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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한 여인이 5천만을 슬프고 분노케 하는 세상

 

꺾은 붓 | 2014-01-14 08:52:2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중학교 몇 학년(1961~1963년) 때인가 국어책에 안톤슈낙이라는 서양 수필가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 한 편이 실렸었다.

 

그 국어책이 <국정(國定)>이었는지, <교학사>가 찍어낸 교과서였었는지도 물론 기억에 없다.

 

그때 그 수필을 읽으면서 어린 가슴이 얼마나 애잔했던지!

자세한 내용들은 기억이 안 나지만 세상 슬픈 정경은 빠짐없이 망라되었는데,

 

“어둠이 내려깔린 대지 위를 천천히 달려가는 기차(증기기관차) 차창의

희미한 전등불에 비친 핏기 없는 여인의 모습(?)”,

“공동묘지를 지나는데 15세 소녀가 잠들어 있다는 묘비명(?)”,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죽은 새의 이슬 맞은 시체위에 초추(初秋)의 양광(陽光)<첫 가을의 햇볕>이 떨어질 때(?)”

 등이다.

 

당시 비지죽과 밀의 껍질도 다 벗기지 않고 막 빻은 거친 밀가루로 빗은 수제비 한 숟가락으로

죽지 않을 만큼의 끼니로 겨우 연명을 하고,

학교에서는 월사금(학비)을 안 냈다고 담임으로부터 매일같이 교무실로 불려가

닦달을 받는 슬프디 슬펐던 처지에서 왜 저런 코 큰 사람의 사치스런 슬픔에

어린 가슴이 그렇게 애련했던지!

 

이제는 저런 정경도 없거나 보기도 힘들려니와

저런 것에 가슴이 아릴 만큼 한가롭지도 못하다.

 

 

 

 

 

한 여인이 우리 99.9%를 슬프게 한다.
아니, 분노케 한다.

 

귀와 눈은 막혀 있고 입만 있는 여인이다.
입도 아주 드물게 벌려 딱 한 음절만 내 뱉는다.
오죽 했으면 “불통”이라 부르겠나?

 

<불통>도 전화기를 흔들어 보거나 전선을 이리저리 잡아당겨 보면 <소통>이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저 여인에게는 그런 것도 통하지 않는다.

 

 

<불통>이 아니라 <먹통>이다.

 

살아 숨 쉬고, 자각(自覺)할 수 있는 머리가 나를 슬프고 분노케 한다.

 

차라리 일찌감치 치매나 걸려 슬픔과 분노에서 해방되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추운 겨울날 대지위에 내리 꽂히는 아침햇살이 나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