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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핵연료 485다발 안전 보관 위해 정상근무 “2025년까지 반출 완료 계획은 미뤄질 것”

핵연료 485다발 안전 보관 위해 정상근무 “2025년까지 반출 완료 계획은 미뤄질 것”

남지원 기자 


2019.10.30


‘한국 첫 해체 원전’ 부산 기장군 고리1호기 가보니



<b>‘첫 원전, 첫 퇴역’ 기록</b> 한국 최초의 원전인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1호기 전경.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40년간 1560억kWh의 전력량을 생산한 뒤 2017년 6월18일 영구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첫 원전, 첫 퇴역’ 기록 한국 최초의 원전인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의 고리1호기 전경.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는 40년간 1560억kWh의 전력량을 생산한 뒤

 2017년 6월18일 영구정지됐다.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주제어실 ‘원자로 출력 0’…제어판 버튼마다 ‘영구정지’ 스티커
고준위핵폐기물 처분 방법 미확정, 건식저장시설은 착공도 못해


지난 29일 찾은 부산 기장군 고리1호기 원자력발전소 주제어실.

제어판 한가운데에 위치한 전광판의 원자로 출력은 0을 가리키고 있었다.

 제어판 기기에 빼곡한 버튼 위에는 대부분 푸른색 ‘영구정지’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증기발생기에서 나온 증기로 터빈이 돌아가 전기를 생산하던 때는

귀마개를 하지 않으면 들어가기 어려웠을 정도로 소음이 심했다는 터빈실도 조용했다.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고리2호기 터빈 건물에서 들려오는 기계음만 낮게 울릴 뿐이었다. 


고리1호기는 한국의 첫 원전이자 첫 퇴역 원전이다.

 1978년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해 2007년 설계수명 30년이 만료된 뒤

 한 차례 계속운전 허가를 받았고, 2017년 6월18일 영구정지됐다.


가동이 멈춘 지 2년이 넘었지만

아직 운전원들은 주제어실에서 근무 중이었다.

발전을 더 이상 하지는 않지만

 냉각설비와 전력설비, 방사선감시설비 등은 그대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상운전 당시 10명이 한 조로 6개조가 24시간 교대근무를 했지만

지금은 인원이 절반인 5명으로,

근무조가 5개로 각각 줄었다는 점 정도만 차이가 난다. 


수명이 끝난 고리1호기의 일부 설비가 아직까지 돌아가고

직원들이 평시처럼 근무하는 것은

발전소 안에 저장돼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에 사용한 핵연료는

수명이 끝나도 높은 열과 방사능을 내뿜기 때문에

5년 이상 저장수조에 넣어서

열과 방사능이 줄어들 때까지 보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내 모든 원전에는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습식저장시설이 갖춰져 있다. 


고리1호기 주제어실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도

습식저장시설 현황을 나타내는 모니터였다.

고리1호기의 습식저장시설에는 핵연료 485다발이

수심 12m 깊이 붕산수 안에 저장돼 있다.

붕산은 중성자를 잡아먹어 핵분열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고리1호기는 곧 한국의 첫 해체 원전이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 12월 해체계획서 초안을 작성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주민 의견을 수렴해 내년 6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원안위 승인 뒤 이르면 2022년 6월부터 본격적 해체 작업이 시작된다.


 하지만 해체 일정에도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원전을 해체하려면 먼저 고리1호기 습식저장시설에 있는 사용후핵연료를 꺼내야 하는데

 꺼낸 뒤 보관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2024년까지 고리원전 부지 안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어

사용후핵연료를 옮길 계획이었지만,

정부가 과거 합의 없이 마련된 사용후핵연료 정책을 재검토하기로 하면서

착공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고준위핵폐기물 처리 방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지으면

사실상 이곳이 최종 처분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역사회의 불안감도 크다.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 방법을 확정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도 핀란드 정도를 빼면 전무하다. 


고리원전 관계자는

“2025년 사용후핵연료 반출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은

뒤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획대로 고리1호기 해체가 진행된다면 2030년 말까지 제염과 철거가 끝나고,

2032년 말까지

부지를 녹지나 산업용지로 복원하게 되지만 이 과정도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고리1호기 해체는 건설 등 원전 선행주기에 집중해 왔던 국내 원전산업을

후행주기인 해체까지 확대하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1960~1980년대 건설한 원전이 설계수명에 도달해

 2020년대 이후 해체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향후 100년간 원전 해체시장 규모가 549조원에 달할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한수원 관계자는

“정부와 협력해 원전 해체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910302111015&code=920501#csidxff9236bddff3948bdbc702fba9e41fa