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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좋은글

♥ 가을날 / 릴케 詩 ♥

 



 

가을은 우리에게 자연의 오묘함을 새삼 느끼게 하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합니다.

지독한 가뭄도 겪엇고 더운 여름동안 땀방울도  참 많이 흘렸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들녘에는 신선한 바람이 불어 옵니다.

아직도 낮에는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쬡니다.

가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들녘의 과일들이 무르 익어 갑니다.

 

 

9월 매일미사 책에서 9월1일 "오늘의 묵상" 란에

 릴케의 "가을날" 이라는 詩가 있기에 올려 봅 니다.

 

 

 

 



    가을날/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얹으십시오 들에다 많은 바람을 놓으십시오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고독한 사람은 이 후도 오래 고독하게 살아 잠자지 않고, 읽고, 그리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바람에 불려 나뭇잎이 날릴 때, 불안스럽게 이리저리 가로수 길을 헤맬 것입니다

 

 

릴케가 쓴 <가을의 시>라는 제목의 詩 입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다고 고백하는 詩人은 이제, 과일들이 무르익는 가을을 맞아

이 세상을 주관하는 창조주께 겸허한 기도를 드립니다.

 

 

"주여 이제는 지난 여름의 작열하는 태양과 같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무언가를 내 힘으로 이루려고 했던 걸 다 내려 놓고 '하느님의 때, 의미의

때' (카이로스)를 잠잠히 기다리겠노라"고 고백합니다.

 

 

이 詩는 찬 바람이 부는 가을이 되었을 때 읽는 것이 가장 적격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참으로 위대했던 지난 여름과 대비되는 때'가 바로 가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을바람 맞으며 혼자 책을 벗 삼아 읽으면서, 긴 편지를 쓰고 또 낙엽이 흩날리는

계절의 정취를 만끽하는 때가 바로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詩人처럼 가을에는 이제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삶을 관조하는 여유가 필요한 때입니다.

절대자 앞에서 실존적 고독(Solitude)을 느낄수 있는 때가 바로 가을입니다.

 

 

이제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왔습니다. 가을은 고독의 계절입니다.

그래서 어떤 詩人은 릴케의 이 詩를 페러디하여 이렇게 노래한 것도 봤습니다.

 

 

 " 주여, 가을이 왔습니다. 연인들은 헤어지게 하시고,

슬퍼하는 자들에겐 더 큰 슬픔을 얹어주시고,

부자들에게선 귀한 걸 빼앗아 재물이 하찮은 것임을 알게 하소서......

왜 이 가을이 축복이고 아름다움인지를 부디 깨닫게 하소서

 

 

 

 

 

캐논변주곡과 화음을 이룬 How, Where, When

합주 노래가 아름답습니다.

 

 

 

Richard Clayderman / A Comme Amour (가을의 속삭임) 
 

 
James Galway (feat. Cleo Laine) - How, Where, When
 

 

 

 

 

 

 

 

 

 

 

 

 

 

 

 

 

 

 

 

 

 

 

 

 

 

 

 

 

 

 

 

 

 

 

 

 

 

 

Herbsttag

von Rainer Maria Rilke

 

 

Herr, es ist Zeit. Der Sommer was sehr groß.

Leg deinen Schatten auf die Sonnenuhren,

und auf den Fluren lass die Winde los.

 

Befiehl den letzten Fruchten voll zu sein;

Gib ihnen noch zwei sudlichere Tage,

drange sie zur Vollendung hin und jage

die letzte Suße in den schweren Wein.

 

Wer jetzt kein Haus hat, baut sich keines mehr,

wer jetzt allein ist, wird es lange bleiben,

wird wachen, lesen, lange Briefe schreiben

und wird in den Alleen hin und her

unruhig wandern, wenn die Blatter treiben.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1875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프라하에서 하급 관리의 아들로

출생했다. 가정이 화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으며, 일곱 살 때까지 여자아이 옷을 입고 자랐다.

이혼 후 어머니에게

서 양육되고, 1886년 장크트 텐 육군 유년학교에 입학하였다.

졸업 후에는 메리슈-바이스키르헨 육군 고등실업학교에 진학하지만

건강상 이유로 자퇴하고, 상과 학교도 그만두었다.

이후 프라하 대학, 뮌헨 대학, 베를린 대학에서 수학하였다.


18세 때 첫 시집 '삶과 노래'를 출간했다.

1897년 야콥 비서만이 주최한 다과 모임에서 14세 연상의 루 살로메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 살로메를 만나고 러시아를 여행하며 릴케의 문학 세계는

더욱 원숙해져, '기도시집'과 '형상시집'을 연이어 출간하였다.

 

'신시집'에서는 사물을 관찰하여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사물시를

쓰기도 했다. 릴케는 1902년 파리로 이주하여 로댕의 비서로 일했다.

파리에서는 '신시집'과 소설 '말테의 수기'를 발표했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에는 1923년 스위스에서

'두이노의 비가',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를 창작했다.

1926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는데, 장미 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설도 있다.

독일어권의 위대한 시인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