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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선거

촛불대선에서 사라진 공공의료

 

촛불대선에서 사라진 공공의료


(민중의소리 / 정형준 / 2017-05-01)


[건강권 칼럼] 19대 대통령선거가 불과 10일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은 촛불혁명으로도 불리는 거리시위와 전민중적 불만이 만든 결과다.

 

 23회까지 지속된 주말 촛불집회는 단순히 박근혜 퇴진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박근혜정권이 상징하는 1% 특권층독재, 부패, 부조리를 일소하는 게 국민들의 요구였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 제일 중요한 화두는 단연코 ‘적폐청산’이다.

 

그러나 실제 촛불이 만든 장미대선의 모양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

 

우선 TV토론 등에서 보여주는 후보들의 공방은 ‘적폐청산’과는 거리가 멀다.

또한 기성언론이 조장하는 구도도 편협하기 그지없다.

적폐를 어떻게 청산할지를 논의하기 보다는 차기 대통령을 길들이거나,

조정하려는 언급과 질문공세가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 다시 조장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실제로 지난 대선보다 정책논의 수준은 더 떨어지고 있다.

 사드배치와 같은 중요한 사안도 고작 색깔론 논쟁 속에 묻혀버렸다.

 이런 수준이다 보니 보건의료공약의 경우는 거의 논외로 넘어간 상황이다.

 

지난 대선과 비교해봐도 박근혜의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100%’와

문재인의 ‘100만원 상한제’의 대결 같은 핵심 보건의료 공약도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보건의료공약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

다른 쟁점과 정책들이 더 중요하고, 당장 우리사회에 긴박한 과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건의료공약의 내용을 들어가 보면,

이는 단순히 우선순위가 뒤쳐진 것 때문은 아닌걸 알 수 있다.

 

보건의료 공약의 퇴행

 

먼저 이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의 공약들이 이상하리 만큼 비슷한 점이 있다.

 

 우선 보장성강화 공약을 보면

 ‘비급여의 급여화’를 모두 주장하고 있는데,

 

그 방식이 예비급여(일정기간 급여화를 하고 이후에 비용효과가 입증되지 않으면 퇴출하는 방식)

혹은 선별급여(본인부담율을 기존 급여영역과는 달리

 50~80%까지 차등적용)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조금 어려울 수 있는 이야기인데,

기존의 의학적 효용성이 있는 비급여를 전면급여화 하는 방식과 다른 점만 간단히 보면 이렇다.

 

 우선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더라도 우리가 내는 본인부담율이 높아서

부자들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될 수 있는 게 선별급여다.

또한 예비급여는 효과가 떨어져도

 일단 한동안 국민들이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국가책임방기가 될 수 있다.

 

물론 예비급여나 선별급여 모두 지금보다 낫다고 볼 수는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2000년부터 시작된 무상의료요구,

 그리고 2011년 민주당이 당시 주장했던 ‘무상의료’에 비하면 너무나 큰 후퇴이다.

 

또한 이런 방식을 여야 할 것 없이 차용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어린이병원비 절감책은 3당이 복사판이다.

18세미만 어린이의 입원시 건강보험적용부분에서만

 현재 본인부담20%를 5%로 낮춘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이도 보장성을 일부라도 올린다는 점에서는 개혁정책이다.

하지만 기존의 어린이무상의료에 비하면 수준이 너무 낮다.

 

거기다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20%에서 5%로 인하를 여야 할 것 없이 주장하는지는 더욱 이상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후퇴는

한국의 보건의료개혁과제의 핵심인 공공병원설립이 모호하거나 사라졌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바른정당 유승민, 국민의당 안철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생방송 토론을 시작하기 앞서 손을 잡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공공의료포기?

 

원래 공공의료는 2003년 노무현정부가

공공병원을 30%까지 확충한다는 공약을 발표했을 정도로 중요한 정책이었다.

 

다들 이제는 알다시피 한국의 공공병원의 비율은 계속 줄어들어 이제는 5%에 지나지 않는다.

민간의료의 천국 미국의 27%에 비해도 너무 작고,

OECD 국가 평균인 70%선에 비추면 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공공의료가 부족하면 드러나는 문제는 수치만이 아니다.

대표적은 2년전 우리는 메르스사태를 겪으면서 공공의료부족의 피해를 직접 경험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음압병실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주요환자를 공공병원으로 넘겨야 했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자 감염병 전문 공공병원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말뿐이었다.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니 어떤 치료가 적정진료인지 판단도 어렵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많이 하는 수술이 왜 그런지 분석도 되지 못한다.

 

왜냐면 민간병원들의 경쟁구도 속에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추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의 결정판이 박근혜 본인이 빠져든 줄기세포치료, 근거 없는 주사치료, 약물치료 등이다.

 

 지역에 거점 공공의료기관이 적정진료의 표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민간기관이 이를 선도하다보니

 무엇이 근거가 있고, 무엇이 과소진료인지 파악조차 안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심각한 문제를 해결할 첫 번째 단추는 공공병원의 설립이다.

 

기존병상과 병원이 과포화인 지역이라면, 민간병원을 공공이 인수하는 방법도 좋다.

 병원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여기저기에 공공의료인프라는 깔려있어야 재난적 상황에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전쟁이라도 난다면 우리는 필요한 의료자원을 가동이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통령선거의 선거공약에 공공의료는 레토릭으로 일부 단어만 들어간 수준이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공공의료를 도달시키겠다는 공약은 보이지 않는다.

 

유일하게 김선동 후보만이 공공의료 30%를 핵심보건의료공약에 내걸었다.

도리어 주요 대선후보들은 공공의료에 대한 낮은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준표 후보는 알다시피 역사상 최초로 지방의료원을 폐원시킨 당사자이므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장론자인 유승민 후보도 당연히 공공의료에 대한 언급이 없다.

 

 문재인 후보는 공공의료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한다.

 물론 민간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로 창출하는 일자리가 더 양질의 일자리일 것이다.

 

하지만 공공의료에 대해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어느 수준까지 늘릴 것인지가 전혀 약속되지 않는 공약은 심히 우려스럽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6월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다목적홀에서 삼성병원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머리숙여 사과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한국사회 보건의료 적폐는 어디서 시작되었는가?

 

해방 직후 남한의 의료기관은 병원은 일제가 지은 공공병원, 의원은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의원이었다.

따라서 병상은 대부분이 공공병상이었다.

홍준표가 폐원한 진주의료원도 일제가 1910년 만든 지방의원이 효시다.

 

 그런데 1948년 이승만 정권이 집권하면서

병원도 미국식 민간종합병원을 지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거꾸로 국가는 추가적인 병원건립을 중단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지어진 국립중앙의료원도 노르웨이 스웨덴의 후원을 받아 지어졌다.

 그 이후 사립대학병원, 중소병원들이 늘어날 때도 국가는 공공병원을 짓지 않았다.

 

그래서 1968년이 되어서는 이미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의 병상수가 비슷한 수준으로 민간병원이 많아졌다.

 

하지만 결정타는 1977년부터 발생했다.

박정희는 직장건강보험을 도입하면서도 국고지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연히 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을 알면서도 병원공급을 전적으로 민간에 맡겼다.

 

그 결과 1977년부터 민간의료기관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88년 전국민건강보험으로 미충족의료가 또 한번 해소되는 시점에 와서도 국가는 의료공급을 방조했다.

 

 그래서 이 자리를 삼성과 현대가 재벌병원으로 채웠다.

 

즉 해방 이후 한국의 의료는 의료공급에서만큼은 점점 더 시장화의 길로 걸어왔다.

 건강보험은 공적보험으로 도입이 되었지만,

그 열매는 민간의료기관이 거의 독식했다.

 

 병원을 경영하면서 대학을 경영하고,

보수정당의 정치인이 되고, 지역의 유지가 되는 것이 가능한 나라였다.

 그리고 지금은 재벌이 직접 병원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나라다.

 

이것이 한국의 보건의료제도가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런 민간주도의 의료인프라가 논란이 되고 있는 영리병원 도입,

서비스산업 발전, 병원 인수합병, 원격의료 도입의 토대가 되고 있고 이를 추동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근원은 민간의료인프라의 과도함,

그리고 보건의료인프라에 대한 국가책임방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의료인프라에 대한 대안이 없는 정책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붙는 방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후보들의 공공의료방조가 국가책임방조뿐 아니라,

의료부분에 대한 또 다른 시장화로 나아갈 여지를 남기려는 게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보건의료적폐해소의 과제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제 공공보건의료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동의하는 세력의 규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

 

출처: http://www.vop.co.kr/A0000115412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