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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16년 전에도 "검찰 간덩이 부어" VS "우리 간은 건강" 논쟁


https://news.v.daum.net/v/20190829141851257

16년 전에도 "檢 간덩이 부어" VS "우리 간은 건강" 논쟁

김태훈


2019.08.29.


"檢 독립 보장" 약속해놓고 정권 실세 수사하자 "간덩이 부었다"

/ 16년 전과 지금 달라진 것 없는 여당.. "핵심은 檢 인사권 독립"


 
“다만 청와대 일각에선 ‘인사권’에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검찰 인사에서 청와대를 당혹하게 한 검사들에게 어떤 조치를 할지 여권은 주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그 가족을 둘러싼 각종 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의 정세를 분석한 기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실은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3년 7월에 한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다.


1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최고위원ㆍ국회의원ㆍ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정대철 상임고문(가운데)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늘날 서울중앙지검의 전신에 해당하는 옛 서울지검 특수2부가
 굿모닝시티 사건을 수사하던 때의 일이다.

수사 대상은 당시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정대철 대표.
 요즘 조 후보자보다 훨씬 더 거물급인 인사가 검찰 수사망에 걸려든 것이다.


정 대표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에 ‘구명 요청(SOS)’을 했다.

하지만, 먹히지가 않았다.

정 대표에게 동정적인 어느 청와대 관계자가 마지못해

“검찰이 요즘 간덩이가 부었다”고 한마디 했다.


돌아온 것은 “우리(검찰)의 간은 건강하다”는 냉랭한 반론뿐이었다.

당시 특수2부장이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검찰을 대표해 촌철살인 같은 논평을 내놓았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노무현정부는 2003년 2월 출범과 동시에 검찰 등 권력기관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삼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청와대에 파견 나와 있던 검사를 검찰로 돌려보냈다.

그러자 검찰이 정권 실세 수사에 나섰다.

정 대표는 결국 구속됐고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맨 위에 소개한 기사 한 구절은 당시 청와대와 여권에 팽배했던 당혹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결국 꺼내든 것은 대통령이 쥐고 있는 검사 인사권이었다.

‘청와대를 당혹하게 한 검사들’이 어떤 조치를 받을지 여권에서 주시한 결과일까, 

이듬해인 2004년 검찰 정기 인사 때 채동욱 특수2부장은 지방 지청장으로 좌천성 발령이 났다.


16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 “윤석열 검사야말로 검찰총장으로서 적격”이라고 합창을 했던 이들이

검찰의 조 후보자 관련 압수수색 이후

일제히 윤 총장과 검찰을 향해 “개혁의 걸림돌”이라며 십자포화를 쏘아댄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수사 지휘부인 서울중앙지검장과 특수2부장을 공개적으로 거명하며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다음 인사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노골적인 암시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야당은 29일 “국정농단 사태 때는 ‘권력 눈치를 안 보는 검사’라며 윤 총장을 두둔하더니

정작 조 후보자가 수사 대상자가 되니 거꾸로 윤 총장을 ‘적폐’로 몰고 있다”며 

“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끝이 없다”고 꼬집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