독일이다.

경영계와 보수언론은 “독일이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서면합의로 정하는 경우 1년까지 허용하고 있다”며,

 3개월 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한국의 기간단위가 너무 짧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의 노동시간을 비교해보면, 황당한 주장임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독일의 연간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짧은 1300시간대이며,

한국은 그보다 무려 700시간 이상 긴 2100시간대다.

일등과 꼴찌의 상황을 외면한 황당한 껴맞추기인 셈이다.


독일은 원칙적으로 1일 평균 노동시간이 8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6개월 또는 1년 이내 단위의 탄력근로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1일 평균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10시간까지만 노동을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과는 다르다.


예외를 인정하는 경우에도,

 “특별규정에 의해 노동자의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확보된 경우”,

 “노동자에 해가 되지 않는 경우”등의 내용을 법조항에 넣어 무분별한 장시간노동을 규제하고 있다.


또 EU 지침에 따라,

독일도 법으로 노동일과 다음 노동일 사이에 반드시 11시간의 최소휴식시간을 보장하고 있으며,

 일요일 또는 법정휴일은 0시부터 24시까지 노동제공을 금지하고 있다.

 탄력근로 기간 중이면 주말에도 쉼 없이 일을 시켜도 상관없는 한국과는 다른 지점이다.


프랑스도 경영계 등이 탄력근로제 확대를 주장하면 사례로 드는 나라다.


하지만 프랑스의 노동시간 규제는 독일보다 더욱 엄격하다.

 EU지침인 1일 11시간 최소휴식시간 보장을 원칙으로 두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 프랑스의 법정노동시간은 애초 1주-35시간으로 매우 낮게 설정돼 있다.

연장노동을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1일-10시간, 1주-48시간,

 12주 평균 1주-44시간 상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특히 프랑스에선 야간노동에 대한 엄격한 법적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장시간 야간노동은 노동자의 생활리듬을 깨뜨리고 건강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엄격한 규제를 통해 프랑스는 한국보다 연간 노동시간이 500~600시간 낮은 1400시간대를 유지하고 있다.


탄력근로제와 관련해,

노동자의 건강은 개의치 않고 무한정 야간노동을 시킬 수 있는 한국과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1980년대 일본과 비슷한 한국의 상황
노동시간 단축과 탄력화·유연화 정책의 실패


일본의 사례는 이제 막 과로사회를 탈피하겠다고 발걸음을 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의 상황이 지금의 한국의 상황과 비슷했다.

당시 일본의 노동시간정책은 두 가지 핵심 축을 따라 전개됐다.

 하나는 ‘노동시간 단축’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시간규제의 탄력화와 유연화’였다고 한다.


당시 일본의 노동시간 단축의 목표는 2000년까지 1800시간 미만으로 단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도 문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초장시간 노동에 의한 과로사 문제가 본격화 됐다는 게 보고서의 내용이다.

 단순히 목표 수치를 잡고 노동시간 규제를 풀어 근로시간을 단축한다고 해서

장시간노동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님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실패를 인정한 일본은 노동시간정책의 기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후 일본 상황에 대해 “노동시간정책의 기조를 노동시간을 일률적으로 단축하는 것으로부터

노동자의 건강과 생활을 배려하면서 다양한 취로형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동시간 설정을 개선하는 것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또 입법적 대응으로 종래의 ‘근로시간의 단축촉진에 관한 임시조치법’을

 ‘근로시간 등의 설정의 개선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변경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촉진하기 위한 지침을 제정하는가 하면,

 2014년에는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과로사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일본은 2016년 기준 연간 노동시간이 1700시간대로 줄어들어, 목표치를 넘어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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