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심각한 과제는 노인빈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08년부터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었으며,
2014년에는 기초연금으로 명칭이 바뀌어 20만 원 정도의 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오는 9월부터 기초연금 최대액은 25만 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의 기초연금은 국제통계에서
기초연금(Basic Pension)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부조' 신세다.
노인빈곤의 주 원인은 취약한 공적연금 때문이다.
공적연금의 목적은 자신이 젊은 시절 얼마나 돈을 벌고 축적했느냐와 상관없이
노년 생애를 존엄하게 보낼 수 있는 보편적 생계를 사회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한국의 심각한 노인빈곤은
공적연금 자체가 매우 적어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만이 진실일까?
94조5000억 원은 누구에게?
그럼 '공적연금'에 포함되는 연금들이 얼마나 걷히고 쓰이는지 살펴보자.
먼저 국민연금. 2016년 한 해 동안 37조1734억 원의 보험료를 거두었고
24조5000억 원의 기금운용수익을 창출했다.
같은 해 공무원연금은 14조1070억 원을,
사학연금은 2조7016억 원을 지급했다.
2015년 기준 군인연금의 지급액은 2조8556억 원이다.
별정우체국연금 2017년 지급액은 330억 원이다.
당초 책정된 2018년 기초연금 예산은 지자체 분담금을 합해 13조1200억 원이다.
이렇듯 공적연금을 지급하기 위해,
그리고 향후 지급을 위해 마련한 비용을 합하면 연간 94조 5000억 원이다.
단순히 730만 명 정도에 이르는 노인 인구에 94조 5천억 원을 나누면
1년에 1295만 원으로 한 달에 약 108만 원꼴이다.
지금 창출된 공적연금 재원으로도 노인 1인당 100만 원 넘는 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누구나 알다시피 다수 노인이 심각한 빈곤으로 고통받고 있다.
왜 이런 상황이 초래됐는가?
무엇보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 '돈을 잘못 쓰는 시스템'에서 기인한다.
일단 국민연금을 살펴보자.
국민연금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보험료와 기금운용수익으로 2016년 61조70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확보했으나,
지급한 돈은 17조682억 원이다.
44조 원이 넘는 돈을 그냥 쌓아뒀다.
왜?
현재 보험가입자의 지급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쌓인 기금만 600조 원이 넘는다.
공무원연금을 비롯한 특수직역연금은 어떤가?
유족을 포함 불과 57만 명 수급자(2015년 기준)를 위해 무려 20조 원을 투입했다.
정부는 일반 직장인 사용자 두 배에 육박하는 부담금을 내고도 모자라
2015년 기준 4조4000억 원의 적자보전 예산을 추가로 사용했다.
그래서 똑같이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다수의 공무원 교사 은퇴자는 한 달에 300만 원씩 연금을 받는 노후를 즐기고
절대 다수 노인들은 20만 원 남짓한 기초연금으로 근근이 생명줄만 이어간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보장하는 '특권노인계층' 존속을 위해 엄청난 빚이 쌓인다는 점이다.
2016년 기준 국가부채 1433조1000억 원 중
752조6000억 원이 공무원과 군인연금 충당부채이다.
'모수개혁'으로는 한계에 봉착한 현 연금체제
지금까지 여러 차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져 왔다.
개혁의 강도는 다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나타난 건 낸 돈에 비해 적게 받도록 하는 방향이었다.
평균수명 연장과 저출산으로 수급대상인 노인인구는 늘어가고
부양가능인구(가입자) 비중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험료율과 지급액을 조절하는 일명 '모수개혁'은 한계에 봉착했다.
근본 원인은 사회보험 연금체제의 전제가 되는
'정형화'된 산업화시대 노동의 형태가 상당 부분 허물어졌으며
이러한 변화는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바깥에는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며,
국민연금 가입자지만 생계곤란 등의 사유로
'납부유예자'인 지역가입자만 417만 명에 이른다.
직장가입도 2016년 누적 보험료 미납액이 2조2165억 원이다.
국민연금은 애초 보험료를 낼 기회조차 없었던 노인세대를 버리고 시작했고,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지 않은 이들에겐 냉혹한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반면 가입자는 높은 수익비(평균소득자 1.9)를 보장하기에 '후세대 부담'이란 문제까지 안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기초연금 100만 원 시대, 가능하다!
현행 사회보험 연금체제는 각 제도별 격차도 상당하며,
애초에 '제도'에 못 들어온 이들은 철저히 외면한다.
그리고 제도상의 한계로 자원분배 왜곡과 불평등 및 비효율이 발생하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 세대의 부담까지 전제한다.
결정적으로 국민연금은 18세부터 59세까지 가입된 이들을 대상으로만 보험료를 걷는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시점에서 재원의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
여기에 누진부과가 아닌 정률부과보험료라는 한계. 449만 원이라는 소득상한액 등으로 인해
재원확보 범위는 더욱 좁아진다.
향후 인구 구조상 노인부양비가 증가하면 제도 존속에 더 어렵다.
단적으로 보험료가 6.12%(2016년)인 건강보험료 징수액이 약 47조5000억 원으로
국민연금보다 10조 원 이상 많다.
건강보험은 나이와 상관없이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내야 하고
보험료 소득상한도 8710만 원으로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국민연금 소득상한을 건강보험처럼 올리긴 힘들다.
왜냐면 국민연금은 세금이 아니기에
보험료를 많이 내면 그만큼 많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보편적인 노후보장을 실현하기 위해선
기존의 사회보험 연금체제를 기초연금 중심으로 전면 전환하는 과감한 도전이 필요하다.
필자는 보험료가 아니라 세금으로 연금의 재원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본 글에서는
'소득세', '법인세'에 40%씩 목적세로 '연금세'를 신설 부과하고,
퇴직연금운용 및 기 수급자 정산 등을 감안해
기초연금에 투입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을 지금의 40% 수준으로 가정했다.
각 연금제도(국민, 공무원, 사학, 군인)는 가칭 '퇴직연금공단'으로 일원화한다.
현 가입자는 납부한 보험료에 대해 개인별 계좌를 신설,
납부 보험료에 적정한 운용수익을 더해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현재 수급자는 과거 납부한 보험료와 수급연금액의 차액을 산정해
기 수급 연금액이 많으면 종결처리,
납부한 보험료가 많으면 차액을 돌려주거나 퇴직연금으로 전환한다.
퇴직연금공단은 과거 납부한 보험료뿐 아니라
공무원의 퇴직적립금 운용을 기본으로 가입을 희망하는 직장, 개인(IRP계좌) 등을 유치할 수 있다.
현재 두루누리사회보험을 비롯해
농어업인, 실업자 등을 대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과 지속을 위한 다양한 예산이 존재한다.
연금제도 개혁으로 퇴직연금공단이 만들어지면
취약계층의 국민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예산은
'퇴직연금' 가입을 지원하는 예산으로 전환해
기초연금으로는 다소 부족한 노후보장성을 높이는데 활용 가능하다.
▲ 기초연금 재원 마련 및 퇴직연금공단의 신설.
그렇다면 기초연금의 지급은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기초연금은 일단 모든 65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지급한다.
물론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금액을 지급하면 좋겠으나
당면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자산축적과 퇴직연금으로 소득수준이 보장된 고소득층보다는
저소득층에 집중하는 제도설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금액은 각종 복지급여의 산출 기준인 '기준중위소득'의 60%(월 99만 1670원)를 최대액으로
소득하위 50%에는 최대액을,
상위 50%에는 소득별 감액하여 아무리 부자라도
노인이라면 기초연금 최대액의 50%는 보장받도록 설계했으며,
현행 기초연금처럼 부부 동시 수급 시 20% 감액을 적용한다.
이를 가정하고 산출한 기초연금 지급 예상액은 아래 표와 같다.
▲ 표1. 기초연금 지급액 추산(단위 원/명)
물론 노인빈곤율 상황과 경제 여건에 따라 제도는 유연하게 변화시키면 된다.
예를 들어 향후 노인빈곤이 상당 부분 해결되고
퇴직연금이 활성화된다면 50%인 전액지급 기준을 다소 낮춘다거나
부부감액 비율을 높이는 등의 개편을 할 수 있다.
그 외에 소득세와 법인세에 부과되는 연금세 비중을 다소 낮추고
부가세나 보유세로 연금세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등
융통성 있는 제도 운용이 가능하다.
연금제도 전면개혁의 효과
첫째, 기초연금 전면 확대 정책의 실현으로
세계 최악의 노인 빈곤국이라는 현실을 급속히 개선시킬 수 있다.
둘째, 사회보험 기반 연금체제로 인해
소득에 비해 큰 부담을 감내해왔던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가처분소득이 늘고,
과도한 노후에 대한 염려로 인해 사보험 금융상품에 몰렸던 자금이 직접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기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 표2. 연금제도 변화로 인한 300만 원 급여생활자의 가처분소득 변화 예측
셋째, 각종 복지 지출 및 관리 비용 절감이다.
심각한 노인빈곤으로 인해 많은 노인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이다.
기초연금 중심의 연금개혁은 빈곤노인을 위한 각종 재정지출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현행 개별 연금제도에 따른 각 공단 운영 예산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
넷째, 과도한 연금 보장을 위해
국민 세금으로 적자보전을 책임져온 소수의 공무원,군인연금 수급자들에 대한 특혜논란과
이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 및 사회적 갈등요소도 사라질 것이다.
다섯째, 국가부채 문제의 개선이다.
2016년 국가부채 1433.1조 원의 52.6%인 752.6조 원이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새로운 기초연금은
소수의 특권적 연금향유로 초래한 천문학적 연금충당부채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방안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정산과정에서 지출은 상당히 발생할 수 있다.
여섯째, 기업의 경영여건 개선과 고용 확대이다.
연금의 주 재원이 국민연금보험료에서 조세(법인세)로 변화할 경우
이익이 크지만 고용이 적은 기업에 비해 고용을 많이 한 기업이 우대를 받게 된다.
더불어 고용지속에 있어 큰 부담이었던 국민연금 보험료가 이익에 따라 연동되는 법인세로 변화함에 따라
고용 지속은 물론 추가 고용창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표3. 100인 고용 중소기업 지출증감 예측(월급 300만 원 / 법인세 과세표준 5억 원)
후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지속가능한 연금제도
연금개혁으로 실시되는 새로운 기초연금의 특징은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능력만큼 함께 노인 부양을 책임지고
후세대에 부담을 미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험료가 아닌 세금이 재원이 되므로
많이 버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만큼의 책임을 이행하게 된다.
종합소득 신고액의 17%를 차지하지만
연금재원 납부에서 제외된 60대 이상의 소득도 연금재원에 기여하게 되므로
노인부양비 상승에 대비하는 효과도 존재한다.
향후 연금세 징수대상으로 '보유세'가 추가된다면
지나치게 적은 '자산'에 대한 자연스러운 증세와 상당한 부동산을 소유한
노년세대와 미성년자까지 재원 기여 범위에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과도한 기금적립'과 '기금 고갈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억지로 기금을 쌓을 필요도 없고 발생한 수익은 기초연금과 퇴직연금으로 지출된다.
즉 너무 많이 늘어나지도 그렇다고 고갈되지도 않는 적정한 기금유지가 가능하다.
이렇듯 장점이 많은 연금개혁이지만 변화에는 수많은 난관이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기득권을 가진 소수의 저항과 반발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 외 구체적 로드맵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측하고 해결할 상세연구와
사례별 시뮬레이션 등 과제도 많다.
2018년은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가 발표되는 해이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2019년경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추진한다는 소식도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논란을 경험하고 국민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연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꾸준히 증가해왔다.
특히나 장기재정 추계 발표와 보험료 인상 등이 겹쳐지면서
2018년 연금문제는 폭발적 이슈로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거 공무원연금 개혁은 '반대세력'만 동원(mobilization)하는 효과가 있었으나,
기초연금 전면 확대는 광범위한 '지지세력' 구축 및 동원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국민연금 폐지, 기초연금 100만 원'은 쉽고 전달력이 좋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까지 있다.
정치적으로 쟁점화된다면
2010년 지방선거의 '무상급식'을 뛰어넘는 아젠다로 충분히 부각될 수 있다.
중요한 건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연금의 새판 짜기'를 가능케 할 범사회적 공감 확산이다.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 노후가 보장되는 미래를 꿈꾸며,
이를 추동할 정치적 리더십 발휘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2018년 1월 정의정책연구소에 제출한 연구보고서
'보편적 기초연금, 가칭 평등연금 도입방안 연구'를 기반으로 작성했습니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no=257701
국민-공무원연금 통합, 가능하다
[민미연 포럼] "연금 통합, 총선 핵심 아젠다로 부각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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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개편 방향을 논의하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단일안을 합의하지 못하고 결국 복수 안을 제출했다.
2018년 재정추계에서는 분명 2057년 국민연금 기금 소진과
부과식 전환 시 향후 30%를 넘는 보험료율을 후세대가 감당해야 한다고 데이터를 도출해 제시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더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선'을 제시하며
생산적인 연금 논의 자체에 장애물이 놓인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을 이어받은 국회는
이어지는 21대 총선 정국 속에서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개혁은 어느 나라에서나 어려운 문제였다.
특히나 연금제도가 성숙해질수록 개혁의 무게는 더욱 무겁다.
우리의 경우도 2006년에 진행된 국민연금 개혁의 경우 엄청난 소득대체율 삭감이 진행됐지만,
당시 18년 짧은 국민연금 역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조직화 미비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제도개혁이 완료됐다.
반면 시행 54년이었던 공무원연금은 2014년과 15년에 걸친 개혁에서 국민연금보다 강도도 낮고
가입자 수도 소수였지만 저항 강도는 국민연금 개혁 때보다 월등히 컸다.
분명 2018년 재정추계를 통해 국민연금의 '건강진단 결과표'는 나왔다.
이대로 두면 쌓인 돈은 다 쓰고, 짧은 소진 시기로 금융시장 충격도 예상되며,
후세대들은 지금보다 몇 배에 이르는 보험료를 부담해야 간신히 유지된다는 결과다.
하지만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
국민들의 반감을 설득할 자신도 용기도 없는 정부의 합작으로
'국민연금 제4차 재정추계'란 진단 결과는
개선을 위한 지표가 아닌 한낱 종이 쪼가리로 남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사실 국민연금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지만 국민들이 겪는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원래 사람이란, 가난함보다 불공평함에 더 분노하기 마련이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직업이 공무원 교사 직업군인이었던 사람과
그렇지 않았던 대다수 국민들의 은퇴 후 삶의 격차는 엄청나다.
그리고 격차의 핵심은 공적연금이다.
특히나 한국은 OECD에서 압도적인 노인빈곤율 1위인 나라이다.
분명 자신과 비슷하게 살던 이웃이나 친척이 노인이 되면
(사실 중장년이라도 은퇴 후) 국가로부터 수백만 원씩 받는데
자신은 20만 원 남짓의 기초연금에 연연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그 억울함은 클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일할 때 급여 차이는 능력이나 운으로 치부될 수 있고,
처지의 변화에 대한 희망이라도 있지만
노후의 삶을 좌우하며 공공자금이 원천인 '공적연금'은
국가가 사회보장 정책으로 지급하는 것이기에 박탈감이 더 큰 것이다.
이미 많은 국민들, 그리고 노후세대가 직접 체험으로 연금 차별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기에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이 합리적으로 개혁될 수 있는 합의 도출은 더더욱 어렵다.
그렇기에 국민과 공무원(특수직역)연금 격차를 바로잡는 문제는
단순히 차별시정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노후보장제도의 새판 짜기를 위한 개혁 동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최근 크게 여론의 주목을 받지는 않았지만,
공무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의 통합을 논의하는
'공적연금 통합방안 토론회'가 지난 8월 27일 국회에서 열렸다.
개별 의원실이 아닌 원내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이
당 정책위원회와 정책연구원 차원에서 준비한 공식적 토론회였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사실 연금통합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반대 논리가
'엄청난 재정소요를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단적으로 지금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그대로인 상태에서
재직 공무원들이 국민연금으로 바뀌면 보험료 수입은 거의 반 토막이 날 것이며,
가뜩이나 많은 '적자보전금'은 폭증한다.
그렇기에 연금통합 얘기만 나오면 반대 제1 논리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2014년 발표한
'공무원연금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비롯해 많은 선행 연구에서
현행 공무원연금을 유지하는 것보다
연금을 통합하는 것이 장기적 재정지출 측면에선 부담이 훨씬 덜한 것으로 도출된 바 있다.
▲ 그래프 1과 2는 한국개발연구원 KDI의 '공무원연금제도 개선방안 연구' 중 공무원의 국민연금 통합과 민간 수준의 퇴직금 지급 개편 시 재정부담(일명 '대안4')를 추계한 것임을 밝힙니다.
그래프 1과 2에서 알 수 있듯,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과 통합하고 퇴직수당을 민간 퇴직금 수준으로 늘릴 경우
단기적인 부담은 상당히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론 특수직역연금 '적자보전금'은 0원이 되고,
'총재정부담률'도 하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매가 무서워 피하다간 나중에 더 큰 재앙과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어차피 맞을 매라면 먼저 맞고 끝내는 게 훨씬 낫다.
참고로 미국은 신규공무원 국민연금 가입,
연방 공무원 퇴직연금과 저축계정은 별도 운영하는 방식으로 개혁하면서
이에 따른 비용은 장기 국채 발행으로 해결했다.
국민-공무원연금 통합, 어떻게 해야 하나
연금 일원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크게 단일 국민연금으로 통합하는 방안과 별도의 연금공단을 운영하지만
제도는 동일하게 하는 방안으로 나눌 수 있다.
본 글은 현재의 공무원, 교사 등
특수직역연금 가입자들도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통합'을 전제로 작성했다.
1) 재직자·신규자 공통으로 9% 보험료율 국민연금 가입
재직·신규 상관없이 현재의 공무원연금 가입자들이 국민연금 가입자로 전환한다.
2) 가입과 함께 국민연금 제도 적용
기 납입한 공무원연금은 현재도 운영 중인 '공적연금 연계제도'를 준용해 인정한다.
단, 현재의 연계제도와 달리 과거 생성된 연금수급권의 지급 주체도 국민연금공단으로 바뀐다.
그 외 수급연령을 비롯한 모든 제도는 국민연금 규정을 일괄 적용한다.
예를 들어, 1972년생이면서 1995년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현행 규정상 50대라도 퇴직 즉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으로 '소속 변경'이 되면서
기존 국민연금 규정(1969년생부터 65세 수급)을 적용받는다.
3) 특수직역연금 각 공단/기관은 <퇴직연금공단>으로 조직통합
현재 존재하는 공무원연금공단, 사학연금공단 등은 '퇴직연금공단'으로 통합된다.
연금통합은 공무원, 교사 등에게도 민간 수준의 퇴직(연)금을 보장하는 걸 전제로 하기에
정부 및 사용자(학교법인 등)는 급여의 8.33%를 퇴직연금공단에 의무 납입한다.
퇴직연금공단은 해당 자금을 운용해 퇴직연금을 지급한다.
더불어 퇴직연금공단은 공무원, 교사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 직장인, 민간기업에도 가입을 개방(IRP 포함)한다.
더불어 약 29조 원에 이르는(2018년 말 기준)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연기금은
승계 받아 운용자금으로 활용한다.
4) 특수성 있는 직종에 대해 퇴직연금공단 당사자 계정에 정부예산 추가 불입
현재의 공무원, 사학, 군인연금은 기초+국민연금 기능에 퇴직연금,
그 외 직종에 대한 보상 측면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특수직역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것을 정당화하는 역할도 했다.
예를 들어 인사 정책상 군인이나 경찰, 소방직에 대해 추가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사용자(정부)는 '퇴직연금' 당사자 계정에 8.33%가 아닌 더 많은 납입으로
직종의 특수성에 따른 보상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
5) 공무원 등의 고용/산재보험 가입
기존 공무원의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각종 모성보호와 재해보상,
각종 직무능력 교육 등은 정부 일반예산을 통해 지출했다.
연금 통합의 과정을 통해 공무원들도 일반 민간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고용/산재 보험에 가입해
동일한 가입자 혜택을 제공하도록 한다.
관련한 예산 지출은 고용/산재보험 보험료 부담으로 대체한다.
6) 기존 특수직역연금 수급자 지급, 국민연금공단 담당
제도 통합으로 이미 은퇴하여 공무원연금을 받는 수급자의 연금 지급 주체는 국민연금공단으로 바뀐다.
당연히 국민연금 가입으로 인해 '보험료율'은 줄어드는데,
이미 재정이 고갈 난 특수직역연금 특성상 국민연금은 상당한 지출 증가가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는 매년 공무원 등
특수직역연금에서 국민연금으로 전환된 이들의 보험료 수입과 지출액 사이의 차액만큼을
국민연금공단에 ‘보전금’으로 지급한다.
보전금의 재원은 원칙적으로 일반조세와 '재정정화기여금' 수입, 장기 채권발행 등으로 충당한다.
7) 기존 공무원재해보상법 폐기 또는 전면개정
현재 공무원 등은 산재보험이 아닌 '공무원재해보상법'의 적용을 받는다.
공무원도 산재보험 가입과 함께 동일한 산재보험법 적용을 받고,
기존의 '순직' 제도는 직업과 신분에 상관없이
공공의 안녕을 위해 희생한 모든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한다
.(가칭 '순직 및 의사상자 심의위원회') 더불어
순직자에 대해선 기존 산재보험 유족급여 외(外) 순직유족보상금은
산재보험과 별도로 국가 예산으로 지급한다.
8) 통합 이후 신규 국민연금 수급자부터 '공적연금상한제' 적용
연금이 통합되더라도 이미 상당 기간 공무원연금을 납입한 재직자들은 월등히 많은 연금이 '예정'되어있다.
이는 연금이 통합되더라도 오랜 기간 상당한 재정부담과 노후소득의 엄청난 격차를 초래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공적연금 '상한액'을 정하고,
초과 보험료 납입액에 대해선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해 지급한다.
예를 들어 '상한액'이 200만 원이라 가정하자.
퇴직을 목전에 둔 A라는 사람이 총 보험료(본인기여금과 국가부담)로 2억1000만 원을 납부했고,
예상 연금액이 300만 원이라면
200만 원은 연금으로 지급받고,
초과분 100만 원에 해당하는 보험료 납입액(2억1000만 원의 3분의 1) 7000만 원은
수익비 1을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받는다.
현재 각종 보험사들의 '즉시연금' 상품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9) '재정 안정화 기여금' 도입향후 수급이 예정된 이들에게는
'공적연금 상한제'를 토입해 과도한 수익비 발생을 방지하지만
낸 돈에 비해 월등히 많은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들은 어떻게 책임을 함께 할 것인가?
그렇다고 이미 약속된 금액 삭감은 어렵기에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재정 안정화 기여금' 도입이 합리적일 것이다.
재정안정화기여금 방안은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 방안1 : 일정 금액 초과분에 대해 구간별 누진 적용 방식(소득세 방식)
△ 방안2 : 수급 기간에 비례해 다른 요율 적용
방안1은 세금처럼 수급액 크기에 따라 구간별로 누진으로 걷는 것이며,
방안2는 수급 기간에 연계하는 것이다.
수급 기간이 긴 사람일수록 상대적으로 누린 혜택이 크기 때문이다
.(보험료 납입액 대비 수익비, 수급 기간에 따른 절대금액 등)
연금상한제 및 재정안정화 기여금 등이 도입된다면
연금통합에 따른 재정부담의 크기가 예상에 비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이다.
특히나 연금상한제의 경우 가입자 본인의 권리는 보장하면서,
일정 금액 초과분까지 과도한 수익비가 보장되는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도
방지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길은 여러 개라도 '종착지'는 연금 통합
국민-공무원(특수직역)연금의 통합 및 차별폐지는 연금제도의 합리적 개편과
노후 차별의 근원이 되는 불합리한 연금제도를 바로잡는 핵심과제다.
그러나 일본식으로 상호 제도를 조금씩 바꿔가며 통합해가기에
이미 국민-공무원연금의 간극은 엄청나게 벌어진 상태다.
더불어 이를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바로잡기에 한국의 공적연금 구조는 이미 위험단계에 돌입했다.
분명 길은 여러 개일 수 있다.
본 글에서 제시된 내용보다 더 편안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언젠가는 통합해야 한다'는 막연한 당위만으로
연금 통합(또는 제도일원화)를 장기 과제로 미루는 게 아닌,
명확한 목표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세스가
연금개혁의 핵심 담론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구체적 입법 과제로 도출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바른미래당의 '공적연금 통합방안' 토론회를 기점으로,
연금 통합이 21대 총선의 핵심 아젠다로 부각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