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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총파업 나선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이들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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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나선 20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이들은 누구일까?

왜 함께 투쟁에 나섰고,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비정규직 제로 시대 약속을 지켜라”

김경자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7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2019.06.27

김경자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이 27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7월 3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2019.06.27ⓒ김철수 기자


 

7월 3일, 사상 최초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0만 여명이 함께 파업에 나선다.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서비스연맹, 민주일반연맹, 여성연맹 등

 다양한 산하 조직들은 지난 4월말부터 이날의 공동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과연 오늘 파업에 나서는 노동자들은 누구일까?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

 왜 다양한 직종과 일터에서 따로 일하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일까?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노동자 50%는 학교 소속
학교에서 일하는 열 명 중 네 명이 ‘비정규직’
공정임금제 도입, 교육공무직 관련 법 신설 등 요구


이들 중 절반가량은 중 조리사, 조리원, 돌봄전담사, 행정실무사.

 사서, 전문상담사 등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이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추산에 따르면,

 전국 1만 2천개 초·중·고등학교에서 100여개가 넘는 직종의 약 15만명(방과후 강사, 기간제 교사 제외)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학교 교직원의 41%에 달한다.

이들 중 상당수가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거나,

학교에서 상시·지속적으로 필요한 업무를 한다.


아이들이 교무실, 급식실, 도서실, 과학실, 상담실, 돌봄교실, 운동장 등

학교 곳곳에서 보살핌과 도움을 받는 어른들 중 셋 중 한 사람은 비정규직인 셈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일터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있고

이들 간의 차별이 상존한다’는 현실을 자연스레 접하게 된다.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으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비정규직 철폐 공정인금제 쟁취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발표 및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조와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등으로 구성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비정규직 철폐 공정인금제 쟁취 파업 찬반 투표 결과 발표 및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학교비정규직들은 이번 파업에서 이 점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학교 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할 제도를 도입하고,

장기적 고용 안정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공무원이 되겠다거나, 공무원과 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는 않다.

현재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60% 수준인 임금을, 대통령 대선 공약인

 ‘공정임금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80% 수준(직종별 차이 있음)으로 조정해 달라는 것이다.


또 오랫동안 법적 근거 없이 일해 ‘그림자’ 취급을 받았으므로,

 자신들의 신분을 규정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해 별도의 직제(교육공무직)를 만들고

해당 신분으로 정규직화 해달라는 요구다.


이들은 자신들이 파업에 나서면 아이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안다.

그래서 파업에 나서기를 주저한다.

최저임금에 가까운 적은 임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파업 참가일의 일당을 포기하는 것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긴 시간 대화를 거듭해 왔다.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약속 이행 촉구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인 집단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9.06.17

민주노총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약속 이행 촉구 학교비정규직 여성노동자 100인 집단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9.06.17ⓒ김철수 기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4월 1일부터 교육부, 17개 교육청과 9차례 교섭을 했다.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자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조정신청을 했고,

이조차 성립되지 않자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며,

오늘(3일)부터 사흘간의 파업에 돌입할 것을 예고했다.


그리고도 지난달 27일까지 실무교섭을 이어왔다.

 1일에 파업을 공식 선포한 후에도, 2일 오후 7시까지 교육당국과 실무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합의점에 이르지 못해 오늘 파업하는 것이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속한 3개 노조 연대체인 학비연대회의는 3일 시작되는 총 파업에

 사흘간 전국 6천여개 학교 소속 조합원 9만여명(연인원)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3일 오후 진행되는 서울 광화문 총파업 집회 참가자가 약 4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4~5일에는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앞에서 집결해 지역별 총파업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다.



환경미화원(자료사진)
환경미화원(자료사진)ⓒ사진 = 뉴시스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들
하는 일 고용형태 다르지만 함께 “차별 철폐, 정규직화”외쳐
가장 중요한 것은 공약 지키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나머지 절반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 등

중앙행정기관, 한국도로공사 등 공공기관, 전국 지방자치단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청소 미화 및 시설 관리, 경비, 주차 등을 비롯해,

톨게이트 요금 수납, 직업 상담, 방문 간호, 노인 요양, 아이돌봄,

박물관과 공연장 전시 운영, CCTV 관제 등 매우 다양한 일을 한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1만명이 3일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 총파업대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일 시작된 파업은 사흘간 진행되면 4~5일에는 각 지역본부별로 파업대회가 개최된다.


이날 파업에 민주연합노조 강원지역본부 조합원 1,500여명이 참여하는데,

이들 중 1000여 명이 강원 지역 지자체 소속 환경미화원이다.

 강원 지역 생활쓰레기 수거가 상당 부분 멈출 것으로 보인다.

 또 전주시 민간위탁 청소업체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서, 재활용 수거 및 선별 처리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가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일반상담원 전임 통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가 1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일반상담원 전임 통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또 공공연대노조 소속 직업상담원, 통계조사원 등 고용노동부 공무직들도 파업에 나선다.

 이날 파업에는 20개 직종 3,000여명 가운데 1,200여명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각 지역 고용지원센터에 소속돼, 취업 상담을 하고

업체를 방문해 통계조사를 하는 등 직접 시민들을 만나는 일을 많이 한다.


부천고용센터 직업상담원 신승열 씨도 이날 파업에 동참한다.

그는 “주로 구직자들을 만나 취업 상담을 한다.

민원창구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무직”이라면서,

“우리가 파업에 나서는 건 복리후생이나 생활상의 차별 등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공무원이 되겠다거나, 그들과 같은 처우를 바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또 “우리와 함께 일하는 통계조사관들은 최저임금을 받는데,

제대로 된 임금체계도 없고 연장근로수당도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일하는데 정년까지 희망 없이 최저임금만 받으면서 일하는 게 맞는 건지 묻고 싶다”고

자신들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전했다.


한국도로공사 영업소에 속해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받아온 수납원들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들은 용역업체 소속이었는대, 최근 상당수가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됐다.

이중 자회사 전환을 반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다 계약이 종료된 1,400여명이 대량해고 상태에 놓였다.

 이들 중 40명은 지난달 30일부터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위에서 고공농성중이고

, 400여명은 1일부터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공공부문 비정규직 총파업에도 동참한다.

이들의 바람은 한국도로공사 소속 요금 수납원이 되어 계속 일하는 것이다.


이처럼 매우 다양한 노동자들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범위 안에 들어있다.

 신분도 무기계약직, 기간제 등 여러가지가 있고,

소속도 공공기관, 자회사, 위탁업체 등 각양각색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신들의 처우와 관련해, 정부가 공약한 바를 제대로 이해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2017.05.12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공항 비정규직 직원을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2017.05.12ⓒ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이후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3단계로 나눠 추진하고 있지만 미비한 부분이 많다.


아예 정규직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 직접 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를 신설해 고용하는 경우,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경우 등등 갖가지 문제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 공공기관, 공기업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시점에서 정부가 정책 추진 상황을 되짚어보고 더 근본적인 개선을 이뤄내 줄 것을 요구한다.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예산 확대, 제도 개선 등의 의지를 높이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시지속업무의 예외 없는 정규직 전환

△간접고용구조 및 차별 해소 없는 자회사 전환 중단

△공공서비스분야 민간위탁 타당성 전면 재검토 및 민간위탁 규제

 △ 임금 차별, 복리후생 차별 등 철폐

△ 공무직군 법제화 및 관련 제도 정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요구를 살펴보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와 대동소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노조를 만들고 지난 수년간 투쟁한 결과,

수당 신설, 복리 후생 확대 등 처우를 일부 개선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일부 고용 안정도 이뤄냈다.

그러나 학교 현장의 차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작년엔 최저임금 산입범위마저 확대돼 수당 등이 기본급에 포함되면서

 애써 일궈낸 임금 인상마저 의미가 반감됐다.

 결국엔 정규직이 되고,

공공부문에 소속된 노동자로서 지위를 인정받아야만

 차별과 고용불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 하에

‘공무직 법제화’, ‘공정임금제’ 도입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여타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는 7월1일부로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2019.07.01.

홈플러스는 7월1일부로 기존 무기계약직 직원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2019.07.01.ⓒ사진 제공 = 홈플러스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해 최근 눈여겨 볼만한 사례가 있다.


 지난 1일 대형마트 3사 중 한 곳인 홈플러스가

소속 무기계약직 노동자들 1만428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대규모 정규직화가 이루어진 일터의 분위기를 두고,

주재현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희망에 차 있다”고 표현했다.


주 지부장은 “점포마다 다르지만 점장을 비롯해 정규직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축하해주는 분위기”라며,

 “비정규직으로 입사해서 비정규직으로 퇴직하는 줄 알았는데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승진 기회도 생겨서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고들 한다.


무기계약직일 때는 고용 불안은 없었지만,

최저임금 받고 정년까지 비정규직으로 다녀야 하니 희망이 별로 없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또 “월급이 크게 오른 것은 아니지만,

자식들한테 당당해지고 한 사람의 어엿한 직장인의 대우를 받는 기분이라고 하신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도 한 번에 정규직화가 된 것은 아니었다”며

 “노조 만들고 6년 가까이 사측과 이야기 하면서 조금씩 정규직 전환을 위해 나아갔다.


원래는 월급도 크게 차이가 나고 직제도 달랐는데

이것을 하나씩 바꾸어가면서 노력해,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지금의 제도에 다다랐다.

그러다보니 사측도 정규직 전환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주 지부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냥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봐도 같은 일을 하면서

정규직과 위탁업체 비정규직 소속으로 나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며

“정부가 좀 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노동자들에게 긴 흐름에서라도 어떻게 바꾸겠다는 결론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렇게 결론이 정해지면 노동자들도 양해도 하고 기다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게 없으면 투쟁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또 “사기업인 홈플러스도 하는데 정부가 왜 못하겠나.

 의지를 가지지 않고 꼼수를 피우면 안된다.

우리 사례를 귀감으로 삼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한다.

 그러면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쪽도 설득해가면서 결론을 맺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