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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북한에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을까?



북한에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을까?

nk투데이 문경환 기자
기사입력: 2015/11/25 [11:06]  최종편집: ⓒ 자주시보

 

북한이 말하는 거주이전의 자유


흔히 북한에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 헌법(2012년 개정) 제75조에는 "공민은 거주, 여행의 자유를 가진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어떨까?

 

'거주이전의 자유'란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살 자유를 말한다.

한국은 헌법 제14조에서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자유를 무제한 누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급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들어가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거주이전의 자유는 한정된 조건을 만족하는 한에서 누릴 수 있는 자유다.


예컨대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집들 가운데 고를 수 있는 자유는 있는 것이다.

북한의 경우 역시 한정된 조건 안에서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서 집을 어떻게 마련하는지를 살펴보면 북한이 말하는 '거주이전의 자유'가 뭔지 알 수 있다.

 

개성의 한 아파트 모습. ⓒAram Pan

개성의 한 아파트 모습. ⓒAram Pan

 

신혼부부 등 새로 살 곳을 찾는 이들은 먼저 시·군 인민위원회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


그러면 인민위원회 주택배정과에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집을 배정하고 주택사용증을 발급해준다.

물론 북한에 주택 수가 여유 있지는 않으므로

신혼부부의 경우 4~5년 정도 기다려야 집을 배정받는다고 한다.


본인이 집을 직접 선택하지 않고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집을 배정하는 것이 특징인데

과연 이를 두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집을 팔려는 사람들과 사려는 사람들이

 주택시장에서 거래하는 자본주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국가가 집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배분하는 방식이 기본인데

 만들어만 놓고 사람들에게 각자 원하는 집에 들어가 살라고 하면 오히려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국가가 입주 기준을 만들고 이에 따라 집을 배정하는 식으로 질서를 만든 것이다.

북한의 민법 제50조는 “국가는 살림집을 지어

그 이용권을 노동자, 농민, 사무원에게 넘겨주며 그것을 법적으로 보호한다”고 규정하였다.


북한에서는 개인이 주택을 소유할 수 없으며 이용권만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또 국가에서 주택을 무상으로 공급하므로 구입비를 따로 내지는 않지만

전기세, 물세, 관리비 등 주택사용료를 내야 한다.


북한은 주택사용료가 생활비 지출액의 0.3% 수준이며

연료비 및 기타 사용료를 포함해도 생계비의 3% 내외라고 주장하고 있다.

 

▲ 평양 만수대거리 주상복합 공동주택

 


북한에서도 이사는 간다


이렇게 집이 배정되면 보통은 이사를 다니지 않는다.

물론 직장 배치가 바뀌어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우

그 지역의 집이 배정되어 이사를 가게 된다.

 

그런데 같은 지역에서 다른 집으로 이사 가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당국에 신청을 해서 승인을 얻으면 이사를 갈 수 있는데 승인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몰래 집을 교환하는 경우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최근 북한은 주택배정과 밑에 주택거래소를 별도로 설치해

주민들끼리의 주택사용권 거래를 합법적으로 중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북한의 이사와 주거생활', 김동식,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웹진 2015년 2월호 참조)


음성적 거래를 양성화시킨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개인은 주택의 소유권을 가질 수 없으므로

 여기서 거래하는 것은 주택사용권이지 주택 자체는 아니다.

 

고산과수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주택단지. ⓒ人民网

고산과수농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주택단지. ⓒ人民网

 

일부 탈북자들은 같은 군 내에서는 제한 없이 이사가 가능해 자주 이사를 했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주택배정과에서 얼마나 느슨하게,

혹은 엄격하게 이사를 통제하느냐에 따라 지역 편차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리하자면 북한에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부분적으로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이사가 활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주로 이사하는 경우는 직장이나 학교를 옮기거나,

 전세나 월세 계약이 끝나는 경우, 돈을 모아 더 좋은 집으로 가거나

생활고로 인해 더 작은 집으로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북한에는 전세나 월세 계약 개념이 없고,

 돈을 모아 집을 구입할 수도 없으며,

직장이나 학교를 옮기는 경우 역시 많지 않기 때문에 이사에 대한 필요성이 높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국 거주이전의 자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직장을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겠다.


직업선택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살펴보기로 한다.

 

문경환 기자  NKtoday21@gmail.com    ⓒNK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