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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美가 정조준한'중국 제조 2025' ..최대 피해국은 미국 아닌 한국"


"美가 정조준한'중국 제조 2025' ..최대 피해국은 미국 아닌 한국"


'혁신경제학 대가' 로버트 앳킨슨, 한국 경제를 진단하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중국은 한국의 최대교역국
한국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생각해야


여러나라가 동시에 대중 압력 가하면

한국은 제한적 위험에 노출되지만 한국이 미국 상황 지켜만 보면 신뢰 잃어


로버트 앳킨슨 박사는 세계 최고의 기술혁신과 공공정책연구소로 알려진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설립자 겸 대표로 혁신경제의 세계적 권위자다.

미국 시사잡지 '더 뉴 리퍼블릭'은 앳킨슨 박사를 세계 3대 혁신철학가로 선정하기도 했다.


클린턴 행정부부터 지금까지 백악관, 국무부, 상무부 등

미국 행정부의 과학기술정책, 혁신정책 등에 대해 조언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서 30차례 이상 증언한 바 있는 앳킨슨 박사는 전 세계 주요국 정부에도 자문역을 하고 있다.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박사 △조지 W 부시 행정부 국가육상교통인프라예산위원회 위원장

 △오바마 행정부 국가혁신·경쟁력전략자문위원 △클린턴 행정부 신경제근로자·지역사회경제변화위원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미중혁신정책전문가그룹 공동위원장 △미국 의회 기술평가프로젝트국장


"미국과 중국은 장기 경제냉전에 들어섰다.
" 혁신경제학의 대가로 불리는 로버트 앳킨슨 미국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대표의 판단이다.
미·중 패권다툼 탓에 트럼프 이후에도 미·중 경제냉전은 지속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안보를 생각하면 미국, 경제를 생각하면 중국이다.
 두 나라를 모두 만족시킬 방안은 없을까.
 앳킨슨 대표는 또 혁신은 곧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행여 '파괴' 없이 '창조'만 바라는 요행을 기대하는 것은 아닐까
. 앳킨슨 대표는 과거 수차례 한국을 찾아 최저임금 정책 등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국제경제 전문가인 송경진 FN글로벌이슈센터장이 최근 앳킨슨 대표를 서면 인터뷰했다. <편집자주> 
  
송경진 FN글로벌이슈센터장은 △미국 캔자스주립대 박사 △청와대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 보좌관 △G20서울정상회의준비위원장 특별보좌관 겸 기록담당관 △재정경제부 외신대변인 △세계경제연구원장


―미·중 무역·기술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두 강대국의 마찰을 어떻게 보나. 

▲중국 협상가들은 지연술의 명수다. 중국은 계속해서 지연작전을 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중국의 약속을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제조 2025'의 불공정 관행과 관련한 더욱 심각하고 구조적인 문제를 전혀 다룰 수 없다.
 이런 결과가 도출된다면 단기적으론 무역 긴장완화와 같은 긍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장기적 결과는 치명적일 것이다.
이는 중국이 글로벌 혁신에 해가 되는 정책을 지속해도 된다고 승인하는 격이다. 

―미·중 통상마찰은 트럼프 행정부와 명운을 같이할 것으로 보나.

▲클린턴 행정부가 순진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변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글로벌 무역을 악화시켰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는 단호하게 협상하면 중국이 개혁할 걸로 생각했다.
 대부분의 무역정책 전문가와 정책입안자들은 이런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무역경제정책에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오는 2021년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든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중국이 시장중심 개혁을 포용하고, 혁신 중상주의를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의 입장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중국을 보는 미국 내 흐름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과 중국은 수십년 장기 경제냉전에 들어섰다
. 대부분의 시장경제 민주국가는 자국의 이익이 중국의 이익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다고 느낄 것이다.

―기술탈취 반대, 지재권 보호 등에 인식을 같이하는 나라들 간에 공동전선이 구축되는 분위기다.
 어떤 나라들이 참여하고 기준은 무엇인가. 

▲ITIF는 오랫동안 그런 연합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유일한 효과적 전략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이 핵심 파트너다.
 기준은 간단하다.
 '중국이 규칙을 준수하도록 다른 나라들과 함께 기꺼이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인가'이다.
일부 국가엔 정치적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지 않으면 미국의 리더십 노력에 '무임승차'할 위험이 있다. 

―중국의 기술탈취에 맞서 같은 입장을 보이던 '파이브 아이스'(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서
영국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의 공동전선 구축에도 타격이 아닐까. 

▲5개국 모두 중국산 통신장비의 보안을 우려한다.
영국이 미국, 호주와 뉴질랜드보다는 조금 덜 우려하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향후 20년 신경제냉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5개국 모두에 중국을 겨냥해
조율된 행동을 취하라는 압력이 증가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우방이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당신이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떤 입장을 취하겠나. 

▲한국은 이 문제를 죄수의 딜레마 게임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만약 여러 나라가 동시에 대중 압력을 가하면 한국의 대중 관계는 제한적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
중국이 모든 나라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일본, EU와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을 한국이 지켜보기만 한다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는 떨어질 것이다.

사실 '중국 제조 2025' 전략으로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나라는 미국보다는 한국이다.
2025 전략의 목표가 한국이 경쟁우위를 가진 반도체, 조선, 기계장비, 로보틱스 산업 등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혁신경제학의 대가로 불린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 있다.
 바로 문재인정부가 단행한, 자동화장비 투자에 대한 법인세 공제 감축이다.
 장차 저성장과 인구변화를 고려하면 한국은 (혁신을 저해할) 로봇세를 피해야 한다.
한국은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는 점을 폭넓게 이해하고 포용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 '파괴' 없이 '창조'만 원하는 것 같다.
 안타깝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기존 기업과 산업이 축소·폐업하고,
새로운 기업과 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나라가 혁신적인 국가다.
 이는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충격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빠른 추격자를 뛰어넘어 글로벌 혁신 리더가 되려면 이 점을 수용해야 한다.

―한국은 카카오 카풀 문제로 사회적 갈등이 심하다. 미국은 어떻게 이 같은 혁신을 수용했나. 

▲미국은 처음부터 파괴를 포용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사람들을 변화로부터 보호하려는 정부의 역할을 대부분 거부했다.
미국식 개인주의는 개인이 거대한 파괴적 산업을 창조할 권리가 있음을 뜻한다.

택시산업 같은 산업을 파괴한다고 무엇이 문제가 될까.
정부의 역할 중 하나는 담론을 수용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후손을 위해 우리가 원하는 더욱 번창한 미래는 정부가 혁신가에게 대항해
기존 산업의 편을 들지 않는 미래라는 것을.
 한국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 세계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그러나 택시와 같은 기존 산업이 혁신에 저항하는 바람에 과거 한국이 이룬 성공이 단 한 번에 그치고,
그 결과 한국이 다가올 반세기를 경기침체 속에서 보내야 한다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정부는 소위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려 한다.
어떤 일이 필요하다고 보나. 

▲한국이 어느 정도 잘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힘들다.
지금은 아직 초기 단계이고, 많은 나라들이 (4차 산업혁명) 선두 경쟁을 하고 있다.
 삼성, LG 같은 세계적 일류기업을 포함해 이 분야에서 한국은 여러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소위 DNA 중 D(데이터)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한국의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 규제 때문에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성과로 이어지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R&D 효율성을 높일 방안은.

▲한국의 연구 중심 대학들(그리고 정부 연구기관들)이 연구 결과를 상업화할 수 있도록 강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핵심이다. 상업화 효율성에 순위를 매기고
실적에 따라 기금을 배분하는 정부의 지표가 하나의 예다.
그러면 실적이 좋은 대학이 그렇지 못한 대학보다 더 많은 기금을 가져가게 된다.
이는 대학을 분발시키는 인센티브가 될 것이다.
 고성장, 기술기반 스타트업 지원에 좀 더 체계적으로 집중할 것을 제안한다.
문화적으로 많은 한국인이 대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런 방법이 결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한국의 세계적 일류 기술기업들과 공존하고 보완하는 스타트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신은 '큰 것이 아름답다'(Big is beautiful)라는 최근 저서에서
정책지원에 기반한 중소기업 정책은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한 적이 없다며 중소기업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중기정책을 평가해달라. 

▲나는 그 책을 통해 중소기업 정책이 비효율적 중기의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것 외에는 거의 효과가 없고,
그 결과 국가의 생산성 증가가 하락한다는 점을 밝혔다.
한국을 최대한 강조했다.
 한국이 아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비효율적 중소기업 보호와 보조금 지원을 가장 많이 한 나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업이 시장에서 존재하려면 중소기업이라서 받는 규제 면제와 정부 보조금,
 특별 세제혜택, 다른 정부 대책이 없이도 살아남아야 한다.
그 대신 정부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이 번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미국에는 중소기업혁신연구프로그램, 중소기업투자기업프로그램 등
스타트업의 성장을 북돋는 여러 프로그램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단순히 중소기업을 경쟁으로부터 보호하려는 프로그램이나 정책과는 개념적으로 다르다.
 단지 중기를 돕기 위한 정책은 다른 기업을 희생해서 일부 기업을 돕는 것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