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경제정책방향]

홍남기 부총리 핵심 방향 설명
“재정·금융·규제혁신 등 동원해
민간·공공 투자 지원하겠다”

8조6천억 생활SOC 서둘러 집행
현대차 GBC 등 상반기 착공 지원
대형 SOC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확대
‘원샷법’도 2024년까지 연장

시민단체 “민자사업 부작용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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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재정·금융·규제혁신 등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 민간·공공투자를 지원하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방향’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부는 실제 ‘투자 활력 제고’를 내년 경제정책의 1순위 과제로 선정하고
기업·공공투자 활성화를 위한 가용 수단을 망라했다.

 우선 모든 공공시설을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
6조4천억원 규모의 민간투자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또 내년에 ‘2.3조원+알파’(1단계)에 이어 ‘6조원+알파’(2단계) 규모의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8조6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서둘러 집행하기로 했다.

투자·고용이 부진한데다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은 심각한 경제침체의 ‘급한 불’을 끄고
 당장 손에 잡히는 경제 성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먼저 내년 상반기에 민간투자법 개정안을 마련해,
현재 53개 공공시설물로 제한된 민자사업 대상을 모든 공공시설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규제에 막혀 있던 완충저류시설, 공공폐수관로 등 1조5천억원 규모의 민자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또 이미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항만 개발, 교통사업 등도 조속히 추진해 4조9천억원 이상의 민자사업을
 내년에 진행할 방침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어
 “총 6조4천억원 규모의 민자사업이 투자 회복의 마중물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막혀 있던 행정절차 등을 풀어 개별 기업의 투자 사업을 지원하는 데도 주력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포항 영일만 공장(1조5천억원),
 여수 항만·공장(8천억원),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반도체클러스터(1조6천억원),
현대자동차의 105층 규모 글로벌비즈니스센터(3조7천억원) 등이
 내년 상반기에 조기 착공되도록 지원한다.


공공인프라 투자도 확대된다.
 정부는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큰 광역권 교통·물류 기반 등
 국가균형발전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업들을 뽑아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했다.

관련 공공프로젝트는 내년 상반기에 선정한다.
또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에서 1천억원(국비 500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도록 국가재정법을 개정한다.


이처럼 민자사업의 문턱을 낮추거나 에스오시 예타를 면제해주는 것은 과거 보수정권의 ‘단골 메뉴’였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으로 4대강 사업을 비롯해
 30대 프로젝트에 예타를 면제했고
박근혜 정부는 투자 활성화를 위해 민자사업 방식을 개편한 바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 시절 재벌·대기업 편법 상속을 우려해 도입을 반대했던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도 2024년 8월까지 연장하고 지원 대상도 확대하기로 했다.

 반면 경제민주화 법안들의 국회 처리가 줄줄이 무산됐는데도
내년 상반기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16대 과제’에 공정경제 관련 내용은 다 빠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공정경제 추진 의지를 강하게 밝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고용·투자 상황을 고려할 때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과거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후퇴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는 “경제지표 관리를 위해서는
 투자 확대 등이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기 대응을 위해 재벌개혁을 포기하면 혁신성장은 더 멀어진다”고 말했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민자사업은 사업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부담을 정부가 대신 떠안고
상당 부분 세금으로 무상지원하는 문제가 있다”며
 “기존 방식의 민자사업을 늘릴 게 아니라 부작용을 바로잡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은주 노현웅 기자 ej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