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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갓 들어와 일 미숙한 외국인도 임금 똑같이 줘야" 中企 불만


https://news.v.daum.net/v/20190507175704551?f=p

"갓 들어와 일 미숙한 외국인도 임금 똑같이 줘야" 中企 불만

서찬동,권한울,안병준


 입력 2019.05.07. 17:57  

 

외국인 근로자 안쓸수도 없고
인건비 비중은 절반까지 올라
연수기간 따로 없어 임금 부담
고용허가제 보완 요구 목소리
27만명 인건비 한해 9조 넘어
최저임금 올라 6000억원 늘어

◆ 외국인 근로자 꺼리는 中企 ◆

인천 서구의 한 알루미늄 표면처리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약품 처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천 = 권한울 기자]
경기 김포에서 자동차와 원자력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주물제품을 만드는 A사.
근로자 20명 중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이 8명이다.

 내국인 근로자 중 20대는 경리 여직원이 유일하며
생산 현장 근로자는 모두 45세 이상이다.
 A사 이 모 대표는 "젊은 사람을 몇 번 채용했는데 일이 힘들어 며칠 버티지 못하고 다 퇴사했죠.
그나마 외국인 근로자라도 있어야 공장이 돌아갑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올 초 외국인 근로자들로부터 황당한 집단 항의를 받았다.

입사 3년 차인 고참(?)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제 갓 입사한 근로자와 임금이 비슷하다며 따지고 나섰다.

3년 차 외국인 근로자의 월 임금은 230만~240만원으로 숙식비 등을 더하면 월 300만원이 넘는다.


지난해 임금은 210만원이었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20만~30만원 대폭 올렸다.

하지만 연차별 임금 차가 크지 않아 갓 입사한 외국인 근로자도 비슷한 임금을 받자

 고참 외국인 근로자들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이 대표는 "외국인은 입사 첫해에는 언어 문제 등으로 업무 수행이 내국인의 60~70%밖에 안 된다"며

 "힘든 일은 일부러 못 알아들은 척하기도 해 답답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사는 결국 3년 차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더 올려줄 수밖에 없었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총 230만명.
 이 중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근로자 27만8000명은
주로 금속 가공·제조(18%), 고무·플라스틱 제품 제조(15%), 기계·장비 제조(11%) 등 뿌리 제조업에서 일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중소기업이 지급하는 급여는
 평균 월 255만4000원으로 내국인 대비(95.6%) 큰 차이가 없다.

 나라 전체로는 올해 총 9조3418억원의 인건비(기본급, 초과근로수당, 부대비용, 사회보험료 포함)가
 이들 외국인 근로자에게 지급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저임금 10.9% 인상으로 전년보다 6000억원 이상 늘었다.


인력난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외국인 근로자 신청이 미달된 데는 경기 악화와 인건비 상승,

 근로시간 단축이 맞물린 것으로 중기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A사의 경우도 지난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매출은 10%가량 늘었지만,

인건비와 원·부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오히려 순이익은 반 토막이 났다.

최근에는 3년간 성실하게 근무해오던 외국인 근로자가

갑자기 모국으로 돌아가겠다며 퇴사해 인력 공백을 겪기도 했다.


퇴사한다고 해도 문제다.

이 대표는 "퇴직금·국민연금 등 이것저것 합치니

퇴사 때 외국인 근로자가 한번에 가져가는 금액이 2200만원에 달했다"면서

"경기가 좋을 때는 몰라도 지금처럼 힘든 때는 한 명 더 고용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기도 시화·반월공단에서 포장용 PP밴드(스트랩)를 제조하는 대은산업의 김종웅 대표는

"정부가 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더 커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은산업은 근로자 56명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가 20명이다.

 PP밴드는 원재료인 플라스틱 칩을 고온에서 녹여 만들기 때문에

기계 설비를 끄지 않고 24시간 가동하며 12시간 2교대로 일하고 있다.


제조비용 가운데 원자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80%로 높고

 인건비가 13~14%,

나머지는 전기료 등 각종 잡비용으로 들어간다.


김 대표는 "중소기업은 1년 차부터 5년 차까지 연차별 임금 차이가 크지 않다"며

"최저임금 급등으로 신입과 2년 차 임금이 역전돼 2~5년 차 임금을 그만큼 다 올려줘야 했다"고 말했다.


또 최저임금이 급등하면 제품가격이 당연히 오르고,

여러 기업이 함께 제품가격을 올리면 물가가 상승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상쇄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임금 상승으로 근로자 삶의 질이 높아지려면 우선 기업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며

"하지만 정부는 국내 중소 제조기업을 최악의 생산조건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인천시 서구의 한 알루미늄 표면처리업체는 사업이 존폐 위기까지 내몰려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2년 전 30% 선이던 인건비 비중이 44%까지 올라 사업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회사 대표는 "직원 9명 중 6명이 외국인 근로자인데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으면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며

 "주변 다른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회사가 힘들어 지난 7~8년간 요지부동인 제품단가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하자

 원도급업체는 "단가를 올리면 가격경쟁력이 낮아져

 해외 바이어와의 거래가 끊길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업계는 뿌리 제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4년부터 시행돼

 올해로 15년을 맞은 고용허가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이전의 산업연수생제도는 연수기간을 1~2년 둬 이 기간에는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한 바 있다.

문철홍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지원실장은 "15년 된 고용허가제를 손질해

외국인 근로자 숙식비·국민연금 부담을 줄여주고

이직 요건 강화에 성실히 숙련한 외국인 근로자의 근로기간 연장 등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시화·반월 = 서찬동 기자 / 인천 = 권한울 기자 / 김포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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