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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여야 안 가리는 ‘혐오의 역공’ 젠더·인권 법안 ‘줄줄이 좌초’


여야 안 가리는 ‘혐오의 역공’ 젠더·인권 법안 ‘줄줄이 좌초’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성평등 법안 발의 의원들 대상

문자폭탄 등 조직적 항의·반대
인권위 역할 확대 개선안도 뭇매


성평등·인권 개선 법안이 ‘혐오의 역공’에 눌려 국회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성차별·성희롱 피해 예방, 여성 권익 증진,

성소수자 인권 보호 강화 등을 담은 성평등 법안을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 확대 등 인권정책 개선법안까지 뭇매를 맞는 현실이다.


심지어 지난 국회에서 발의됐던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번 국회 들어 한 건도 발의되지 않고 있다.


동성애 반대 단체, 일부 종교단체 등이 정치권의 약한 고리인 ‘표’를 앞세워 조직적 항의에 나서면서다.

 1일 서울광장에서 진행되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20년째 치러지고 있지만

성평등·소수자 인권의 제도화는 역행하고 있다.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성차별·성희롱의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성차별 금지법)’은 4월12일 철회됐다.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한 조문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반대 전국교수연합은

 “인권위가 트랜스젠더·제3의 성·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 시정을 권고할 것이 예상된다”며 반대를 종용했다.


 이들의 입장은 온라인 보수 커뮤니티에서 “성차별을 조사하면 동성애도 포함된다”,

“성차별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에서 동성애를 가르치게 된다”는 논리로 확대 재생산됐다.

입법예고 등록의견에 등록된 1만274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대한다’ 글 다음으로 많은 글이

‘동성애 반대’였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실은 ‘반대 단체’의 1차 타깃이다.

공략이 여의치 않을 경우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다른 의원들 중

약한 고리를 끊는 식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전혜숙 의원 발의 법안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내놨지만 항의에 부딪혀 결국 발의안을 거둬들였다.

이 대표 측은 문자 폭탄, 전화 항의, 무더기 반대 댓글 등 집요한 항의에도 버텼지만,

최초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의원들의 이탈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혐오가 찍는 ‘좌표’는 여야, 진보·보수를 가리지도 않는다.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은

인권위가 실시하는 인권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한 국가인권위법 개정안을 지난 3월에 내놨지만

‘동성애 반대’에 가로막혀 3일 만에 법안을 철회했다.


법규 위반 벌금액을 상향하는 내용의 인권위법 개정안(한국당 김정재 의원 발의)도

 “인권위 업무는 동성애 옹호 업무”,

“동성애 반대에 벌금을 매기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의 공세에 좌절됐다.


김 의원은 “인권 관련 집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제보가 있었다”며 법안을 철회했다.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도 지난해 12월

“최근 여성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문제가 부각되는 점을 감안할 때

 여성인권 업무수행이 필요하지만 인권위에는 별도 소위원회가 없다”며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놨지만, 온라인 보수 커뮤니티에서 ‘위장 보수’라는 공격을 받고 법안을 포기했다.


‘혐오’가 타깃으로 삼는 성평등·인권 법안의 범위는 확대되고 있다.

               

최근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등에서는

성희롱 예방교육 강사의 자격기준을 규정한 남녀고용평등법(민주당 신창현 의원 대표발의),

여성가족부 공익광고를 종편에서도 방송토록 한 가정폭력방지법(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 대표발의),

미혼을 비혼으로 용어를 바꾸는 내용의 건강가정기본법(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 대표발의) 개정안 등이

 ‘필수 저지 법안’으로 지목된 상태다.


“출산율 저하를 부추긴다”거나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면 갑이 된다”는 등의 비약과 억지논리가 동원되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5311607001&code=910100#csidxde7d0be77c60f20b19c73441b0af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