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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떠나버린 여동생을 기억하게 한 이종호님의 편지 - 이재명



떠나버린 여동생을 기억하게 한 이종호님의 편지 - 이재명


늘푸른


                18.11.18 18:03                                               

 

 

또 하나의  아픔 !!

 

<떠나버린 여동생을 기억하게 한 이종호님의 편지>

 

" 당신, 소식 들었어요...?! "
함께 외출하던 길에 아내가 갑자기 생각난 듯 심상찮은 음성으로 운전중인 내게 말을 꺼냈다. 
힐끗 돌아보니, ...
" 야쿠르트 아줌마가 그만 저 세상으로 갔대요, 글쎄......! "
나는 하마터면, 운전대를 놓칠 뻔 했다.
" 아니...! 어쩌다가......?! “


아직 한창 젊은 양반인데, 어찌 그런 일이......
우리 내외는 말을 잊은 채, 그녀와의 인연들을 회상하며 애틋한 마음으로 넋을 달랬다.


처음 이곳 거주지로 이사 온 직후 인연은 시작되었다.
적지 않은 키 덕에 더욱 가냘파 보이던 체형으로 특유의 누런 유니폼과

모자 차림을 한 채 야그르트 배달수레를 달달 끌고서

그녀가 골목길에 나타나는 날은 적막하던 거리에 활기가 돌았다.


다소 톤(tone) 높은 음성과 어눌한 음색의 그녀는

만나는 사람마다 특유의 선한 표정으로 정감 넘치는 인사를 하며 발길을 붙잡았다.

야쿠르트를 배달할 때도 곧잘 실내까지 들어와서는

 생업조차 잠시 잊은 채 아내와 느긋하게 수다 를 떨다 돌아가곤 했었다.


참으로 낙천적인 그 모습을 자주 접하다보니,

 어느덧 그녀는 우리 내외에게 호감을 넘어 정겨운 이웃으로 자리했다.

이따금 아내가 처가에서 가져온 농작물이라도 나눠주면

그녀 또한 야쿠르트를 한 봉지씩 답례하며 친밀감을 표했었다.


어느 해인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기간이었다. 


우연히 골목길에서 그녀와 마주쳐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데 뜬금없이...
" 우리 오빠를 좀 찍어주세요...! 녜에~? ^^;"
그녀는 특유의 환한 표정으로 거두절미하고 대뜸 그렇게 말했다.


처음에 무슨 뜻인 줄 모르고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더니,

그녀는 깔깔 웃으며 친절히 사연을 설명했다.

 친정 ‘오래비’가 이번에 성남시장 선거에 출마했다며 어깨마저 으쓱해보였다.


좀체로 믿어지지 않았지만, 그녀가 헛말이나 농담할 사람은 결코 아니었기에 무척 놀랐다.

그 자랑스런 오빠의 성함을 확인했더니,

야당후보로 출마한 거리 현수막의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당시 분위기상 그녀의 장한 혈육은 어려운 싸움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차마 그녀를 실망시킬 순 없어서 미리 축하를 보내며 그녀를 힘껏 격려했다.

 그녀는 고무된 표정으로 헤어지면서 한번 더 간곡히 부탁했다.


" 우리 오빠 꼭 찍어주셔야 해요!ㅎ~ "


달리 번듯하고 현란한 언어적 수사(修辭)보단 그녀의 그 담백한 한마디에 차라리 힘찬 설득력이 느껴졌다.

 미루어 짐작되는 그 남매들의 고심 찬 가족사(家族史)까지 가세하며...


현장출장을 마치고 귀가했던 그날 밤 아내에게 그 사실을 알렸더니,

아내도 크게 놀라며 함께 기뻐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 내외는 마음에 정했던 선택을 바꾸기로 했다.


우리의 두 표까지 가세한 그녀의 ‘오래비’는 예상을 뒤집고 당당히 뜻을 이뤘고,

 더불어 그녀는 졸지에 성남시장의 누이로서 삽시간에 동네의 화제대상이 되었다. 


 " 아이쿠! 시장님 누이께서 납시었습니까...!^^ "


그녀의 오빠가 의욕적으로 소임을 수행하던 임기중에도

그녀는 여전히 같은 유니폼 차림에 배달수레를 끌고 골목길을 열심히 드나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격려 어린 농담을 했더니,

그녀는 수줍은 듯 얼굴까지 붉히며 특유의 음성으로 대답했다. 
" 변한 건 없어요~^^ " 


속세의 예상을 뛰어넘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내외는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힘껏 치켜세워 보이며 경의를 표했다.


그리고...두번째 선거가 지난 후 언제부턴가 골목길에서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 그래.. 그녀도 이젠 행복을 보상받을 자격이 충분하지...”
매스컴을 통해서 ‘오래비’ 단체장의 힘겨운 가족사를 전해 들었던 까닭에

우리는 일방적으로 그리 쯤 여기며 그때 부터 눈에 띄지 않는 그녀를 잊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뜻밖의 비보를 듣고 보니 우리의 야박했던 예단이 새삼 부끄러워 졌다.

우연히 찾아왔다가, 훌쩍 떠나버린...
쓸쓸한 인연의 넋이라도 달래주고 싶은 주일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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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지지했던 한 시민으로서, 시정을 위해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 내외 두표의 가치를 새삼 실감했습니다.

누이의 안타까운 소식에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참 인상적인 좋은 저희의 이웃이었는데...(중략)


시정에 계속 분발을 부탁드리며 훗날 나라를 위해 더 큰 정치를 해주실 것으로 확신합니다.
힘드실 때마다 초심을 기억하시라는 뜻으로 결례를 무릅쓰고 훌륭한 동생분의 추억을 전합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 시민 이 종 호 드림-

 

 


이재옥..


7남매의 6째로 태어나 어릴 적 죽을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을 정도로 건강이 나쁘면서도

언제나 활기차게 가족들과 이웃에 웃음을 주었던 나의 여동생..


80이 넘은 어머니에겐 가장 효성스런 딸이었고 자녀들에게는 가장 책임감 있는 어머니였습니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그리도 원했던 여고진학을 못한 채 봉제공장 시다로, 미싱사로,

 야구르트아줌마로 일하면서도 언제나 활달하게 열심히 살았습니다.


수입도 적고 힘든 야구르트 일을 그만두고 싶어 했으면서도

혹시 ‘오빠 덕에 좋은 자리로 갔는가’하는 오해로

 ‘오빠에게 피해 주고싶지 않다’며 계속 그 일을 했습니다.


몇천원씩의 야구르트 값을 떼먹고 도망가는 고객 얘기를 하면서도

 ‘오죽하면 그랬을까’라며 이해하려 애쓰던 착한 그녀였습니다.

제가 시장에 재선된 후 비로소 그녀가 다시 취업한 곳은 환경미화원..


그런데 새벽 일찍 출근했다 화장실에서 쓰러져 결국 영영 오지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이 종호님 말씀대로..
이 나라 민초의 한사람으로서 선량하게 살다 간 그녀가 바랬던 것처럼..

이 ‘오래비’가 깨끗하고 좋은 목민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녀의 마음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여동생을 기억해 주셔서..진정 감사드립니다....


-이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