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삶의기술

느림의 미학 달팽이

 

 느림의 미학 달팽이

 

 

 <빠르게 더 빠르게>라는 어휘는 현대사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자동차나 비행기는 물론이거니와 가전제품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속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른바 속도의 시대인 것이다.

 

 

 속도경쟁의 단적인 예가 신상품 개발 경쟁이다.

 단 1초라도 먼저 개발하여 특허를 등록한 사람이나 기업은

 나중에 개발한 자들의 개발성과도 무효화시키며 그것과 관련된 모든 이익을 독점한다.

 

  FAST GOODS, FAST FOOD, FAST LIFE 등 요즘 우리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것들은

죄다 빨리라는 단어를 제 몸의 일부인 것처럼 붙이고 다닌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빨리라는 단어를 버리고 느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의 삶에 미약하나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문명의 이기에 적응하면서  정신없이 빠르게만 살아 온 까닭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것들이

 이런저런 계기를 통해 보이고 느끼게 되면서

느리게 사는 것의 소중함을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변화들에 부응하여, 산업화된 사회에서 현대인들이 상당기간 간과했던 소중한

 것들을 찾아주고자 지역방송인 울산MBC에서 시작한 것이 <느리게> <다르게>

 <행복하게>란 슬로건(slogan)을 내세운 <달팽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박병원 프로듀서와 민희웅 PD가 만들고 국악인 김준호와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2~3명 정도의 패널들이 함께 걸으면서 아름다운 우리강산의 달팽이 길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국 각지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마을과 자연, 사람을 느린 걸음으로 만난다.

 또한 승용차보다는 기차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화려한 숙소보다는

 서민들을 만날 수 있는 민박을 이용한다. 누구나 한번쯤 먹어봤을 것 같은 보통 사람들의 음식,

 내 어머니 같은 분들이 해 준 음식을 함께 먹고, 보고, 느끼며

 그 곳에 사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여행, 공정여행을 떠난다.’

 

 

 느림의 대명사인 달팽이의 속도는 어느 정도일까? 종류나 크기에 따라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속도는 한 시간에 50m정도라고 한다.

 

 

 가장 빨리 나는 새는 군함새로 시속 400,000m이고,

빨리 달리는 치타는 최고시속 115,000m라고 한다.


 덩치가 커서 굼뜰 것 같은 하마는 시속 50,000m이고,

가장 느린 동물 중의 하나인  나무늘보는 시속 700m정도라고 한다.


달팽이보다 느린 굼벵이는 방향성을 가지고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서

속도를 재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측정이 가능한 동물  중에서는 달팽이가 가장 느리다고 봐야한다.

 

 2000년대 이후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 중에 속도를 거부하고 느림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건강을 챙기고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려는 이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근에는 도보여행 동호회도 많이 생겼다.

 

 

 도보여행카페의 회원 수가 대부분 몇 만 명을 훌쩍 넘는다. 그만큼 현대인들 사이에서

 도보여행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도 각 지역마다 올레 길을 만들어 놓고 대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도보여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자 너도 나도 자신의 치적을 위해서

 단체장들이 열심히 올레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동기가 어찌되었든 간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더 빠르게>라는 말의 구속에서 해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도보여행이나 완행기차여행으로 건강을 챙기고, 마음의 여유도 찾아서

 나 자신과 가족은 물론 이웃도 함께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승용차를 타고 질주하다가 보면 모든 사물들이 순식간에 휙휙 지나가서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산수가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돌아볼 때에 그런 생각이 자주 든다.

 “다음에 올 때는 자동차를 두고 와야지.”하면서도 나는 매번 자동차와 함께 가게 된다.

 

 

 그렇게 빨리 산다고 해서 인생을 두 배로 사는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함한 현대인들은 늘 무언가에 쫓기듯이 살아가고 있다.

 

<자연의 변화가 되풀이되듯이 모든 것은 근본으로 돌아가고 근본에서 다시 시작한다.>장자는 말했다.

 

 

 빠름의 사회가 끝나면 다시 느림의 사회가 돌아오는 것도

 자연의 법칙에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2012324일 청너울 지선환의 넋두리 중에서>



'삶의기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해지기 위한 사랑의 6하 원칙   (0) 2018.10.25
<인 내 심>   (0) 2018.10.24
지우개 없는 인생  (0) 2018.10.24
좋은 생각과 관심이 해답이다  (0) 2018.10.24
말의 힘 즉석 실험방법  (0) 2018.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