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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외교

[분석] 전격 ‘대북제재 철회’ 지시한 예측불허 트럼프, 대북 강경파도 잠재울까?


[분석] 전격 ‘대북제재 철회’ 지시한 예측불허 트럼프, 대북 강경파도 잠재울까?

‘한방 먹인’ 볼턴은 물론 ‘내부의 적’과도 싸워야 하는 삼중고에 빠진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우) (자료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우) (자료 사진)ⓒ뉴시스/AP
 


‘트위터 정치의 대가’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대북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전격적으로 밝혀 파장과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미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대북 추가 독자제재를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추가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면서 전격 철회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날 백악관을 비롯한 미 국무부, 국방부 등 관련 기관의 공무원들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하나가 또다시 한반도 상황은 물론 미국 정치판도 크게 흔들어 놓은 셈이다.


무엇보다도 대북제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날 중국 국적 두 해운회사에 대해

 추가 독자제재를 내린 재무부 당국자들은 머쓱한 입장에 빠져

거의 대부분 언론들과 접촉을 피하고 있다.


또 미 국무부 관계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논평을 요청하자,

 “백악관에 물어보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상당히 중요한 외교적 결정인데 논평할 수 없다는 것이냐’고 재차 질의했지만,

 더 이상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당혹감 속에 빠진 미 정부기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갖는 정확한 의미에 관해

 서로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특히, 그동안 대북 강경 정책의 선봉장 노릇을 하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마찬가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반(反)트럼프 계열의 주류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전격적인 결정은 행정부 관리들이 내놓은 주요 국가안보 결정을 뒤집은

 또 하나의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기관이 이날 일대 혼란(chaos)에 빠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전격적인 트윗은 같은 날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트윗을 통해 밝힌 입장과 극명하게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대북 강경파의 수장으로 불리는 볼턴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재무부에서 중요한 조치들이 이뤄졌다”면서 환영했다.


그는 “해운업계는 북한의 불법적 해상 운송 관행들을 중단시키기 위해 좀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모두 주의를 기울여 북한의 제재 회피에 연루되지 않도록

자신들의 활동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이 트윗을 한지 반나절만에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 제재들을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혀 그를 완전히 코너로 몰아넣었다.

또 백악관 대변인도 “대통령은 이러한 제재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종지부를 찍어

 한층 더 난처한 입장에 빠진 셈이다.


트럼프 발표에 ‘꼬리 내린’ 백악관 NSC... 한방 먹은 것은 분명


백악관 NSC 공보실은 이날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트윗이 극명한 차이가 있다’면서 ‘누구 말이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의 트윗과 백악관 대변인의 발표 외에 더 보탤 것이 없다”고 꼬리를 내리면서

곤혹스러운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볼턴은 지난해 1차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전 이른바 ‘리비아 모델(선비핵화, 후보상)’ 발언으로

 북미관계를 파탄 직전으로 몰아넣은 바 있다.

하지만 그 후 우여곡절 끝에 1차 정상회담이 개최되면서

북미관계가 진전을 거듭하자, 일체 자기 목소리를 죽이고 수면 아래로 잠적했다.


하지만 그가 수면 아래에서 호시탐탐 노려왔던 2차 하노이 회담이 결렬에 성공하자,

 다시 언론 인터뷰에 나서면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관련 트윗도 거의 하지 않던 그가 이날 재무부의 독자제재 단행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도 그 일환이다.


그러나 백악관이나 미국 행정부 내부의 속사정은 별도로 하더라도

 대북 강경책을 주도하는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한테서 한방 먹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데서 나아가 추가 제재까지 검토하겠다는

그의 전략이 모양새가 아주 우습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대북제재 철회 지시는

그의 정치 스타일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는 평이 주류를 이룬다.

이날 워싱턴의 한 외교 전문가도 기자에게 “트럼프의 이날 트윗은

그가 예측불허의 ‘거래의 달인’이라는 사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의 이탈을 막는 달래기(appeasement)에 나서면서도

측근들마저 일대 혼란에 빠지게 해 ‘무대의 주인공은 나’라는 것을 다시 강조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한 전문가는 “트럼프 스스로 민주당 등 내부의 적은 물론

대북 매파(hawk)와도 싸워야 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당장 민주당에서부터 트럼프의 철회 결정을 비난하며 화살을 날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전망대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백악관에서의 중대한 무능과 혼란은

상황을 더욱 나쁘게 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협상을 주도하면서 북한을 다뤄야 함과 동시에

내부의 정치적인 반대파인 민주당은 물론

 볼턴과 같은 대북 강경파 측근들도 동시에 다뤄야 하는 삼중고를 안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가 자신의 반대파인 민주당 이전에

 과연 측근에 내재돼 있는 대북 강경파부터 잠재울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다.

 또 그만큼 한반도 평화 구축은 물론

북미관계 진전에도 만만치 않는 변수들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