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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기자수첩]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약정의 부메랑

[기자수첩]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약정의 부메랑

 

 

김원식 뉴욕 특파원 wskim@vop.co.kr

 

발행시간 2014-12-31 16:03:15 최종수정 2014-12-31 16:03:15

 

 

“현대자동차 수십만 대 팔면 뭐해, 우리야 뭐,,, 사드(THAAD) 같은 것 서너 대만 팔면 되는데…”

 

 29일 이른바 ‘약정’을 체결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뒤,

마치 영화 007 기습작전 하듯 이미 26일에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이 체결됐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기자는 올해 초 술좌석에서 어느 미국 언론인한테 들은 이야기가 불현듯 떠올랐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따른 전략이라는 거창한 분석도 있고

일본의 재무장화가 우려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기자는 이보다 미국의 거대 ‘군산복합체’의 거침없는 전략이

야금야금 먹혀들어가고 있음을 보면서 씁쓸함을 달랠 수가 없다.

 

이 약정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이른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 미사일이 일본을 향해 날아갈 경우 우리는 어떤 정보를 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정보를 줄 만한 군사 자산은 있는 것일까?

 

이는 역으로 미사일이 그러면 남한으로 떨어진다면

일본은 우리에게 무엇을 도와줄 수 있을까?

남한에 군대라도 파견해 북한과 싸우겠다는 것인가?

 

그런데 앞서 언급한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을 지나 일본으로 간다면 우리는 무슨 정보를 줄 수 있을까?

기존에 가지고 있는 레이더 탐지 기술쯤이야 일본도 이미 다 가지고 있는데,

이 약정에서 언급한 상호 간에 최고급 비밀정보를 교환하겠다고 하면

당연히 최고급 군사 자산이 있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이 무엇을 노리는지 대충 감을 잡았을 것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에 이른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제)’로 대표되는 여러 첨단무기를 배치하려고 애쓰고 있다.

 말이야 주한미군 배치이지만 갈수록 삭감되는 미국의 국방 예산을 보면,

결국 ‘너희가 사가라”는 소리이다.

 

하지만 아직 명분이 약해 미국은 딴청을 피우고 있을 뿐이다.

 

이런 첨단무기 판매에 가장 핵심 명분이 되는 이른바 ‘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한미 간에는 동조가 되어 있고

미일 간에도 되어 있는데, 한미일 간에 없다는 것이 발목을 잡는 한 요인이었다.


일본은 한때 우리를 침략한 나라인데 북한 핵미사일이 위협은 되지만

무슨 우리가 일본까지 신경을 써야 하느냐는 것이 우리 국민의 정서이기도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팔기는 팔아야 하는데” 묘하게 일이 꼬이고 있었고

이러다가는 다른 여타 첨단무기들도 팔 수 없는 상황에 돌변할지도 모르니 똥줄이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굳이 올해를 넘기지 않고 약정이란 형식을 빌려 기습적으로 체결한 또 다른 이유이다.

 사드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사드 고고도 방어 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미국 국방부 미사일 방어국

 

 

문제는 한국 국방부는 전혀 딴청을 피운다는 것이다.

그냥 정보 공유에 대한 약정일 뿐이고 그 이상이 아니라고 변명할 것이 뻔하다.

 

 그런데, 다시 예를 들어 ‘사드’ 문제로 가보자.

 

다시 미국이 배치 압력을 넣는다면 이제 문제는 달라진다.

한미일 상호 간에도 최고급 군사기밀을 서로 공유하자고 약속했고

그 약속의 핵심 이유가 북한 핵미사일 방어인데... 이제 ‘사드’는 이 약정을 지키기 위해서도

도입 명분이 슬슬 생기고 마는 것이다.

이 약정의 보이지 않는 뒷면에 남겨진 그림이다.

 

 

다시 말해, 이 약정은 단순히 한미일 간에 군사 정보를 교류하겠다는 약정이 아니다.

문서에서도 단순히 ‘교류’가 아니라 ‘공유(share)’라고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해

한미일 간에 최고급 군사기밀을 공유하자는 협정을 맺을 만큼 이제는 이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까지 약정을 해놓고 이제는 또 무슨 핑계로

“아직 ‘사드’가 필요하지 않다”고 한국 국방부는 둘러댈 것인가?

 

 그리고 한때 잘 써먹던 “미국이 주한미군에 배치를 하든 말든 그것 미국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핑계가

이제는 이런 약정까지 체결한 나라인데 계속 통할 것 같은가?

한미일 상호 간에도 북한 핵미사일 방어 약정을 체결했는데, 남한에 배치되는 첨단무기들을

계속 미국이 공짜로 배치해 주기를 바라는 심보와 다를 바 없다는 미국의 반응이 들리지 않는가?

 

 쉽게 말해 미 군사복합체의 단계적 전략의 완벽한 승리가 이번 한미일 군사정보공유약정 체결의 뒷면이다.

 

 북한을 계속 호전적인 국가로 묶어 놓으면서 그 대표적인 위협인 핵과 미사일에 관해

이제는 한미일이 고급 군사기밀까지도 공유하기로 약정을 체결한 멍석이 깔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는 그에 따른 비용이나 부담을 우리 국민이 더 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을미년 새해가 밝아오면서 배치에만 수조 원이 든다는 ‘사드’가 다시 떠오르고

 “올해는 또 우리 주머니에서 얼마만큼의 돈이 고스란히 미국의 군산복합체로 빠져나갈까?”를 고민한다면

이는 기자만의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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